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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의 꽃 이야기] 미구엘 - 실패로 끝난 청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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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2-28 | 조회조회수 : 17,0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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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가게를 하면서 난 본의 아니게 다른 이들의 러브스토리를 많이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많은 고객들이 자기 아내나 걸프렌드에게 보내는 사랑의 메시지를 우리 이메일과 웹사이트로 보내면서 그 내용을 카드에 써서 보내달라고 요청하는 바람에 나는 40년 이상이나 쓰지 않던 연애편지들을 숱하게 대신 쓰면서 그들의 러브스토리를 자연스레 알 수 있었습니다.

   

그 수많은 이야기들 중에는 애틋하고 감동적인 사연들도 많지만 미구엘의 이야기처럼 실패로 끝난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도 있습니다. 액센트가 심한 남미식 발음으로 처음 가게에 전화했을 때 그는 깐깐하게 이것저것을 따져가며 꽃을 고르기도 하고, 꽃값을 흥정하기도 하면서 은행에서 일하는 알리시아라는 여인에게 꽃을 보내달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다음날 꽃을 들고 그녀가 일하는 은행으로 배달을 가서 만난 알리시아는 전형적인 히스패닉 스타일의 중년여성이었는데 완전 무표정한 얼굴로 탁자를 가리키면서 거기에다 꽃을 놓고 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약간 무시당한 기분으로 ‘저 여자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가보다’라고 생각하며 돌아왔는데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꽃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꽃을 보낸 사람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녀의 반응에는 전혀 상관없이 미구엘의 구애는 계속되었고, 나는 반기지도 않는 그녀에게 계속 꽃을 배달했습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방문의 횟수가 많아짐에 따라 그녀의 반응도 조금씩 달라져 이제는 꽃을 받을 때마다 ‘꽃이 너무 예쁘다’고 웃으면서 꽃을 배달하는 내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미구엘과의 대화를 통해 알리시아가 처음에 보였던 냉담한 반응의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구엘은 홀로 네 명의 자녀들을 키우는 싱글아빠로 아내와 아이들 엄마가 되어줄 여인을 찾던 중 알리시아를 만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남자가 아무리 꽃을 보내면서 구애를 해도 그 요청을 받아들이는 순간 갑자기 네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야 하고, 지금까지 힘들게 쌓아온 직장의 커리어도 모두 잃게 된다는 사실을 그녀는 용납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그녀는 미구엘이 보내는 꽃은 계속 받으면서 아내가 되어달라는 그의 요청은 계속 거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시간이 계속될수록 꽃의 질과 값은 점점더 높아졌는데 그가 주문하는 꽃들은 장미와 함께 Birds of Paradise, Tropical Ginger와 같은 값비싼 꽃들이었습니다. 나는 꽃집주인의 장삿속으로 알리시아를 향한 미구엘의 열애기간이 결혼에 성공해서 속히 끝나거나, 실패해서 영원히 끝나지 않고 가능한한 그 상태로 오래 지속되기를 바랐습니다.


미구엘은 내가 편하고 미더웠던지 나중에는 알리시아가 좋아하는 쵸콜릿을 큰 백으로 한 가득 사와서 그녀에게 배달해달라는 부탁까지 했습니다. 꽃가게 주인이 아마존 배달원이 된 기분이었지만 난 기꺼이 그의 부탁을 들어주며 알리시아에게 쵸콜릿 배달까지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각종 선물 공세를 펼치면서 그녀에게 엄청난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미구엘은 어느 날부턴가 더 이상 꽃을 주문하지 않았고, 그와 동시에 알리시아에게 꽃을 배달하는 일도 끝이나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 후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반갑게도 알리시아라는 이름이 웹사이트에 떠올랐습니다. 이상한 것은 받는 사람인 알리시아의 이름은 같은데 보낸 사람은 미구엘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고, 그녀가 일하던 은행의 이름은 같은데 그 지점은 다른 곳이어서 이 여자가 그 여자인가 매우 헷갈렸습니다. 궁금한 마음으로 꽃을 들고 배달을 가서 알리시아란 이름의 여인을 찾으니 안쪽 오피스에서 한 여인이 나오는데, 아뿔싸! 이 알리시아가 바로 그 알리시아였습니다.


