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의 꽃 이야기] 난초 이야기, “일어나 빛을 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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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 중엔 카네이션이나 데이지같이 처음 들어올 때 컨디셔닝만 잘해 주면 자주 돌봐주지 않아도 싱싱하고 건강하게 오래도록 생명을 유지하는 꽃들이 있는가 하면, 자주 살펴보고 섬세하게 돌봐주지 않으면 어느샌가 시들어 죽는 예민한 꽃들이 있습니다.
난초(Orchid)는 그렇게 다루기가 까다롭고 섬세한 꽃입니다. 난초는 많은 종류가 있지만 우리가 주로 취급하는 것은 세 가지, 꽃잎이 크고 두터우면서도 매우 고상하고 우아한 심비디움 난초(Cymbidium Orchid), 꽃잎이 얇고, 하늘하늘하면서 화려한 덴드로비움 난초(Dendrobium Orchid), 그리고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화분에 심긴 팔레놉시스 난초(Phalaenopsis Orchid, 일명 호접란)입니다.
기억하기도, 발음하기도 힘든 팔레놉시스 난초는 화분에 심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보는 일이 쉽지 않아 물이 많지도 적지도 않게 항상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분은 내게 비법을 가르쳐준다고, "잊어버릴 만하면 물을 주는 게 가장 좋다"고 하는데 나는 잊어버릴 만하다가 아주 잊어버리는 게 문제입니다.
수분만이 아니라 온도와 빛도 항상 신경을 써야 하는 예민함 때문에 우리는 난초를 미리 갖다 놓지 않고 주문이 들어올 때마다 구해 오곤 합니다. 난초를 고를 때에도 줄기 전체에 꽃이 모두 활짝 핀 것을 고르지 않고 줄기 끝부분에 이제 피어날 몽우리가 여러 개 붙어있는 것으로 고릅니다. 현재의 아름다움과 미래의 가능성을 함께 품고 있는 난초를 우리는 최상품으로 칩니다.
심비디움 난초와 덴드로비움 난초는 디자인용으로 쓰기 위해 줄기를 잘라서 수국처럼 줄기 끝에 물 튜브를 달아 박스에 넣어 보내옵니다. 흙 속에 심겼을 때도 관리가 쉽지 않은데 잘려서 오니 수명이 줄어든 것은 물론 보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아무 때나 아무 데서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농장에서 보내온 것을 비치해 두고 사용해야 하므로 이것들을 어떻게 오래 보존할 것인가가 우리에게는 큰 숙제였습니다.
쿨러 안에 넣어두면 온도가 너무 낮아서 안 되고, 바깥에 놔두면 온도가 너무 높아서 안 되는 이 까다로운 난초를 오래 보존하는 방법을 고심하던 아내는 드디어 비법을 찾아냈는데 그것은 쿨러 안에 넣어놓되 이불을 씌워놓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3중으로 이불을 덮는데, 맨 안쪽으로는 난초가 올 때 씌워서 오는 얇은 하얀 덮게, 그 위에는 얇은 천으로 된 이불, 그리고 다시 그 위에 의자에 까는 얇은 방석 등을 얹어놓아 3중으로 덮어주니, 난초는 그 안에서 2주, 3주 이상을 처음에 온 모습과 신선도를 그대로 유지하며 싱싱하게 살아있는 것이었습니다. 그 비법을 몰랐을 때는 수시로 죽어 나가던 난초를 보며 ‘쟤들은 왜 저렇게 생겨 먹었나’ 했는데 알고 보니 잘못은 그들에게 있지 않고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던 우리에게 있었습니다.
지금은 난초를 쿨러에 넣고 그 위에 이불을 덮어주면서, "시원하고 따뜻하게 잘 자라"고 하고, 다시 꺼낼 때마다 이불을 걷어내면서, '귀찮긴 해도 너희들 죽어서 버릴 때보다 백 배나 감사하다. 나가서 잘 쓰임 받아라’ 하며 아내에게 건네줍니다. 그렇게 잘 관리하고 보존한 난초는 고급디자인이 되어 고객들에게는 만족과 기쁨을, 우리에게는 보람과 이익을 안겨줍니다.
델피니움 난초 디자인에는 “Orchid Jewel”, “You're my everything”, 그리고 심비디움 난초 디자인에는 “Peaceful Pink”, “Twilight Delight” 등 여러 종류가 있는데 우리 가게 웹사이트 www.lakeridgeflorist.com에 들어와 “Love and Romance”를 클릭하면 아름답고 현란한 모습의 여러 난초 샘플들을 볼 수 있습니다.
하늘하늘한 델피니움과는 달리 심비디움은 그 한줄기만 꽂아놓아도 작품이 될 만큼 우아한 난초입니다. 가끔 고객이 그 난초 디자인을 주문하면 아내는 둥그런 꽃병 밑에 자갈을 깔고 그 병에 심비디움 난초 한 줄기를 비스듬히 꽂아 넣습니다. 옆에서 보기엔 간단해 보이는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배달을 하다가 병이 흔들려 그 한 줄기 심비디움 난초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다시 가게로 가져와야 합니다. 원 위치로 돌려놓는다고 내가 만지기라도 하는 순간 가치 있는 예술작품이 갑자기 싸구려 모조품으로 돌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심비디움 난초를 배달할 때는 갓 태어난 아기를 태운 차를 운전하듯 조심조심해야 합니다. 그렇게 보관도. 관리도, 배달도 까다로운 꽃이지만 난초는 잘 관리하고 보존하면 그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며 자신의 몫을 감당해냅니다.
우리의 몸도, 가정과 자녀도, 교회와 기업과 사회와 국가에도 이 관리와 보존의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우리가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적용하기는 힘든 ‘관리와 보존의 법칙’ 그리고 수고와 헌신에는 반드시 대가와 보상이 따른다는 ‘심는 대로 거두는 법칙’을 이불 덮은 난초는 우리에게 잘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난초 디자인은 퍼플색 델피니움 난초만으로 만든 “You are my everything”입니다. 다른 어떤 꽃의 도움도 필요 없이 오직 델피니움 난초만을 꽂아 만드는 이 디자인은 “너만이 나의 전부”라는 그 이름처럼 꽃병 안에는 오직 난초만이 전부인데 그 모습이 참으로 화사하고 아름답습니다.
누워 있을 때는 그 가치를 잘 알 수 없지만 일어나 꽃병에 꽂히는 순간 찬란한 빛을 발하는 이 난초가 지금 삶에 지치고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일어나 빛을 발하라”고 말해줍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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