자유롭게 다닌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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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장인어른은 26년 전, 콩팥 이식 수술을 받으신 후 부작용으로 일주일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식 받으시기 전까지 혈액투석을 수년째 하고 계셨습니다. 결국, 이식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시다가 수술을 받으셨는데, 안타깝게 주님 앞에 가셨습니다. 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들어가셨을 때,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릅니다. 건축업에 종사하셨던 장인어른은 “이제 내가 살았다!”라고 외치시며, “김 목사, 예배당 지어 줄게. ^^”라고 약속하셨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만성 신부전증 환자들이 투석하며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정신적인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일주일 세 번 병원에 들어가 반나절 동안 투석하며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자괴감뿐 아니라 삶의 회의까지 느끼는 것입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여행이 자유롭지 않다는 것입니다. 투석해야 하기 때문에 멀리 여행을 갈 수 없으니 “내가 이렇게 살 필요가 있나.”하며 지쳐 가는 것입니다. 장인어른이 이식 수술을 받으러 들어가시며 하셨던 “이제 살았다!”는 외침도 어디 가지도 못하고 갇혀 지냈던 삶에서 드디어 해방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닌다는 것이 삶의 질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고, 정신 건강과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팬데믹이 많은 사람을 우울증에 빠트리게 한 원인도 이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이전에는 몰랐는데, 가고 싶을 때 자유롭게 갈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요. 여행이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임을 코로나 때문에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늘 한 곳에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다가 모처럼 휴가를 받아 멀리 다녀오면 재충전되듯이, 집 떠난 걸음이 피곤하더라도, 나도 모르게 갇혀있던 상황에서 벗어나는 것만큼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이 없습니다.
주일예배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던 2년 가까운 팬데믹 기간을 뚫고 나와, 지난 주일 처음으로 집을 벗어나 예배당에 오셨던 많은 분은 교회 마당을 밟는 순간 감격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아무 데도 못 가고 갇혀 지내던 응어리는 늘 예배드리던 자리에 앉으며 눈물과 함께 눈 녹듯 녹아내렸습니다. 이제는 오고 싶을 때 예배 현장에 나올 수 있다는 그 뉴스 하나만으로 우울증에서 치유되는 놀라운 기적들이 일어난 것입니다.
여행사마다 내년 여행 패키지들을 내놓고 있는데, 내놓자마자 다 팔린다고 합니다. 그만큼 갇힌 상황에서 탈출하고픈 마음의 봇물이 터지는 것입니다. 이제, 예배 현장을 향하여 나오는 차량들이 봇물 터지듯 하버드가(街)와 대학가(街)를 메우기를 기도합니다. 이곳에 예배의 자유가 있고, 하나님의 기쁨이 부어지고, 웃음과 치유가 있습니다.
김한요 목사(베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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