나도 놀랐지만 알리시아는 마치 부정한 짓을 하다가 들킨 사람처럼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했습니다. 난 그녀에게, “Alicia, it's for you”하고 꽃을 건네주고는 그 어색한 상황을 피하려 빨리 밖으로 나왔습니다. 한 여자에게 두 남자가 보내는 꽃을 배달한 것은 그게 처음이었고, 그것이 마지막이길 바랐습니다. 사랑하는 아내, 네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줄 여인을 찾아 막대한 투자를 하고도 실패한 미구엘이 몹시 안 됐지만 그의 요청을 거절해야 했던 알리시아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사랑하고 아끼던 두 교인이 서로 싸우고 교회를 떠나는 바람에 나는 아무 잘못도 없이 하루아침에 두 가정을 한꺼번에 잃어버린 적이 있는데 이제는 두 남녀가 서로 헤어지는 바람에 두 고객이 갑자기 내 앞에서 사라진 것입니다.

   

미구엘은 지금도 어느 여인에게 열심히 꽃을 보내고 있겠지만 다른 꽃집을 찾았는지 아니면 우리가 지금도 알리시아에게 다른 남자의 꽃을 배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하는지 연락이 끊긴 그의 소식이 매우 궁금합니다.


목회를 끝내고 꽃가게를 시작하면서 이제는 남의 일에 신경쓰지 않고 장사만 열심히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모가 자식을 잃은 장례식 꽃을 해갈 때는 마음이 아프고, 노인센터에 움직이지 못하는 노인들에게 꽃을 가져갈 때면 몹시 안쓰럽고 불쌍한 마음이 들고, 데이트가 잘 진행되고 있어 꽃을 보내면 뿌듯한 마음으로, 그리고 그 데이트가 결혼으로 이어져 웨딩 꽃을 가져갈 때는 내 아들딸 결혼식처럼 마음이 기쁘다가도, 미구엘처럼 실패한 경우를 보면 마음이 쓰립니다.


그 두 사람은 떠났지만 미구엘도, 알리시아도 아직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고 영원한 고객으로 남아있습니다.


양쪽으로 뻗은 선인장 모양의 붉은 색 ginger와 오랜지색과 노란색이 섞인 helliconia와 같은 tropical flowers, 위쪽으로 높이 한 묶음으로 꽂아 놓은 amaryllis와 빨간 장미 여러 송이, 그리고 각종 그린들이 함께 어우러진 이 값비싸고 화려한 디자인의 꽃들을 미구엘은 알리사에게 보내곤 했습니다. 

   

매번 이렇게 아름다운 꽃들을 들고서 알리사를 찾아갔지만 결국 미구엘의 청혼은 실패로 끝났고, 그들의 이름은 우리 고객 명단에서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채...


이근호(다니엘) 목사는 1977년에 도미, George Mason 대학에서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Central Bible College와 Fuller Theological Seminary에서 선교학 전공했으며, 1987년 목사 안수를 받은 후 30년간 이민 목회와 함께 지난 25년간 미국 전역에서 부흥집회를 인도했고, Billy Graham의 LA Rose Ball 전도집회에서 통역 설교를 담당했다. 2017년 목회직을 사임한 후 2018년 2월부터 버지니아에서 Lake Ridge Florist를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물이 흐르는 곳에 식물은 자란다"(베드로서원), "모든 것을 가진 것보다 더 감동 있는 삶"(쿰란출판사), 다니엘 꽃이 야기(Daniel's Flower Story)"(도서출판 레드컴)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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