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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그대들과는 관계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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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5-31 | 조회조회수 : 4,09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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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뉴욕 브루클린의 한 지하철역에서 방독면을 쓴 괴한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총을 난사했습니다. 이 사건으로 죽은 사람은 없었지만, 10명이 총상을 입었고, 29명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았습니다. 그때만 해도 너무도 멀리서 일어난 일이기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12일에는 댈러스 한인 타운에 있는 한 미용실에 괴한이 들어와 총을 난사해 미용실 주인과 고객 등 3명이 다쳤습니다. 비록, 한인이 경영하는 미용실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다른 주에서 일어난 사건이기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5월 14일 오후, 뉴욕주 버펄로시의 한 슈퍼마켓에 괴한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했습니다. 이 일로 10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이 다쳤습니다. 지도를 펴고 버펄로가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았지만, 미국의 동북쪽 끝에 있는 어떤 도시에서 일어난 남의 일이라고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뉴욕에서 총기 참사가 일어난 지 하루만인 지난 5월 15일, 라구나 우즈의 한 대만계 교회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총격 사건으로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습니다. 교회에서 일어난 사건이었지만, 대만과 중국의 정치적 갈등 속에서 대만 사람을 증오한 중국계 이민자가 벌인 일이라고 생각하며 거리를 두었습니다.  


지난 화요일, 텍사스의 유밸디(Uvalde)라는 지역의 롭 초등학교에서 총격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 사건으로 초등학생 19명과 2명의 선생님이 숨졌고, 17명이 다쳤습니다. 지금까지 멀리서 일어난 일이라며,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거리를 두었던 이런 일들을 더 이상 모른 체 할 수 없었습니다.


꽃다운 초등학생들 열아홉 명과 두 명의 교사가 무참히 생명을 잃은 사건을 한 사람의 정신 이상자가 벌인 개인적 범행이라고 넘기기에는 사회 시스템이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억은 인생의 수많은 무늬를 만듭니다. 아름답고 따뜻한 기억이 만드는 매끈한 무늬도 있지만, 아픔과 상처가 만든 날카로운 무늬가 있습니다. 웬만한 무늬는 세월이 흐르면서 무뎌지기 마련이지만 삶에 깊게 아로새겨진 상처라는 무늬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망각이라는 이름에 기대어, 아니 너무도 비극적이기에 의도적으로 모르는 체하는 사이에 마켓과 미용실, 교회와 학교, 지하철역 등 우리의 일상이 머무는 곳에서 총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컬럼바인 고등학교, 버지니아 공과대학교, 샌디 훅 초등학교에 이어 이번에는 유밸디 롭 초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무고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총기 난사 사건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가 되어 미국 사회에 또 하나의 비극이라는 무늬를 새겨 놓았습니다. 아무리 미국의 수정헌법 2조가 ‘무기를 소유하고 휴대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는 침해할 수 없다’라고 규정한다고 할지라도, 18살짜리 청소년이 반자동 소총과 수백 발의 총알을 구입하는 것이 술을 구하기보다 쉬운 현실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총기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인터넷 총기 거래를 규제하고, 총기 구매 희망자의 신원조회를 강화해야 한다는 등의 총기 규제안이 등장해도 이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에 의해서 흐지부지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미국은 인구보다 많은 4억 정의 총기가 퍼져나갔습니다.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보다 총기 사고로 목숨을 잃는 아이들의 숫자가 더 많은 나라가 되었고, 하루에 거의 두 건 정도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지는 험한 나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학교나 교회에 갈 때도, 미용실이나 마켓에 들릴 때도, 지하철을 타거나 프리웨이를 운전할 때도 총에 맞을까 봐 걱정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엄청난 사건 앞에 절망하며 또다시 잊힌 상처로 남을까 봐 두려워하는 세상을 향해 성경은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이 일이 그대들과는 관계가 없는가?”(예레미야애가 1:12)


지금까지는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살았을지 모르지만, 더는 모른 체 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 땅은 우리가 사는 곳이기도 하지만, 우리의 자녀들이 살아가야 할 땅입니다. 그 세상을 안전하고 아름답게 만드는 책임은 우리에게 있습니다. 


미국 사회가 총기 사고로부터 안전한 세상이 되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텍사스 유밸디에서 일어난 총기 참사로 자녀와 가족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큰 위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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