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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잠든 종화 A Sleeping Jong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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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든 종화 A Sleeping JongHwa 



“아마도 내가 세상에 태어나 이웃으로 부터 처음으로 받아보는 인정인 것 같아 더욱이 가슴에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주님께서 주시는 위로인 것을 믿어, 두 밤을 꼬박 새운 고마운 마음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회신을 드립니다.


내가 이곳 교도소에 수감되고 몇몇 선교지, 문학지, 기독 신문 등에 여러 차례 이런 처지에 있는 사람과 주님 안에서 형제의 사랑을 나누라는 선의의 글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단 한 사람도 글을 보내오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가끔 글이 있었다면, 이 선교지는, 이 신문은, 이 책은 여러분들의 선교헌금으로 운영된다는 안내서 뿐이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번 다시 그나마 소식이 끊겼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머뭇거리는 기억이 있습니다. 1997년 어느 날 미국 감옥에서 60은 훨씬 넘은 한 분이 보내온 서신입니다. <에피포도> 쪽지글이 세계, 사방으로 우편 우송되고 있을 때입니다.


편지글 마지막 부분이 마음에 걸립니다.


“41불을 보내드립니다. 지금은 감옥소 안에서 시간 당 41전을 받습니다.”


100시간 노동의 댓가로 얻은 돈입니다. 겨울철도 아닌데 순간 얼음처럼 굳었습니다.


여러 작품이 보내온 서류봉투에 가득했습니다. 그 가운데 <잠든 종화>라는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간혹 <에피포도> 쪽지글에 두 살 된 종화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는데 그것이 시로 돌아왔습니다.


새록새록 잠든 종화

누구랑 장난치나

손짓 발짓 하면서

잘도 노누나

꿈에서도 엄마랑

입을 맞추나

오물오물 놀리는 입

귀엽기도 하구나

예쁜 볼 한 입 물면

잠 깨일까 봐

살며시 볼만 대고

비벼봅니다


- 잠든 종화, 전문


동화 같은 맑은 시를 읽으며 왠지 가족에 대한 그리움, 고독을 발견하여 이내 가슴이 저렸습니다. 글의 중간 중간에서 새로운 표기법으로 바뀌기 전 한글식 표현이 자꾸 눈에 띄어 오랜 세월 그곳에서 잠식된 시간의 여정을 살폈습니다.


한국 라면이 먹고 싶다고 기도하였더니 어느 날 삼양 컵라면을 매점에서 판매하였다 하면서 이런 일조차 사람들은 우연이라 생각하겠지만 하나님의 섭리라 고백한 것처럼 사소한 것으로 읽어가는 감사의 언어가 필경 있습니다.


2002년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그 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묵고 있던 호텔로 가서 상상했던 얼굴을 익혔습니다. 그 후 선생님은 문단에 등단을 하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종화 역시 훌쩍 자랐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시집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세월은 이렇게 엮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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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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