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가 무너진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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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불국사로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새벽에 토함산에 올라 동해의 일출과 석굴암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석굴암이 있는 곳에서 저는 나이 많은 주지 스님이 젊은 스님들을 꾸짖는 것을 보았습니다. 노(老) 스님의 주장은 구경 온 학생들을 무료로 들여보내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당연히 돈을 내는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나 봅니다. 젊은 스님들은 주지 스님을 피하여 우리에게 몰래 표를 팔고 우리를 석굴암으로 들여보냈습니다. 유적을 관리하던 젊은 스님들이 주지의 명령을 무시하고 입장권을 팔지 않았나 추측됩니다.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미래의 불자(佛子)에게 돈을 받지 말라’는 꼬장꼬장한 스님이 존경스럽습니다.
2020년 2월 9일 법주사의 주지 스님은 언론에 공개된 관련 스님들의 도박사건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발표하였습니다. 대책 위원회를 구성하여 진상을 파악하겠다는 것과 주지로서“대중과 종도(宗徒, 혹은 신도) 여러분께 그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염려와 우려를 낳게 한 점 머리 숙여 참회드린다”고 하였습니다. 한편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책임자인 스님의 겸비한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어디 종교적 권위가 손상된 곳이 그곳만이겠습니까? 지금에 이르러 기독교계도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어쩌면 목회자의 삶 속에서도 겸비한 십자가 신앙이 아니라 자기 파괴적 부패가 가득 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짜박사 학위의 남발, 천문학적인 교회 재산과 비자금, 도덕적 윤리적 타락, 염치없는 가족중심주의 그리고 일반인에게 찾아보기 힘든 종교적 확신에 찬 무례함 등이 지금 교회의 영적 지도자라 불리는 사람들에게 보이는 행태입니다. 완벽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교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일은 없어야 하는데, 교계 내부에서 개혁의 기미는 잘 보이지 않습니다.
초대교회에 있어서도 교회가 반기독교적 사회에서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은 전도하기 이전에 그리스도인이 가져야 기본적인 소양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에서 목회를 하고 있는 디모데를 향하여,“말과 행실과 사랑과 믿음과 정절에 있어서 믿는 자에게 본이 되라”(딤전 4:12)고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디모데로 하여금 성도를 가르쳐서 공동체 내부의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고 존경하도록 하라(딤전 6:2)는 명령을 줍니다. 교회가 타인들이 보기에 선하고 아름다운 무리들로 존재하려면 서로 존중하는 공동체 내부의 모습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음이 디모데에게 가르치라는 내용입니다. 첫째, 온 교회의 성도들이 존경과 존중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사람은 교회의 어른들과 재가하지 않고 기도하는 참 과부라고 합니다. 둘째로는 잘 다스리는 장로들과 목회자를 배나 존경하고 섬기라고 당부합니다. 셋째로는 안수 받은 교회의 일꾼을 훼손하지 말고 존중하고 사랑하라고 당부합니다. 넷째로는 교회에 나오지 않는 상전들을 공경하고 믿는 상전들을 더 잘 섬기라고 당부합니다. 교회의 성도는 하늘나라를 세상에 보여주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불신자들에게 예수님을 소개하기 전에 성도는 서로 존경과 사랑으로 신앙공동체의 아름다움을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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