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바사이티의 “세베대의 아들들을 부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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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베대의 아들들을 부르시다, 1510, 마르코 바사이티
아카데미아 미술관 (베네치아, Italy)
1. 우리가 잘 아는 카라바조나 틴토레토를 거슬러 올라가면 베네치아파의 마르코 바사이티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동서양이 만나는 지정학적 요소로 인해 베네치아파는 강렬한 색채와 풍경을 중시여기는 화풍을 빚어냈습니다. 종교화에 베네치아파의 풍경이 결합되면서 한 가지 장점이 나타납니다. 바로 풍경 속 범인凡人들을 관찰하면서, 주제의식을 갖고 있지 못했던 감상자들을 그림 안으로 끌어들이는 기능을 한다는 점입니다.
2. 세베대의 아들들, 곧 야고보와 요한을 부르신 장면을 그린 작품들은 몇 있습니다. 그러나 바사이티의 작품은 좀 더 포괄적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풍경과 주제의식이 한 작품 안에 잘 녹아들어 하나의 서사를 형성했기 때문입니다. 실제 베네치아보다 더 아름답고, 실제 갈릴리보다 더 신비한 풍경 속 사람들은 분주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을 택하시는 영적인 사건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 가운데 일어납니다. 일상에 떠밀려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사건입니다.
3. 실제 세배대는 자신의 아들들 뿐만 아니라, 시몬과 안드레를 고용한 걸출한 어부 겸 사업가였습니다. 그의 아들들이 주님을 만나 그물과 아버지를 두고 떠난 사건의 충격은 다른 제자들보다 더 컸을 것입니다. 많이 가졌으니까요. 그런데 세월이 흘러 그들은 스승과 다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십자가에서 영광받으실 주님께서는 고난의 쓴 잔을 말씀하시는데도 알아듣지 못한 채 우편 좌편, 곧 서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번듯한 재산을 두고 온 만큼 열정도 기대도 컸던 탓일까요? 어찌나 열정이 컸는지, 야고보와 요한은 "우뢰의 아들"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열정보다 귀한 것은 진정성입니다.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의 말대로 열정은 있다가도 없어지는 것이지만, 묵묵히 한결같은 결과물을 내려면 진정성이 필요한 것입니다. 진정성은 "내면에 대한 충실"(찰스 테일러)이라고 합니다. 조용히 묵상합시다. 그리스도 앞에서 우리는 무엇에 진정성을 가지고 있습니까? 우리 각 사람에게 섬기는 직분 주심은 무엇을 위함입니까? 우리를 위해 죽으신 주님께서 원하시는 제자의 삶은 무엇입니까?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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