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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을 마음에 새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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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2-07-26 | 조회조회수 : 4,62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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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6월 25일 새벽, 선전포고도 없이 시작된 북한군의 기습 남침으로 한국전쟁이 일어났습니다.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2년이 지났지만, 한국전쟁은 미국에서 쓰는 표현대로 여전히 ‘잊혀진 전쟁(The Forgotten War)’입니다. 


누군가에는 별 관심 없이 잊혀질 수밖에 없는 전쟁일지 모르지만, 한국 전에 참전한 참전용사나 그의 가족, 혹은 한국전쟁에서 목숨을 잃거나 실종된 이들의 가족에게는, 또 미국을 비롯한 유엔군의 도움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음을 아는 이들에게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전쟁입니다. 


하와이에서 사역할 때였습니다. 한국전쟁 참전 용사의 무덤 중에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무명용사의 무덤이 펀치볼 국립묘지에 많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록 누구도 찾지 않았던 그분들의 무덤을 찾아 적어도 감사의 마음이라도 전하고 싶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나라의 부름에 응답해 목숨을 바친 이들에게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담은 꽃 한 송이씩을 꽂아드리기 위해 교회에서 국화 200송이를 준비해서 교우들과 함께 참전 용사의 묘를 찾았습니다. 


‘US UNKNOWN’이라는 큼지막한 글씨 아래에 ‘KOREA’라는 작은 글씨가 붙은 낡은 묘비가 오랜 만에 찾아온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아 주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국화 200송이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 반의 반도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곳에는 800기 이상의 무명용사의 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듬해에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800개 이상 준비해서 한국전쟁 무명용사의 묘를 찾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기가 100개 이상 남았습니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동안 미 국방성에서 DNA 조사를 통해 신원이 확인된 유해를 가족들의 품으로 돌려보냈다고 했습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참전 용사의 신원을 확인하고, 실종된 이들의 유해를 찾아 반환해 오는 노력이 계속되는 것을 보면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고귀한 희생을 기억해주는 멋진 국가의 품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는 7월 27일에, 또 하나의 멋진 일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한국전쟁 정전 협정 체결 69주년 기념일을 맞아 워싱턴 DC 한복판, 내셔널 몰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공원에서는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의 이름이 새겨진 ‘추모의 벽’ 제막식이 열립니다. 


높이 1미터, 길이 50미터의 짙고 단단한 화강암으로 된 추모의 벽에는 미군 36,595명의 이름과 그들과 함께 배속돼 싸우다 희생된 한국 카투사 7,174명의 이름 등 총 43,769명의 이름이 빼곡히 새겨집니다. 


이 추모의 벽을 세우는데 드는 예산 2,420만 달러 중 직접 공사비 2,360만 달러는 한국 정부에서 부담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를 위해 싸워 준 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그들의 이름을 새기기 위해 적지 않은 예산을 쓴 한국 정부가 자랑스럽습니다. 


70여 년 전, 기껏해야 2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한국 전쟁에 참전해서 목숨을 잃은 미국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억하는데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동역자들의 이름을 기억했던 바울이 떠올랐습니다.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편지하면서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가 온 것을 기뻐한다’라고 하면서 ‘너희는 이런 사람들을 알아 주라’(고전 16:18)라고 권면했습니다. 또, 바울은 자신과 함께 사역했던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면서 로마서를 매듭지었습니다. 


바울이 불렀던 이름들은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 뭉클하고, 고맙고, 보고 싶은 사람들의 이름이었습니다. 우리의 삶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생각할수록 그리운 이들의 이름 말입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한국전쟁 기념공원에 세워지는 추모의 벽에 새겨진 고귀한 이름들을 떠올리며 그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우리나라가, 오늘의 우리가 있음을 기억합니다. 그뿐 아니라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위해 희생하고, 사랑과 기도로 인도해 준 그 아름다운 이름들을 떠올리며 화강암으로 된 멋진 추모의 벽은 아닐지 모르지만, 평생 지워지지 않는 마음에 그들의 이름을 새겨봅니다.


그리고, 그 마음에 새겨진 이름 뒤에 한 마디를 더 붙입니다. ‘고맙습니다. 당신이 있었기에 제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기도합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기억될 소중한 이름이 되게 해 달라고’ 말입니다.


이창민 목사(LA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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