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드레스 > 칼럼 | KCMUSA

아리랑 드레스 > 칼럼

본문 바로가기

칼럼

홈 > 목회 > 칼럼

아리랑 드레스

페이지 정보

작성자 | 작성일2022-06-28 | 조회조회수 : 5,491회

본문

삶의 세 가지 요소를 흔히들 ‘의식주(衣食住)’라고 부릅니다. ‘입는 옷(衣), 먹는 음식(食), 사는 집(住)’의 순서는 사람이 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옷이라는 뜻을 품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곤궁한 상태를 표현할 때도 '굶주리고 헐벗다'가 아니라 '헐벗고 굶주리다’로 표현합니다. 안 입고는 살아도 먹지 않고는 살 수 없을 텐데도 옷 입는 것을 중시하게 된 것은 예의와 체면을 중시하는 유교문화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전쟁이 막 끝난 1950년대 한국은 먹고 사는 문제로 급급했습니다. 멋진 옷을 입는 것은 상상도 못 할 때였습니다. 한국 최초의 패션 디자이너로 꼽히는 노라 노는 미국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귀국했을 때 “우리나라의 한 사람당 국민총소득이 겨우 87달러, ‘몸빼’바지가 생활복인 현실”이었다고 회상합니다. 


패션이라는 말조차 낯설었던 시절에 미스코리아 오현주 양이 1959년 미국에서 열린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서 ‘아리랑 드레스’란 애칭을 얻은 양단 드레스로 의상상을 탔습니다. 노라 노가 디자인한 ‘아리랑 드레스’는 그 이름처럼 한복의 치마저고리 유형을 서양의 드레스와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옷이었습니다. ‘아리랑 드레스’는 이후 해외에 나간 여성들이 즐겨 입는 옷이 되어 세계 곳곳에 한국 의상의 아름다움을 알렸습니다. 


‘아리랑 드레스’는 국가 등록문화재 제613호로 등재되어 한국현대의상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습니다. 전통 복식과 서구 복식의 절충 또는 융합을 시도한 ‘아리랑 드레스’는 당시 멋쟁이들의 옷으로 유행했을 뿐 아니라 결혼식에서 신부가 입는 웨딩드레스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오늘 예배 후에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아리랑 드레스’를 실물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전계숙 권사님께서 결혼식 때 입으셨던 웨딩드레스를 고이 간직하셨다가 결혼 60주년을 맞아 그 옷을 꺼내 입으시고 리마인드 웨딩을 하기 때문입니다. 동양과 서양의 디자인이 조화를 이룬 ‘아리랑 드레스'야 말로 이민자로 사는 우리의 모습을 상징하는 옷일 것입니다. 


전흥식 장로님과 전계숙 권사님은 1962년 6월 30일에 우리 교회에서 최영용 목사님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리셨습니다. 그 당시 미국에 와 있던 유학생들이 다 그랬던 것처럼 성대한 결혼식을 할 수 없어 케이크와 음료수만 차려놓고 했던 조촐한 결혼식이었습니다. 


20대의 꿈 많던 청춘으로 시작했던 두 분의 삶은 60년이 지나면서 80대의 중후한 모습으로 변했습니다. 그동안 가정을 꾸리고 자녀들을 잘 키웠고, 맡은 일을 성실히 감당하며 이민자의 길을 한결같이 걸어왔습니다. 흔들릴 때마다 붙잡아주는 신앙이 있었기에 곁길로 가지 않았습니다. 돌아보면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기에 감사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전흥식 장로님과 전계숙 권사님은 지난 60여 년 동안 우리 교회를 섬기며 교우들에게 많은 기도와 사랑의 빚을 졌다고 하시면서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팬더믹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교회와 교우들을 격려하기 위해 두 분의 결혼 60주년을 맞아 간단한 리마인드 웨딩 예식과 함께 친교실에서 점심 식사를 나누게 됩니다. 


리마인드 결혼 예식은 결혼식을 올릴 때 맺었던 약속을 기억하고 다시 한번 그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입니다.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살아왔던 시간을 돌아보며 그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인생의 숱한 어려움을 두 손 꼭 붙잡고 함께 지나왔음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60년 결혼 생활을 통해 얻은 자녀들과 손주들, 교우들과 친지들이 모여 나누는 기쁨의 축제입니다. 


리마인드 결혼식은 예식을 올리는 두 분만이 아니라 예식에 참석하시는 모든 분도 자신의 결혼 생활을 돌아보면서 결혼식을 올릴 때 가졌던 약속을 다시 다짐하고, 지금까지 결혼 생활을 통해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처음 올렸던 결혼식이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함 가운데 출발했던 서툰 발걸음이었다면, 리마인드 결혼식은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을 돌아보며 두려움을 평안으로, 불확실함은 확신으로 인도하신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믿음의 고백을 안고 나아가는 힘찬 발걸음입니다. 


60년 전으로 돌아가서 늠름한 모습으로 신랑의 자리에 서시는 전흥식 장로님과 ‘아리랑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입장하시는 전계숙 권사님의 삶과 이 예식의 증인으로 서시는 모든 분의 삶 속에 하나님의 은혜와 복이 계속해서 임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KCMUSA,680 Wilshire Pl. #401,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