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와 체 게바라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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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중순, 도미니카 공화국을 이어서 개방된 지 얼마 안되는 쿠바 땅도 밟게 되었습니다. 쿠바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북한과 함께 아직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세계 다섯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오래 전에 읽은 <노인과 바다>를 헤밍웨이가 머물던 집 앞 해변에서 편안하게 읽고 싶었습니다. 카스트로와 함께 1959년 쿠바혁명을 달성한 아르헨티나 의사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 평전>을 그의 기념관 근처 그늘 아래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후끈한 습기가 엄습하는 아바나(Havana)공항을 나온 수요일 오후 8시부터 토요일 오후 6시 쿠바를 떠나는 그 순간까지, 책은 물론이고 컴퓨터, 인터넷, 전화기 금식까지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더위 속에서 3박 4일을 지내는 것만으로도 로스 앤젤레스가 그리웠습니다. 뜨겁게 달군 건물에 쿠바 전국에서 모인 50명 목회자들의 숙소를 생각한다면, 저희가 머물고 있는 안식교 재단의 게스트하우스는 너무도 좋은 거주 장소였습니다.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동안 교단 지도자를 위한 오전 통역 강의를 하고 토론을 하였습니다. 순수함과 열정이 가득 찬 사역자들과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소통을 한다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현지 쿠바 목사님들은 꼭 다시 와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오후에는 목사님들과 간담회를 하였습니다. 대부분의 목회자들은 자신의 생업을 가지고 목회를 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고충 속에서 목회를 하는 모습은 매우 안쓰러웠고 또한 존경스러웠습니다. 지교회를 재정적으로 도울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젊은 총회장은 전구 선교사님과 우리의 방문을 무척이나 고맙게 생각하였습니다. 성공회에서 나와 새로운 교단을 세워 10년이 지났고, 그 간에 목회자 200명, 복음전도자 200명의 적지 않은 보수적 복음주의 교단으로 발전했습니다. 우리 팀의 방문과 사랑에 너무 감사하다고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단기 팀에서 정성으로 준비한 선물 패키지와 식사제공도 사랑의 나눔이 되었습니다.
쿠바의 목회자들은 아직도 의무교육과 의료혜택과 배급을 주는 정부를 신뢰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의 스페인 통치와 미국 통치를 극복하고, 식민 지배를 벗어나 독립을 이룬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를 온 국민이 존중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그렇다고 그들 목회자들이 공산주의 사상을 신봉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공산주의 독립혁명을 부정하지 않지만, 혁명가들이 줄 수 없는 신령한 은혜를 간절히 사모하며 갈구하고 있었습니다. 50대 중반의 한 현지인 성도는 해변으로 나가 세례를 받고, 자신의 생애에서 가장 즐거운 날이라고 감사의 고백을 합니다.
우리가 만난 쿠바 목회자들은 한국의 드라마와 미국의 풍요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공산당 아래에 교회를 두기를 원하지 않았고, 자유로운 신앙생활을 위하여 체제가 주는 편안함, 즉 교육, 학위, 생활보장과 국가적 공인을 포기하였습니다. 차라리 중국의 지하교회처럼 종교에 관한 한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누리기를 원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들 성실하게 치열한 삶을 사는 목회자들은 전구 선교사님이 쿠바에서 돕기로 선택한 사람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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