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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하지 않는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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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10-21 | 조회조회수 : 1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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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마을에 ‘Silver Bell(은종)’이라는 이름의 여관이 있었습니다. 주인은 친절했고, 시설도 훌륭했지만, 이상하게도 손님이 들지 않았습니다. 고민하던 주인은 지혜로운 스승을 찾아가 사정을 털어놓았습니다. 스승은 여관 이름을 ‘Five Bells(다섯 종)’로 바꾸고, 문 앞에는 종 여섯 개 달아 놓으라고 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을 바꾸면 그나마 오던 손님마저 끊길 것 같아 걱정이 앞섰지만, 주인은 스승의 말을 따랐습니다. 


그러자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 여관 안으로 들어와 주인에게 말했습니다. “이름은 ‘다섯 종’인데 종이 여섯 개나 달려 있네요. 하나 떼셔야겠어요.” 그렇게 실수를 지적하러 들어왔던 사람들은 깨끗한 시설과 주인의 따뜻한 환대를 경험하고 단골손님이 되었고, 여관은 날로 번창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전하는 예수회 신부이자 영성 작가인 앤서니 드 멜로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실수를 바로잡는 일에서 은근한 즐거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남의 잘못을 지적하면서 내가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순간 자신이 조금 더 우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만족을 맛본다는 것입니다.


이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요즘 다니기 시작한 헬스장, 플래닛 피트니스(Planet Fitness)에서 만난 문구 때문입니다. 건강을 위해, 혹은 멋진 몸을 만들기 위해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은 ‘No Critics’, 곧 ‘비판 금지’라는 글귀입니다. 다른 쪽 벽에는 이곳의 경영 철학인 ‘Judgement Free Zone (판단하지 않는 공간)’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누가 얼마나 무거운 무게를 드는지, 몸매가 어떤지, 운동을 얼마나 잘하는지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해도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되, 필요하다면 더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힘껏 돕겠다는 뜻입니다. 


그 글귀를 들여다보다가 교회를 생각했습니다. 교회도 서로에게 도전과 영감을 주며 하나님께 더 가까이 나아가도록 격려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격려는 비판이나 판단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사랑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받아 주신 것도 우리가 완벽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우리의 부족함을 다 아시면서도 먼저 품어 주셨기에, 우리가 오늘 여기에 있습니다. 판단은 사람을 밀어내지만, 사랑의 환대는 사람을 머물게 합니다.


‘다섯 종 여관’에 실수를 지적하러 들어왔던 사람들이 단골이 되었듯이, 세상의 날카로운 말에 상처받고 날 선 시선에 눌린 채 우리 교회를 찾아온 사람들이 교우 여러분들의 사랑과 따뜻한 환대 속에서 오래 머물고 싶어지는 교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제 판단을 멈추고, 서로에게 이렇게 말해 주면 좋겠습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 교회는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입니다. 당신은 이곳에 꼭 필요한 사람입니다!” 그럴 때 우리 교회는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판단하지 않는 공동체(Judgement Free Community)’가 될 것입니다.


이창민 목사(시온연합감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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