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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순화시킨 사랑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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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04/6/16(수)

  
                             나를 순화시킨 사랑의 기억

  이민 사회의 목회를 하면서 긴급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성도 개개인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밀도 있는 교제와 나눔이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는 것이기에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인간의 소외가 심화되는 현대사회이기에, 이 부분에 대한 상담심리학적 준비는 더욱 시급하다.

  대개 한 사람의 내면은 긴 역사의 과정을 통하여 형성된다. 조상의 전통이 한 사람 속에 살아 숨쉬고 있고, 과거의 경험과 추억의 지층이 그 사람의 자아상과 내면적 성격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 사람의 자아형성의 역사가 사랑과 인정 속에 있었다면, 그러면서도 일정한 긴장이 그를 계속하여 자극함으로 책임 있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면, 그는 자신을 정죄하거나 혐오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현재 모습에 대하여 하나님께 감사하고 심리적 안정 속에서 살아갈 것이다.  

  차분하고 매력적인 성격과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는 것은 종종 선천적인 것도 있겠지만, 남의 도움에 의해 형성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은 것 같다. 나에게도 가족 구성원의 사랑은 나를 순화시킨 장본인이었던 것 같다.

  누구든지 추억이 서린 어린 시절의 아름다움이 있듯이, 내게도 잊을 수 없는 할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어린시절의 기억이 있다. 막내에게 빼앗긴 어머니의 사랑 대신에 내가 찾은 것은 할머니의 품이었다. 어머니는 나의 응석을 받아주시지 않으셨지만, 할머니는 정반대였다.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동생은 부모님이 외출하는 경우에는 가끔 나와 누님의 구타 대상이었다. 어머님의 꾸중이 있을 때면, 할머니의 치마폭은 “나의 산성과 견고한 망대”였다. 어머니의 매 앞에서도, 할머니는 “날 죽여라” 말씀하시면서 나를 온 몸으로 보호하셨다. 할머니께 나는 여지없이 존귀한 “도련님”이었고, 할머니와 함께 드러누운 자리에서 골백번 반복되는 같은 옛날이야기는 나를 향한 최상의 자장가였다.

  어느 해, 군내 중, 고등학교 운동회가 한창일 때,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그것을 구경하러 이웃 고등학교에 놀러간 적이 있었다. 경품을 걸고 게임을 하는 아저씨가 지나가는 여학생을 보고 “이쁜 사람은 무료로 해도 됩니다”라고 선전하였다. 나는 당장에 아저씨에게 다가가서 “나 그냥 게임하도록 해주세요”라고 말하였다. 내가 예쁘니까 나는 당연히 무료로 게임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던 터였다. 그 아저씨는 목을 뒤로 젖히고 크게 웃었지만, 나는 그것이 왜 웃음거리가 되는지 알지 못하였다. 그만큼 엉뚱하게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터였다.

  어제는 딸아이의 눈동자 색깔이 달라서 어떻게 하느냐고 걱정스럽게 아이에게 물어보았다. 딸아이는 천연덕스럽게 “내가 천재니까 그런거야”고 웃으면서 대답하였다. 천재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가 눈동자 색깔이 다른 것도 비관하지 않고 특별한 것으로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아버지에 그 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생활 중, 주말마다 놀기에 바쁜 내게 부모님이 연락도 하지 않고 면회를 오셨다. 나는 친구와 선배 장교들에게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른다. 부모님은 전방의 내가 고생스러우리라 생각하여 오셨지만, 나는 부하 사병들도 있고 친구들도 있고 외출은 자유스러웠으니 문제가 없는 터였다. 아버지를 일찍 여읜 동료가 “네 부모님이 아직도 너를 포기하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부러워하였다.  

  군대에서 소집해제 될 때, 아버지는 그 전방을 또 연락 없이 다시 오셨다. 많은 동기 장교 중에 아버지께서 오신 경우는 나밖에 없었다. 또 다시 느꼈던 당혹감과 부끄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여 보면 이 같은 부모님의 사랑과 관심이 나의 건전한 자아상을 유지시키는 힘이었다는 생각이 떠나지를 않는다.

  하나님의 종으로서의 목회자는 사랑의 종이어야 한다. 이슬같이 내리는 하나님의 사랑과 석양에 아름답게 빛나는 햇빛과 같이 찬란한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전하고, 달빛과 같이 은은한 하나님의 기뻐하심을 대언하여야 한다. 이 일을 통하여 이민 사회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성도들이 치유 받고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성숙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목회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목회자 자신이 자신을 성찰하여 건전한 자아상을 가지는 것은 이러한 하나님 사랑을 전하기 위한 중대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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