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환의 쓴소리 단소리] 운전면허증이 사라지는 날
페이지 정보
본문
자율주행차(Self-Driving Car)라고 해서 “그런 게 있는가 보다” 하고 살아오다가 내가 직접 체험해 보니 “어? 이거 정말 말이 되네”라고 생각이 바뀌고 있다.
자동차가 LA처럼 프리웨이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도시에서 운전자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알아서 운전해 준다고? LA 다운타운을 지날 때면 자칫 레인 체인지 한 번 놓치는 순간 엉뚱하게 롱비치 바닷가나 산타모니카 비치 쪽으로 밀려가기 일쑤다. 그런데 사람도 아닌 자동차가 스스로 눈을 똑바로 뜨고 복잡한 교통 표지판을 식별해 가며 차선을 정확하게 바꾸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준다고 하니 믿기 어려웠다.
그런데 어느 날 딸이 운전하는 테슬라 모델 Y를 타고 자율주행을 시험해 보았다. 운전대에서 손을 떼는 순간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지만, 몇 마일을 자동차가 저절로 달려가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제법 스톱사인 앞에서 멈추기도 하고, 좌회전·우회전도 스스로 하면서 알아서 잘 달리는 것이 아닌가.
차량 주변을 감지하는 카메라와 각종 센서가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하고 나니 그때부터 조금씩 걱정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
물론 갑자기 사람이 뛰어들거나 옆 차가 새치기하듯 끼어들 때는 즉시 핸들을 잡고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 그 순간 수동 운전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테슬라만 그런 것도 아니다. LA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는 ‘웨이모(Waymo)’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차가 이미 승객을 태우고 거리를 달리고 있다.
그런데 테슬라나 웨이모는 저리 가라며 아예 자동차의 핸들과 브레이크까지 없애 버린 ‘깡통 자동차’가 등장했다니, 도대체 자동차는 어디까지 가려고 이러는 것일까? 그 발달 속도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 자동차는 바로 아마존이 소유한 자율주행 기업 ‘Zoox(죽스)’가 개발한 로보택시다. 운전대와 페달 등 전통적인 운전 장치가 아예 없고, 승객이 마주 보는 형태의 좌석을 갖춘 목적 맞춤형 차량이다.
아마존의 이 같은 도전에 테슬라가 즉각 반격에 나섰다. 테슬라는 핸들과 페달이 없는 ‘사이버캡(Cybercab)’을 개발해 마침내 텍사스 오스틴에서 제한적인 상업 운행에 들어갔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연방정부는 출시 직후 테슬라의 사이버캡 인증 과정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니 귀추를 두고 볼 일이다.
좌우지간 테슬라의 자율주행차에 겨우 익숙해지려는 참인데, 이번에는 아마존과 테슬라가 아예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자동차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정말 자율주행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가 코앞에 다가온 것 아닌가 싶다.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이것이다. 그럼 운전면허증은 왜 필요하지? 운전면허증이 운전자의 운전능력을 평가해 주는 허가증이라면, 자율주행차가 운전 면허증을 대신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지 않을까?
5년마다 갱신하기 위해 DMV를 찾아가 긴 줄에서 허송 세월 할 필요도 없어질 것이다. 특히 시니어들에겐 운전면허 갱신 때마다 가장 걱정되는 게 눈 검사다. “이번에도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DMV를 향하던 무거운 발걸음도 필요 없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렇다면 미국 사회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으뜸 신분증’ 가운데 하나인 운전면허증도 언젠가는 사라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저녁 운전이 어렵거나 시력 때문에 프리웨이 운전을 망설이는 시니어들에게는 ‘노 핸들, 노 브레이크’ 시대의 최대 ‘행운아’가 되는 셈이다.
병원에 갈 때 자녀들에게 라이드를 부탁하지 않아도 된다. 교회에 갈 때 누구의 차를 얻어 타야 하는 불편도 사라질 것이다. 그로서리 마켓에 갈 때도, 시니어 데이케어 센터에 갈 때도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다. 노인들에게 말 그대로 ‘신세계’가 열리는 셈이다. 살다 보니 정말 이런 좋은 세상이 열릴 줄이야!
그렇다면 정말 자율주행을 믿어도 될까? 그게 문제다.
현재 공개된 자료를 보면 자율주행 기술의 안전성은 상당히 고무적이다. 예를 들어 웨이모는 2026년 3월 말까지 2억2천만 마일 이상의 완전 자율주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간 운전자와 비교해 중상 또는 치명상을 초래하는 충돌이 94% 적었다고 발표했다. 부상 사고도 82% 적었다고 한다.
물론 이 통계를 놓고 모든 자율주행 자동차가 인간보다 안전하다는 뜻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율주행 기술이 이미 우리의 상상을 현실로 바꾸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다.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갈 때도 우리는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하는 것 아니냐”며 현기증을 느꼈다. 지금은 AI 시대의 무한한 발전 속도를 바라보며 또다시 현기증을 느낀다.
그러나 더 이상 현기증을 느낄 필요는 없다. 무조건 앞서가며 흥분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고 시대의 변화를 두려워하며 뒤로 물러설 필요도 없다.
삶에 유익을 가져다 주는 시대적 변화라면 감사함으로 받아들이고 지혜롭게 적응하는 것, 그것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가 아닐까.
조명환 목사(크리스천 위클리 발행인)
- 이전글평화의 강물에 작은 물 한 방울 26.09.09
- 다음글[이상기 목사의 목양칼럼] 제1회 남가주한인원로목사회 하모니카합주단 공연! 26.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