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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Valentine's Day, Mother's Day 다시 뭉친 옛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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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1-11-22 | 조회조회수 : 5,06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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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2월 13일, 우리가 이 꽃가게를 인수하여 시작한 날이었고, 바로 그다음 날이 Valentine's Day였습니다. 우리는 그날이 꽃가게가 대목을 보는 날이라는 말만 들었지, 그 대목을 보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어떤 것인지는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가게를 인수하기 위해 트레이닝을 받고 있던 아내와 나는 벌써 며칠째 거의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준비를 했고, Valentine's Day 전날과 당일은 다른 디자이너들과 함께 쉴 새 없이 꽃을 만들어냈으며, 나는 두 명의 드라이버들과 함께 끝도 없이 그 꽃들을 배달해 날랐습니다.

   

저녁이 되자 드라이버들은 다 가버렸고, 나는 도저히 끝날 것 같지 않은 배달의 사명을 감당하느라 딜리버리밴 가득 꽃을 싣고 밤늦게까지 사방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러나 저녁 9시가 넘어가자 벌써 캄캄하게 불이 꺼져 있는 집의 문을 두드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밤새 바깥에 꽃을 놓아둘 수도 없는 상황이라 나는 어쩔 수 없이 꽃들을 차에 가득 실은 채 참담한 심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은 앞으로 닥칠 재앙의 시작일 뿐이었습니다.


그다음 날 이른 아침부터 아무런 도움의 손길도 없이 나는 혼자서 이미 때가 지나 의미를 상실한 40여 개의 꽃들을 싣고 반가워하기는커녕 쏟아지는 따가운 눈총을 받으면서 다시 밤늦게까지 배달을 했고, 가게에는 꽃을 주문한 이들의 거센 항의와 함께 전액 반환을 요구하는 전화가 계속 걸려왔습니다.

   

그것은 대목이 아닌 대재앙이었으며, 그로부터 3개월 후 찾아온 Mother's Day에도 그 재앙은 다시 반복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하루가 아닌 3, 4일을 연속으로….

   

밤늦게까지 그리고 그다음 날 이미 때를 놓친 꽃들을 배달하면서 일 년에 단 한 번 어머니에게 사랑과 정성을 꽃에 담아 보내는 성의와 기대가 무너짐으로 인해 분노하는 자녀들과 그날 그 시간 꼭 받아야 할 꽃을 받지 못해 실망하고 섭섭해하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계속 떠올라 나는 죄인 된 심정으로 이렇게 중요한 일을 이런 식으로밖에 대처할 수 없는 무능한 자신을 정죄하며 엄청난 좌절감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나 무언가 특별한 대책과 변화가 없는 한 그 악몽은 다음 해에도 다시 되풀이될 것이며, 그것은 생각만 해도 참으로 끔찍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Mother's Day가 끝나자마자 바로 다음 해 Valentine's Day를, 또 Valentine's Day가 끝나기도 전에 석 달 후 곧 찾아올 Mother's Day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일 년 내내 놀다가 그날 하루 일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디자이너도 없을 뿐더러 믿을 만한 드라이버를 미리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았으므로 그 두 날에 대한 압박은 일 년 내내 우리를 짓눌렀고, 그 무거운 짐과 부담은 한시도 우리를 떠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금년 초 어느 날인가 아내는 드디어 나름대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냈고, 때를 맞춰 내게도 매번 변함없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믿음직한 배달의 동지들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아내는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디자이너 구하는 일을 완전히 접어버리고 모든 디자인을 혼자서 감당하기로 작정하고는 그것을 위해 자신의 능력의 한계를 최대한 확대하기로 했습니다.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는 디자인이라 평상시 아내가 하루에 혼자 만들 수 있는 숫자는 대략 10개 정도였으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쉬지 않고 만들면 15개에서 최대한 20개 정도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렌타인스데이에는 하루에 120~150개를 만들어야 하고, 마더스데이에는 3일간 250개를 혼자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한 숫자였습니다. 그 불가능을 해결하기 위해 아내는 열흘 전쯤 모든 재료들을 구입하여 다듬어 준비를 끝내놓고, 일주일 전부터는 매일 하루에 10개가 넘는 디자인을 만들어 쿨러에 넣어놓습니다.

   

당일에 나가야 할 것에 더해서 10개를 추가로 만들어놓기 위해서는 일주일간 밤늦게까지 작업을 해야 합니다. 당일이 되기 3일 전부터는 아예 웹사이트도 차단하고, 이틀 전부터는 전화주문도 받지 않고는 이미 들어온 주문들에만 집중합니다.


주문 항목도 고객들이 원하는 복잡한 디자인은 모두 없애버리고, 간단한 디자인과 미리 만들어놓은 Valentine's Day Special과 Mother's Day Special을 주문하도록 하는데 워낙 바쁜 때라 그것을 불평하는 고객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흘 전부터 쏟아지는 주문을 차단하는 일과 전날과 당일 줄을 이어 찾아오는 고객들을 그냥 돌려보내는 것은 무척이나 속이 쓰린 일이었지만 우리는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이라는 말을 되뇌며 마음을 추슬렀습니다.


배달에도 반전의 역사가 일어났습니다. 믿을 건 옛날 동지들밖엔 없다는 생각에 마음에 떠오르는 분들에게 연락했더니 뉴욕에 계신 이 목사님은 만사를 제치고 찾아와 호텔에서 묵으면서 배달을 도왔고, 목회할 때 부목사님으로 10년 이상을 곁에서 충심으로 섬기던 전 목사님은 기꺼이 오셔서 큰 도움을 주셨으며, 언제나 변함없이 충성하던 김 집사님은 탁월한 배달 솜씨로 두 사람 몫을 너끈히 감당했고, 미안해서 부탁도 안 했는데 자원하여 동참한 차 집사님은 먼 곳을 두루 다니면서 배달을 하여 많은 도움을 주셨으며, 직장을 쉬고 도우러 온 큰아들도 한몫을 담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 집사님 아내 홍 집사님은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엔돌핀을 뿜어내며 김밥까지 싸 와서 응원해주었고, 거기에다 대학을 졸업한 딸을 한 주일 전부터 보내주어 우리를 돕게 해주었는데 그것이 신의 한 수로 이번 Mother's Day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디자인과 배달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전화주문을 받는 것인데, Allison은 몇 번 실습하고는 오리지널 발음으로 2년 이상 경력의 우리들보다 그 일을 더 잘해내 또 하나의 큰 숙제를 해결해주었습니다. 온 가족이 지원군으로 동원된 것입니다.


물론 모든 준비과정과 함께 수많은 꽃들을 혼자서 만들어내느라 여전히 힘이 들긴 했지만 아내는 마음의 짐과 걱정을 모두 내려놓은 채 성공적으로 사명을 완수했고, 나는 예전의 배달부에서 매니저로 승격하여 믿음직한 배달원들을 곳곳에 배당시켜 보내면서 까다로운 몇 군데만 여유롭게 처리하면 되었습니다.


비록 독불장군이지만 뛰어난 방법으로 그 많은 양의 디자인을 혼자서 다 감당해낸 아내와 예전 동지들이 함께 뭉친 ‘배달의 동지팀’ 덕분에 그 많은 배달은 오후 4시 이전에 모두 끝날 수 있었고, 우리는 일 년 내내 어깨를 짓누르는 엄청난 부담과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독불장군 디자이너 만세! 배달의 동지 만세!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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