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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윤택 교수의 문학 칼럼] 『빙점』 22. 도오루: 오직 하나뿐인 오빠의 사랑과 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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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10-26 | 조회조회수 : 1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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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따뜻한 이름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랑이 사람을 살리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랑은 보호가 되고, 어떤 사랑은 감옥이 됩니다. 어떤 사랑은 상대를 자유롭게 하지만, 어떤 사랑은 상대를 자기 곁에 묶어 두려 합니다. 『빙점』의 도오루는 이 두 얼굴을 함께 가진 인물입니다.


『빙점 해동』은 도오루를 “오직 하나뿐인 오빠의 사랑과 죄”라는 제목으로 다룹니다. 도오루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인격자 아버지, 아름다운 어머니, 귀여운 여동생 루리코에게 둘러싸여 자란 소년입니다. 그러나 루리코의 죽음과 요코의 입양은 그의 평온한 인생을 흔듭니다. 요코를 통해 그는 부모의 문제, 가정의 균열, 이성에 대한 사랑, 질투의 고통을 알게 됩니다. 『빙점 해동』은 요코가 “바람이 전혀 없던” 도오루의 인생을 동요시키는 존재였다고 해석합니다. 


도오루의 사랑은 처음에는 아름답습니다. 그는 요코를 불쌍히 여깁니다. 아버지 게이조가 요코를 충분히 안아 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요코가 어두워질 때까지 돌아오지 않는데도 식사를 하는 아버지를 향해 항의합니다. 『빙점 해동』은 도오루가 요코를 한 사람의 인생으로, 행복해야 할 존재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부모에게 요코는 적의와 판결의 도구였지만, 도오루에게 요코는 점차 보호받아야 할 인격이 됩니다. 


여기까지 도오루의 사랑은 복음적 빛을 품고 있습니다. 사랑은 타인을 기능으로 보지 않고 인격으로 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게이조와 나쓰에가 요코를 자기 죄와 복수의 도구로 대할 때, 도오루는 요코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가집니다. 그의 눈은 부모보다 먼저 열립니다. 이것은 사랑의 선한 가능성입니다.


그러나 『빙점』은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도오루의 사랑 안에도 죄가 있음을 보여 줍니다. 그는 요코를 지키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요코를 자기 곁에 두고 싶어 합니다. 『빙점 해동』은 도오루에게 강한 “소유 관리욕”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그는 요코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알고 싶어 했고, 요코를 자기 눈과 손이 닿는 곳에 두고 싶어 했습니다. 그는 오빠이고, 부모이고, 애인이기를 바랐습니다. 


이것이 도오루의 죄입니다. 그는 요코를 사랑하지만, 요코의 자유까지 사랑하지는 못합니다. 요코가 기타하라와 가까워지는 것을 바라면서도 질투하고, 기타하라와의 관계를 은근히 교란합니다. 요코가 자기와 결혼할 수 없다면 자신이 소개한 사람과 결혼하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습니다. 이것은 보호의 이름을 쓴 소유입니다. 사랑처럼 보이지만, 깊은 곳에는 “너는 내 세계 안에 있어야 한다”는 욕망이 있습니다.


성경적 사랑은 소유하지 않습니다. 고린도전서 13장의 사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하지 않습니다. 참된 사랑은 상대를 내 욕망의 성 안에 가두지 않고, 하나님 앞에서 자유로운 인격으로 세웁니다. 그러나 죄에 물든 사랑은 언제나 배제를 동반합니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은 처음에는 헌신처럼 보이지만, 결국 상대의 길을 좁힙니다.


요코는 도오루의 사랑을 압니다. 그의 친절과 인내와 따뜻함을 압니다. 그러나 요코가 도오루에게 느끼는 것은 남녀 간의 연모가 아니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 주는 육친적 사랑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빙점 해동』은 요코가 유서에서 “지금 요코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오빠”라고 쓰는 대목을, 남성으로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받아 주는 따뜻한 가족적 사랑을 그리워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도오루의 비극은 이 차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오빠의 사랑으로 요코를 살릴 수 있었지만, 애인의 사랑을 요구하면서 요코를 더 무겁게 만들었습니다. 사랑은 때로 자기 자리를 지킬 때 가장 거룩합니다. 오빠는 오빠로 남아야 하고, 부모는 부모로 남아야 하며, 목자는 목자로 남아야 합니다. 사랑이 자기 경계를 잃을 때, 보호는 소유가 되고, 헌신은 지배가 됩니다.


도오루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을 정말 자유롭게 하고 있는가? 혹시 보호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묶고 있지는 않은가? 사랑은 상대를 나의 빈자리로 끌어오는 일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그의 자리를 존중하는 일입니다. 도오루의 사랑은 따뜻했지만, 그 안에도 빙점이 있었습니다. 『빙점』은 바로 그 사랑의 얼음을 우리에게 보게 합니다. <계속>


임윤택 교수(선교신학자, 미주 장신대학교 선교학 박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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