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이사 간다 • 오래된 의자 네 개
페이지 정보
본문
강남옥 시인
시詩Poem 이사 간다 • 오래된 의자 네 개 by 강남옥 | 제5회 배정웅문학상 수상작품
(The 5th C. W. Bae Literary Award Korean-American Poet of the year 2024 | We Are Moving - Four Old Chairs by Julia Namok Ghang)
이사간다 • 오래된 의자 네 개 by 강남옥
인간의 생은 의자의 그것보다 대개 짧다네
인간의 배려는 의자의 그것만큼 되기 어렵다네
거창한 역사적 사실보다 앉았을 때 편한 의자가
내겐 더 소중하다네
주석 달 필요 없는 글처럼
가슴에 바로 꽂히는 시처럼
치밀한 격조가 떠받치는 순한 문장 같은
앉아있다는 것조차 잊게 해 주는
1867, Gardner, Mass. S. Bent Brothers란
낙인찍힌 이 의자
온몸으로 버티고 서서 가르쳐주네
경복궁 재건 완공되던 그해
미국은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샀다 하네
그 2년 전 링컨 대통령은 암살됐다네
어디나 뒤숭숭하고 뜨거운 세상
매사추세츠주 가드너 카운티
벤트 가家 형제들은 목공소를 열고
자신이 만든 의자보다 짧은 생
땀 흘리며 묵묵히 대패질했을 거라
톱밥 같은 그 세월 나부끼며 내게로 와
소박한 깨달음 되어 앉은 이 의자들 함께
노을 아래 붉게 앉았다 일어나
서두르지 않고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저물어 오는 저 길 나서려 하네
[시선노트]
미주시학(대표 정미셸 시인)이 제정한 제5회 배정웅문학상은 강남옥 시인에게 돌아갔다. 필자와 배정웅 시인과는 아주 특별한 기억이 있다. 20주년 에피포도예술과문학 행사에 축하하러 오셨다가 “정말 죄송한데 몸이 불편해 자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배정웅 시인은 빠른 걸음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얼마 후 소천소식을 들었다.
배정웅 시인뿐만 아니라 그 날 에피포도 20주년 행사에는 최선호 시인도 함께 했다. 역시 얼마 후 하나님 나라로 완전 이사했다. 배정웅문학상 심사위원이었던 김신웅 시인도 그 자리에 있었다. 미주 지역에서 시의 질을 높이고 지평을 열었던 문단의 원로 세 명의 시인 중 두 명이 작고하였고 김신웅 시인은 지금 몸이 아프다. 그래서인지 배정웅문학상에 대한 필자의 애착이 남다르다.
이번 미주시학 제15집 출판과 문학상 시상식 축사를 하면서 배정웅문학상 작품에 대한 기대로 가슴에서 북소리가 들렸다. 우선 시 제목이 신선하다. 이미 시 제목에서 많은 상상의 날개를 폈다 접었다 어느새 하늘을 날고 있다. 어디로 이사를 간다는 것일까? 이사 갈 집은 어떤 곳일까? 언제 이사 간다는 것이지? 왜 이사를 가지? 게다가 "오래된 의자 네 개"는 이사 가는 것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상상하는 것에는 늘 이야기가 출렁인다.
어느 날 이었을 것이다. 때론 침묵에 금광이 있다. “앉았을 때 편한 의자”는 “앉아있다는 것조차 잊게 해 주는” 의자, “네겐 더 소중”하다는 사실을 시인은 알게 되었다. “1867, Gardner, Mass. S. Bent Brothers” 그 의자의 시간을 확인하는 순간 역사적 시간으로 중첩되어 벤트가 형제들이 만든 “의자 보다 짧은 생” 그 세월이 복제되고 오늘 “노을 아래 붉게 앉았다 일어나”는 시간의 벼랑 끝에 와 있다.
“저물어 오는 저 길 나서려 하네”
단절되지 않는 시간의 징검다리를 건너 또 다른 세계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삶의 노래이다. 지구를 떠날 찰나가 곧 다가올 것이다.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철학적 사유로 인간의 존재론적인 문제를 다루고 있다. 지구를 여행하는 동안 “내겐 더 소중”한 것을 찾는 다면 “저물어 오는 저 길”은 필경 이사 가는 장소를 잇는 유일한 길이 될 것이다.
Jesus answered, “I am the way and the truth and the life. No one comes to the Father except through me.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한복음 14:6).
상상했던 이야기들이 선명해져 하루 종일 필자의 머리 숲에 이사 갈, 그 길이 열리고 있었다.
***
강남옥 시인의 약력
- 2020년 시집 ‘그냥 가라 했다' 출간 (산지니 출판사)
- 2017년 시집 '토요일 한국학교' 출간 (모악 출판사)
- 1990년 도미
- 1989년 시집 ’살과 피‘ 출간 (열음사)
- 198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Bio
- 2020: published the book of poetry 'I Said to Just Go Away‘
- 2017: published the book of poetry 'Saturday Korean School'
- 1990: immigrated to the USA
- 1989: published the book of poetry 'Flesh and Blood'
- 1988: won Mae-il Daily News Spring Literary Competition for her poem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 이전글아침묵상-‘사랑의 예수님' 24.07.03
- 다음글[노용환의 예술묵상] 레핀의 “야이로 딸을 일으키시다” 24.07.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