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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의 공부를 마치고 귀국하여 서울 한 모퉁이의 약수터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적지 않은 책을 다 풀 수도 없는 곳에서 생활을 시작하려니 좀 힘들기도 하였지만, 그것도 잠시, 가족들은 곧 한국의 생활에 익숙하여 지기 시작했다. 하수도에 왜 냄새가 나느냐, 왜 사람들이 담배를 많이 피느냐, 왜 거리가 지저분하냐는 아이의 불평도 잠시 뿐이었다. 아이들은 속히 상황에 적응하여, 동네 아이들과 뛰어놀고, 산으로 놀러 다니고, 거리에서 사먹고, 그리고 게임하면서 언제나 나가 놀 자세가 되어있었다.

   미국으로 다시 돌아와서는 사택이 결정되지 않아서, 김영복 권사님 댁에서 두 주를 보내었다. 연로하신 권사님께서 신경을 쓰시느라 얼마나 걱정이 많으셨으랴!  돌아가신 고 김창도 장로님이 계시던 곳에서 잠시 생활하다가, 이학진 장로님이 급작스럽게 이사하면서 그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좋은 동네 치고는 렌트비가 비교적 낮아, 무엇이 고장 나도 되도록 우리 돈을 들여서 수리하고 고치면서 살았다.  

   이제 두 아이가 모두 대학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 휑하니 비인 방을 우리 부부가 지키고 있을 필요가 없어, 교회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야곱이 세겜에서 종교개혁을 하면서 벧엘로 올라가는 영적 쇄신의 심정을 가지고, 그리고 부담스럽게 좋은 환경을 이제야 털어버리고 도시의 사람들 속에 섞이고 싶어, 이사를 결정하였다. 불경기에 렌트비도 수백 불 절약할 수 있게 되어서 내심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짐을 싸고, 줄이고, 옮기면서, 이제는 인생도 정리하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보리라고 생각하였던 노트와 책들을 이제는 많이 버려야 했다. 천국에 이르기 전에는 내가 쓰던 물건을 모두 정리하여야, 뒤의 사람들이 귀챦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학생 때, 조지 래드(George Ladd)라는 유명한 성경신학자의 책이 도서관에 기증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목회자는 이사할 준비, 말씀 전할 준비, 그리고 죽을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천국에 이르기 전까지 몇 번이나 이사를 하여야 할지, 정말 번거로운 것이 이사이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 이삭, 야곱이 유목민이었다. 이 세상을 ‘나그네와 행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사는 그들에게 일상생활이었지 가끔 있는 행사가 아니었다. 아직도 나는 안정스런 생활에 길들여져 근본적으로 자기부정이 힘든 사람이 되지 않았는가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본다. 정착과 안정에 길들여져 천국 가는 이사도 귀챦게 생각하지 않을지 곰곰이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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