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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야 하는 것들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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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8-01 | 조회조회수 : 4,83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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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보스톤한인교회 부목사 시절, 홍근수 목사님이 설교를 정리해서 책으로 내신다고 휴가를 떠나셨는데 뉴욕에서 도둑맞으신 일이 있었습니다. 컴퓨터가 없던 시절인지라 모두 손으로 쓴 원고였습니다. 가슴이 아프실텐데도 “처음에는 많이 속이 상했는데 왠지 시원하다.” 웃으셨습니다. 이사를 다닐 때마다 고민 많이 했는데 저는 어제 보스톤 신대원 다닐 때 썼던 페이퍼들과 40년 설교 원고 모두를 교회 큰 쓰레기통에 넣었습니다.


사무실 책장 한 쪽이 무거워 무너져 내린 것 때문에 그랬습니다. 읽지 않으면서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나의 마음에 자부심을 주었던 책들 마음 먹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먼지는 왜 그리 많고 구석구석 별의 별 것들이 다 있습니다. 과감하게 버리는 작업을 했습니다. 신학교 다닐 때부터 중고 책방에서 책 구경하는 것이 행복이었습니다. 돈이 생기면 책 사는 것이 기쁨이었습니다. 


오래 전 대전 어느 서점에 들렸는데, 서남동 안병무 선생님 책들이 너무 싼 값에 있기에 샀더니 주인이 “이런 책을 사는 분이 있네요.” 합니다. 그래서 “이런 귀한 책이 어찌 이리 싼가요?” 했더니 창고에 책이 더 있다고 하면서 요즘 사람들이 그런 책 안 산다고 합니다. 이민 가방으로 가득 사가지고 미국으로 들어왔던 일이 있습니다. 그 책들이 그렇게 취급 당하는 것이 왠지 속이 상해서 그랬습니다.


얼마 전에 목회공부 모임에서 한국신학연구소 김준우 목사님이 번역하는 책들을 공동으로 구매하기로 했습니다. 좋은 책을 찾아 번역해 주시고 공부모임에는 50% 할인해 준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요. 이제는 버려야 하는 때이니 정말 읽어야 할 책만 사야 합니다. 김성찬 목사님이 은퇴하시고 캘리포니아로 이사가면서 가지고 있던 책을 스캔하고는 다 버렸다는 말을 듣고 문화충격을 받았었습니다. 책 겉장을 떼고 하나씩 스캔을 하고 버릴 수 있다는 그 현실이 제게 생소합니다. 그런데 그래야지,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떠나는 길 그 많은 책을 짐이 되게 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책장을 정리하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는 성경과 ‘기쁨의 언덕’ 큐티 책, 그리고 매주 설교하는 데 필요한 교회력 자료 순위로 책을 정리했습니다. 은퇴를 하면 멀리 있는 책들은 정리할 것이고 나중에는 성경만 남을 것 같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가장 많이 고민한 것이 아버지 책 정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책 모으는 것을 평생 중요하게 여기셨었습니다. 아버지 책을 보면 책 앞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드디어 제가 이 책을 구했습니다.”라는 글이 써있습니다. 중요한 부분에 줄을 치시고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책들인데 제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 아버지 떠나신 지도 50년 가까이 되는데 사택 지하실 책장에는 아버지 책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습니다.


생각해보니 평생 정리하는 것을 잘 못했습니다. 버리는 것을 잘 못하고 여기저기 늘어놓기를 잘합니다. 신기한 것은 그것도 시스템인지 항상 찾을 것은 잘 찾아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아주 잊어 먹거나 찾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안경과 셀폰, 열쇠, 그리고 보청기를 놔둡니다. 뭘 찾느라 온 동네를 헤매는 일들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막혔던 것이 열리고 지저분한 것이 정리되고 공간에 여유가 생기니 정말 ‘빈터에 바람’이 부는 것 같습니다. 주여, 여기에 성령 바람을 불어 주시고 예수 생명수 흐르고 치유의 광선을 비추옵소서!


김정호 목사(후러싱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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