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니엘의 꽃 이야기] Greenspring의 "Worry Free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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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꽃가게에서 약 30분 정도 떨어진 Springfield 지역에 위치한 Greenspring은 수천명의 노인들이 함께 모여 사는 노인마을로서 우리 가게의 오래된 주 고객입니다. 워낙 규모가 큰데다가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 부유한 노인들이 마지막 남은 자신들의 삶을 보내기 위해 그동안 살던 집을 정리하고 들어오는 곳입니다.
경비소를 통과해 들어오면 가장 크게 눈에 뜨이는 글귀는 "Worry Free Living" 그야말로 ‘염려 없는 삶’이 보장된 천국 비슷한 느낌을 주는 곳입니다. 이 마을 안에는 주민들을 관리하고 돌보기 위한 네 개의 빌딩들이 있는데 그 안에는 각각 식당과 의료시설, 미용실과 편의점 등이 있고, 여러 대의 마을버스가 하루종일 그 안을 돌면서 주민들이 가고싶은 곳으로 데려다주어 개인차를 소유할 필요도, 운전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는 한 주에 한 번씩 이 네 빌딩의 로비 각각에 놓을 커다란 디자인의 꽃을 가지고 갑니다. 매주 수요일이 되면 아내의 손길은 더욱 분주해져서 거의 한나절 네 개의 큰 디자인을 만들고, 나는 그것들을 밴에 가득 실고 노인마을에 가서 각 빌딩 로비의 테이블 위에 그것들을 올려 놓습니다.
수요일마다 이처럼 큰 싸이즈의 꽃들을 들고서 왔다갔다 하다보면 어깻죽지가 빠져나가는 것 같고, 꽃 한 송이, 이파리 하나도 망가뜨리지 않고 배달을 하려고 팔에 힘을 주다보면 상체 전체에 통증이 오기도하지만 그들이 꽃을 보며 기뻐하는 모습에 힘든 것을 잊고, 또 이 세상에 돈버는 일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매번 체험하면서 한숨을 감사로 바꾸고 있습니다. 오후나 저녁이 되어 Greenspring 배달을 끝내고 돌아오면 한 주간의 큰 숙제를 마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꽃을 들고 빌딩 안으로 들어가면 많은 노인들이 ‘꽃이 너무 예쁘다’라고 찬사를 보내며 가까이 와서는 ‘이건 무슨 꽃이냐? 지난 주 꽃이 아직도 싱싱하니 좀 빼가도 되겠느냐?’ 등 여러 가지를 묻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하는 일 없이 우두커니 있다가 그 주의 새로운 꽃이 들어오면 그들은 무척이나 행복해합니다. 지난주에 가져온, 시들어가는 꽃을 치우고 향기롭고 활짝 핀 꽃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면 빌딩 전체의 분위기가 싱그럽고 밝게 빛이 납니다.
그 네 빌딩들을 돌면서 나는 많은 노인들을 만나게 되는데 정말 할 일 없이 살아가는 삶이 얼마나 힘들고 괴로우며, 아무런 염려 없이 지내는 하루 24시간이 얼마나 길고 지루한지를 그들의 모습을 통해 보게 됩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적당히 할 일도 있어야 하고, 염려할 일들도 조금씩은 있어야 삶의 활력이 생기고 하루도 빨리 지나갑니다.
그곳에서 늙어도 고상하고 잘생긴 노인들을 보면서 ‘저들은 젊었을 때 얼마나 미남미녀들이었으며, 저들의 삶은 얼마나 생생하고 활기찬 것이었을까? 그 어느 누구도 인생의 말년에 이런 곳에 들어와 이제는 찾아오는 이들도 없이 이렇게 외롭고 할 일 없는 삶을 맞이하게 될 줄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겠지...’라는 생각을 합니다.
70이 넘고 80이 되어가도 ‘난 끝까지 평생을 정든 내 집에서 살다가 갈 거야!’라고 장담을 했지만 남편이나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혼자 세 끼 식사를 차려 먹는 일도, 운전하고 마켓이나 병원에 가는 일도, 집을 관리하고 정돈하는 일도 쉽지 않고, 아예 걷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들어지면 드디어, 절대 하지 않겠다던 그 결심을 포기하고는 집을 정리하고 노인마을로 들어와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때로 자녀들이 부모님께 보내는 꽃을 들고 찾아가면 호텔방같이 깨끗한 방 안의 침대 위에 누워있거나 휠체어에 앉아있는 노인들을 만납니다. 눈이 어두워 글을 읽을 수 없는 그들에게 자녀가 보낸 메시지를 큰소리로 읽어주고, 격려와 축복의 말씀을 해주며, 때로는 아픈 이들을 위해 기도도 해주면서 그들이 불쌍하고 안쓰러워 돌아서 나오기가 망설여집니다.
아무리 시설을 잘 갖춘 빌딩에 호텔방 같은 곳에 살아도 늙고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그들에게 그곳은 자유가 없는 감옥과 같은 곳이 됩니다. 나는 아직 이 나이에도 무거운 꽃들을 들고 그곳으로 배달을 가지만 언젠가 나도 원치 않은 마지막 선택을 하며 그곳으로 들어가게 될지 모릅니다.
이제 나는 내 앞날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절대’ ‘결코’라는 말을 쓰지 않습니다. 절대 늙지 않겠다던 내가 이미 늙었고, 결코 병들지 않겠다던 내가 아픈 곳이 많아진 것을 보면서 절대, 결코 노인들만 있는 곳에서 내 마지막 생을 끝내지 않겠다는 말은 이제 하지 않습니다. 내 앞날을 오직 유일하게 알고 계신 절대자 하나님께 나의 미래 전체를 맡기고, 나는 오늘 하루 주어진 나의 삶에 충실하면서 아직도 일할 수 있고, 염려할 일도 남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갈 때마다 감동과 교훈을 얻는 Greenspring에 못간 지가 벌써 4개월이 넘었습니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곧 끝나 다시 싱그럽고 아름다운 꽃을 들고 그곳에 가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오직 우리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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