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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목회, 섬기며 받은 세 가지 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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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10-23 | 조회조회수 : 3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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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자의 자녀를 흔히 “어항 속의 물고기”에 비유합니다. 지역교회에서 목회자는 공인으로 살아가기에 자녀들에게도 ‘자신의 삶’보다 ‘목회자의 자녀로서의 삶’이 은연중에 요구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목회를 마치면서 아이들에게 “고생했다”고 위로하였습니다. 그런데 아들이 뜻밖의 우스갯말을 했습니다. 좋은 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교회 농구장에서 운동하려고 사찰 집사님에게 열쇠를 받으러 갈 때면 친구들이 꼭 자신을 보냈다는 것입니다.


20여 년 동안 목회 현장에서 살아오면서 자신의 필요와 욕구보다는 교회와 성도들의 요청에 응답하며 지냈습니다. 때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과 긴장 속에서 개인적인 시간과 자유를 포기해야 할 때도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은퇴한 지금, 지나온 목회의 여정을 되돌아보니 희생과 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목회라는 거룩한 소명을 통하여 하나님께서 저와 가족에게 베풀어 주신 복이 얼마나 컸는지를 새삼 깨닫습니다.

   

첫째, 성도들을 가르치기 위한 지성적 노력이 오히려 자신의 성숙을 가져왔습니다. 목회자는 끊임없이 배우고 연구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매주 설교를 준비하고, 성경을 강의하며, 성도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하여 성경과 신학, 다양한 상식을 공부해야 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전하려면 먼저 제가 말씀을 이해하고 소화해야 했습니다. 때로는 어려운 신학적 문제와 씨름했고, 급변하는 세상을 성경적으로 해석하기 위하여 역사와 철학, 사회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할 수 없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이러한 지성적 노력은 성도들을 위한 수고였지만, 가장 큰 유익을 얻은 사람은 바로 저 자신이었습니다. 가르치기 위하여 배웠지만, 배우는 과정에서 제가 먼저 변화되었습니다. 성도들에게 말씀을 전하기 전에 그 말씀이 저 자신의 생각과 삶을 새롭게 하였습니다. 목회는 저에게 평생 공부하는 특권을 주었고, 지성과 영성이 함께 성장하는 은혜로운 기회가 되었습니다.

   

둘째, 교회를 위한 부지런한 봉사가 저를 세상의 불필요한 일들로부터 지켜주었습니다. 목회자의 하루는 참으로 분주합니다. 설교 준비와 심방, 상담과 회의, 교회의 여러 행사와 예상하지 못한 긴급한 일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때로는 이러한 분주함이 부담스럽고 개인적인 자유를 제한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돌아보니 거룩한 일에 몰두하는 삶 자체가 하나님의 보호하심이었습니다. 세상에는 우리의 시간과 마음을 빼앗는 허다한 일들이 있습니다. 무익한 논쟁과 헛된 경쟁, 지나친 욕심과 소모적인 인간관계에 마음을 빼앗기기 쉽습니다. 그러나 교회와 성도들을 섬기는 일에 마음을 쏟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러한 일들과 거리를 두게 되었습니다. 물론 분주함 자체가 경건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분명한 소명과 목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삶은 많은 유혹과 허망한 일들로부터 저를 보호해 주었습니다. 성도들의 요구를 위하여 시간을 바쳤다고 생각했지만, 하나님께서는 저 자신의 욕구를 제어하며 삶을 지키셨습니다. 봉사는 희생인 줄 알았지만, 동시에 보호의 은혜였습니다.

   

셋째, 성도들의 기도는 저와 가족을 지탱해 준 귀한 복이었습니다. 목회자는 성도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새벽마다 사명감을 가지고 약 20페이지에 달하는 기도 제목을 놓고 성도들을 위하여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목회의 세월을 돌아보니 오히려 성도들이 저와 가족을 위하여 드린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강단에 설 때마다 목회자를 위하여 기도하는 성도들이 있었고,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물로 중보하는 기도의 동역자들이 있었습니다. 저의 건강과 사역뿐 아니라 아내와 자녀들을 위하여 기도해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목회자의 가정은 때때로 교회의 기대와 사역의 부담을 함께 감당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부담만큼이나 성도들의 사랑과 기도라는 특별한 은혜도 누렸습니다. 가족에게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함께 염려해 주었고,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기뻐해 주었습니다. 오늘날 저와 가족이 누리는 평안과 감사의 배후에는 하나님의 은혜와 더불어 수많은 성도의 기도가 있었음을 믿습니다. 저는 성도들의 목회자였지만, 성도들은 저와 가족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보내신 기도의 동역자들이었습니다.

   

이제 은퇴하여 목회의 현장에서 한 걸음 물러나 보니, 목회는 일방적으로 베푸는 사역이 아니라 서로 은혜를 주고받는 삶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성도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배웠고, 교회를 섬기면서 제 삶이 보호받았으며, 성도들을 위하여 기도하면서 오히려 그들의 기도로 저와 가족이 복을 받았습니다. 목회는 저에게 희생을 요구하였지만, 그보다 더 많은 은혜를 선물하였습니다.

   

사도 바울은 빌립보 교인들을 생각하면서 “내가 너희를 생각할 때마다 나의 하나님께 감사하며”(빌 1:3)라고 고백하였습니다. 은퇴한 목회자의 마음에도 이와 같은 감사가 있습니다. 지나간 세월의 수고와 긴장은 점차 희미해지지만, 함께 말씀을 나누고 사랑하며 기도하던 성도들의 모습은 더욱 선명해집니다. 목회자로서 성도들에게 준 사랑보다 그들을 통하여 받은 사랑이 더 컸음을 깨닫습니다. 그러므로 이제 저는 지나온 목회를 후회나 아쉬움보다 감사로 기억합니다. 목회는 제가 하나님과 교회를 위하여 바친 사명의 삶이었지만, 동시에 하나님께서 교회와 성도들을 통하여 저를 빚으시고 복 주신 은혜의 여정이었습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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