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 성인 ADHD 환자의 예(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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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세의 한인 남성이 상담자의 권고로 나를 만나러 왔다. 이곳은 내가 주로 일하는 카이저병원도, 토요일마다 한인 이민자들을 치료하는 라이프 케어 센터도 아니다. 지난 28년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이곳에서 일하는 상담 치료사들을 응원해 주기 위해 찾아왔던 한인가정상담소이다. 한인타운 한복판 KOA 빌딩의 3층에 자리한 이곳은 36년 전 ‘매맞는 한인 여성과 때리는 남성’을 치료하기 위해 한국의 첫 번째 여자 변호사였던 이태영 여사가 건립한 사회봉사 기관이다.
나는 어린 시절에 착하고 슬기로우신 나의 어머니가 별다른 이유 없이 아버지에게 폭행당하는 것을 자주 보며 자랐다. 그래서 LA에 이사를 온 1980년대부터 이곳을 찾아 상담자들을 도우려고 힘썼다. 우선 집단 수퍼비전을 시작했고, 가끔 상담자에게 투약이 필요하거나, 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의뢰하면 정신과 감정을 하고 진단명이나, 치료 방향을 함께 의논하였다.
오늘 만난 환자는 아내를 구타하다가, 이웃의 신고로 경찰에 검거되었다고 했다. 초범이라 치료 받는 것을 조건으로 감옥에는 가지 않았다. 그런데 상담자가 과거력과 가족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점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부터 집중력이 약하고 충동성이 강해서 문제아로 찍혔다고 했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했지만 수능시험에 떨어진 후 이년제 전문대학을 ‘놀면서’ 다녔다고 했다. 전공 과목은 기계 계통이었는데 본인은 전공분야에 별 관심이 없었고, 사업을 하고 싶어 했다. 5년 전에 결혼하여 아이를 한 명 낳아 가정을 이루었다. 그런데 그는 늘 아내가 자기보다 훨씬 똑똑하며,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았다고 한다. 사실은 미국에 이민 온 것도 처형이 초청해서, 남들이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상상하며 무턱대고 떠났다고 했다.
“저는 한국에서 자랑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잖아요. 학벌이 좋길 합니까? 집안이 훌륭합니까? 아버지는 술만 마시면 엄마와 저를 학대해서 저는 아버지가 누구보다 싫었거든요. 군대에 가기 전, 회사에서 만나 사귀었던 사람이 나중에 제 아이의 엄마가 된 사람이에요. 그녀가 2년 반 동안이나 저를 기다려 준 것이 너무나 고마웠어요. 그 때까지 저를 칭찬해 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었거든요. 학창시절에도 공부시간에 소설책이나 꺼내 읽었고, 방과 후에는 집에 가기가 싫어서 만화방이나, PC방을 전전하며 지냈어요. 그러니 숙제조차 제대로 해갔을리가 없지요. 아내는 미국에 오자마자 은행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을 했는데, 저는 한 직장에서 한두 달을 못 버텼어요. 상사와 싸우거나, 거래 손님과 말썽을 일으켜서 쫓겨나기 일쑤였습니다. 게다가 술만 마시면 옛날 제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곤 했지요. 맨날 착한 아내를 힘들게 하는 저 자신이 정말 싫습니다. 이젠 아들 녀석도 슬슬 저를 피하는 눈치에요.” <계속>
- 수잔정 박사의 신간 "나와 나의 가족이 경험한 ADHD" 중에서 –
수잔 정 박사/ 소아정신과 전문의, 전 카이저병원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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