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에 능한 민족의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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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영조의 아들이자 정조대왕의 아버지 사도세자의 기행을 중심으로 제작된 영화“사도”(思悼)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곳에 등장한 왕가의 인물 중에서 사도세자의 아내이자 정조의 친어머니 혜경궁 홍씨도 등장합니다. 그분은 남편이 뒤주 속에 들어가 죽는 가운데 아들을 잘 지켜냅니다. 그리고 약 70년의 궁중생활을 4권의 한글 책 한중록으로 남겼습니다.
기록에 충실한 한 여인의 모습이 이러한 상황이니, 당시 조선의 선비들은 물어서 무엇 하겠습니까? 한문이 만들어진 이래로 가장 기록을 많이 남긴 사람은 조선 사람 다산 정약용 선생입니다. 그의 기록은 500권의 책으로 남아있습니다. 베트남의 정신적인 지도자로 남아있는 호지민이 가장 사랑한 사람이며, 선생의 책 목민심서를 닳도록 읽었으며, 매년 정약용 선생의 제사를 지냈다고 합니다. 정약용 선생의 책은 아직도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은 것이 태반입니다. 그는 유배지에서도 썼고 다시 돌아와 경기도 양수리의 자신의 집에서도 지속적으로 기록을 남겼습니다.
모든 기록의 압권은 왕조의 역사를 약 5,000 만자로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입니다. 태조 부터 철종에 이르는 27대 임금의 기록 약 500년간을 기록하고 그 기록을 지켜냈습니다. 그 책을 잘 유지시키기 위하여 임진란 이후에는 궁궐의 춘추관에 1부를 남기고 그것을 4개로 복사하여 전국의 4군데에 보관하였습니다. 강화도의 마니산, 평북 영변의 묘향산, 강원도 평창의 오대산과 경북 봉화의 태백산이 기록이 있었던 장소였습니다. 그 기록이 갖은 전란과 방화, 파괴와 외국의 절도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보존되었습니다.
이밖에도 왕의 상황을 추적할 수 있는 중요한 기록으로 지금의 대통령 비서실에 속하는 승정원일기가 있고 왕의 메모에 속하는 일성록이 있습니다. 이중 승정원일기는 2억 글자가 넘으며 왕의 건강, 날씨, 자연재해, 타국의 상황 및 심지어 왕과 신하가 공부할 때 읽은 책 이야기도 실려 있습니다. 이것도 유네스코의 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선비의 나라로 불린 조선이 왕으로부터 신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심지어 초야의 민초에 이르기까지 글을 좋아하고 숭상하며 글로 기록을 남기기에 능하였습니다. 지난 세기 너무 어렵게 살다보니 제대로 기록을 남길 수가 없었는데, 저는 이 유전자가 사라졌다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 유전자가 우리 교회에도 남아있습니다. 글 사랑 모임에, 충현뉴스 편집팀에, 그리고 30년사 편집진에 말입니다.
2015년 올해에는 수십 년 동안 쌓인 주보를 뒤지고, 충현뉴스를 참고하고, 성도님들의 기억으로만 남아있는 우리교회 역사를 인터뷰하여 교정하고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충현선교교회 30년사가 나오게 되었으니 너무 기쁘고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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