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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던지는 자의 실로암] 역사 속에 자신을 드러내시는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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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9-04 | 조회조회수 : 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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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신자 때, 하나님께서 나를 떠나신 것 같은 느낌 때문에 심히 괴로워한 적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성경을 읽고 설교를 듣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을 알아갑니다. 때로는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 하나님의 손길을 깨닫기도 합니다. 드물게 신비한 체험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신학자 볼프하르트 판넨베르그(Wolfhart Pannenberg, 1928–2014)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역사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신다.”

   

판넨베르그를 중심으로 여러 신학자가 함께 쓴 『역사로서의 계시』(Revelation as History)는 바로 이 문제를 다룬 책입니다. 이 책의 중심 주제는 의외로 단순합니다. 하나님께서는 자신에 관한 지식을 하늘에서 떨어뜨려 주시는 분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행동하심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여주시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이 하나님을 알게 된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나는 구원의 하나님이다”라는 교리를 가르치고, 그것을 이스라엘에게 암기하게 하신 것이 아닙니다. 노예가 되어 고통받던 그들을 이집트에서 해방시키셨습니다. 홍해를 건너게 하시고 광야에서 인도하시며 약속의 땅으로 이끄셨습니다. 이스라엘은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경험하면서 “우리를 구원하신 분이 여호와이시다”라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먼저 행동하셨고, 백성은 그 행동을 통하여 하나님을 알았습니다.

   

물론 하나님의 말씀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말씀과 하나님의 행동을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내가 너희를 구원하겠다”는 약속은 개념에 머물지 않고, 실제로 하나님께서 그들을 구원하실 때 더욱 분명해집니다. 말씀은 하나님의 행동을 약속하고 설명하며, 하나님의 행동은 그 말씀이 참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의 역사가 서로 맞물려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절정에 이릅니다. 초대교회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이며 구원자라고 믿었던 것은 그분의 훌륭한 가르침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예수님의 삶과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사건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부활은 판넨베르그에게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원래 죽은 자의 부활은 역사의 마지막 날에 일어날 사건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마지막 날에 일어날 일이 예수 그리스도에게 먼저 일어났습니다.

   

그래서 판넨베르그는 예수님의 부활을 미래가 현재 속으로 미리 들어온 사건으로 보았습니다. 아직 역사의 마지막은 오지 않았지만, 하나님께서 마지막에 이루실 일이 예수님의 부활을 통하여 우리에게 미리 보였다는 것입니다. 마치 먼동이 트기 전, 아직 떠오르지 않은 태양을 미리 보여주는 것과 같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기독교 신앙은 역사에서 도피하는 신앙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역사의 밖에 숨어 계시는 분이 아니라 역사 속에서 일하시는 분입니다. 더욱이 하나님의 역사는 몇몇 특별한 사람들만 알고 있는 비밀이 아닙니다. 출애굽도, 예수님의 십자가도, 초대교회의 탄생도 역사 속에서 일어난 사건입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은 인접 학문과 대화하면서 세상을 향하여 자신의 믿음을 설명하고 증언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어떠해야 할까요? 『역사로서의 계시』의 마지막 논문은 매우 중요한 대답을 줍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계시를 소유한 곳이 아니라 하나님의 계시를 증언하는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교회가 하나님을 독점할 수 없습니다. 교회보다 하나님이 먼저 계시고, 교회보다 하나님의 행동이 먼저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기억하고 전하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하나님의 미래를 기다리는 공동체입니다.

   

이러한 생각은 오늘의 우리에게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지나간 역사만 바라보면서 “하나님께서 그때 그렇게 일하셨다”고 고백하는 데 머물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역사를 이끌어 가시며, 우리는 아직 그 역사의 마지막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신앙에는 기억과 소망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과거에 행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면서 동시에 앞으로 이루실 하나님의 약속과 그 완성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우리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겪는 한 사건만 가지고 하나님의 뜻을 모두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고난을 당할 때 우리는 그 이유를 알 수 없고, 실패했을 때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 묻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삶도 아직 그 의미가 다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우리는 지금 품고 있는 많은 의문의 답을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될 것입니다.

   

판넨베르그의 『역사로서의 계시』를 읽으면서 저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께서는 역사를 통하여 자신을 드러내시며, 그 역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역사의 마지막이 어떠할지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이미 보여주셨습니다. 결국 하나님의 역사는 죽음이 아니라 생명과 승리를 향하여 나아갑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은 과거를 기억하면서 현재를 성실하게 살아가고, 아직 오지 않은 하나님의 미래를 소망하는 사람입니다. 역사는 단순히 흘러가는 시간이 아닙니다. 믿음의 눈으로 바라볼 때, 역사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며 우리를 당신의 미래와 완성으로 이끌어 가시는 자리입니다.


민종기 목사(충현선교교회 원로, KCMUSA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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