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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컨의 근대적 망령과 ‘생태적 회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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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작성일2026-02-20 | 조회조회수 : 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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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화이트아웃(whiteout)의 습격. 미국 인구 절반을 멈춰 세운, 이번 역대 최악의 기상 재앙은 단순한 한파를 넘어, 기후 위기가 인류의 생존을 직접 위협하는 ‘살인적 재난’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경종이다.


이는 북극발 기류(polar vortex)가 남하하면서 발생한 자연 현상이지만, 기후 변화와 기반 시설 취약성으로 인해 재난 피해가 증폭된 ‘복합 재난’ 성격이 강하다.


지구가 뜨거워질수록 대기는 더 거대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자연은 그 넘치는 힘을 더 파괴적인 폭풍과 홍수로 쏟아내고 있다. 심각한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한 생태계 붕괴와 생물 다양성 상실은 지구의 자정 능력을 넘어선, 무분별한 자원 수탈과 과잉 소비에 기댄 현대 문명의 자화상이기도 하다.


현재 전 세계 인구는 약 83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 UN은 2050년 인구가 약 97억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 우리는 지금 매년 약 7,000만 명, 즉 3주마다 로스앤젤레스시 인구만큼의 사람을 지구에 보태고 있다. 인류 역사의 1,000분의 1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체 인구 증가의 90%가 이루어진 것이다.


인구 증가에 비례하여 지구 생태계는 전례 없는 속도로 파괴되고 있다. 단 하루 동안 일어나는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매분마다 축구장 약 10개 면적의 열대 원시림이 사라지고 있으며, 매일 1억 4천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어 기후 위기를 가속하고 있다. 생태계의 붕괴로 인해 매일 최대 100여 종의 동식물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자취를 감추고 있으며, 인간의 무분별한 토지 이용으로 하루 6,500만 톤 이상의 비옥한 토양이 침식되고 있다. 이것이 지금 이 순간, 우리 생태계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이다.


생태계를 이런 식으로 파괴시킬 권한을 누가 우리에게 허락했는가? 생태계의 얽히고설킨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인간은 이러한 파멸로부터 비켜 있기라도 하는가.


“주여, 나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로 시작되는 ‘평화의 기도’라는 노래로 유명한 아시시의 성 프란시스코는 자연의 친구였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을 포함한 모든 피조물의 맏형으로서 “모든 피조물보다 먼저 나신 분”(골 1:15)과 “자기의 능력 있는 말씀으로 만물을 보존하시는 분”(히 1:3)으로 인식했다.


그의 사상에 반영된 생태영성은 하나님이 만든 피조세계를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한다. 우리와 자연을 “하나님의 형제요 자매”라고 하는 보편적인 형제애 사상은 생태환경의 위기 앞에 놓인 모든 인류에게 자연을 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을 요청한다. 생명적 연대가 깨진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자연을 떠나 살 수 없는 인간에게 근본적 위기를 가져다준다.


우리 자신이 창조하지 않은 것을 파괴할 권리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자연을 형제로 인식하는 프란시스코의 생태영성과 실천은 기술문명의 도래와 함께 자연을 도구와 약탈의 대상으로 보는 ‘인간중심적 문화 양식(anthropocentric cultural mode)’에 대한 강력한 도전이 된다.


자연을 사슬 묶어 노예로 부리려던 프랜시스 베이컨의 근대적 망령은, 이제 그 사슬의 끝에 인간을 묶어 멸종의 심연으로 끌어당기고 있다. 이러한 ‘도구적 자연관’은 자연을 무한히 인출 가능한 ‘데이터와 자원의 자판기’로 전락시켰다. 이에 반해 “나는 살고자 하는 생명이며, 역시 살고자 하는 다른 생명에 둘러싸여 있다”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생명 경외 사상’은 착취의 악순환을 끊고 생명의 연대로 우리를 안내한다.


하나님이 이 세상을 창조하시고 보존하시는 사역과, 생존을 위해 땅에서 땀 흘리는 인간의 노동과, 동식물의 생존 활동은 서로 무관한 행위가 아니라 생명적으로 연계되어 있다. 가장 낮은 곳의 생명 곁에 하나님의 숨결이 언제나 머묾을 기억하는 것이 ‘살림의 영성’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하나의 숨결로 엮인 ‘생명의 망(web of life)’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생태적 회심과 함께 실천에 나서는 것만이 인류와 지구가 공존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열쇠가 될 것이다.


이상명 총장(캘리포니아 프레스티지 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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