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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진 교수의 영혼의 밤] 3장 육신의 문제와 통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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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KCM뉴스| 작성일2021-02-01 | 조회조회수 : 67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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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휴스턴 소재 인카리져교회 상담센터에서 상담사역을 시작한 지 한 달이 채 안 되었을 때의 일이다. 사십 대 중반의 쥬디가 아내의 사무실로 찾아왔다. 그녀는 가쁜 숨을 내쉬면서 쓰러지 듯 의자에 앉았다. 루이지애나 출신의 그녀는 단정한 흑발에 짙은 눈썹 상아빛 피부가 잘 조화된 미인이었다. 그녀는 이 도시에 있는 가장 큰 교회에서 새신자 전임 사역자로서 탁월한 은사를 발휘하고 있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극심한 우울증으로 병원에 한 달간 입원했다고 했다. 그녀는 겨우 숨을 몰아쉬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남편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쥬디의 두 번째 남편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이를 끔찍이 사랑하며 키워 주었다. 그런데 막상 큰딸이 결혼을 하게 되자 그는 식장에 얼굴조차 내밀지 않았다. 이 문제로 그녀는 상심했고 심한 우울증에 빠지고 만 것이었다. 


“쥬디! 그가 친자식처럼 사랑하며 키운 딸이 결혼식에서 친아버지의 손을 잡고 들어가는 광경을 보기가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이 말에 그녀는 수긍하는 눈치였다. 


“당신의 삶의 목표 중 한 가지가 이상적인 남편과 사는 것이라면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거예요. 왜냐하면 그 꿈을 방해할 요소는 너무나 많으니까요.” 


그녀는 진지한 태도로 의자를 당기며 고쳐 앉았다. 첫 상담 후 남편과의 사이는 일단 안정세로 돌아섰으나 남편에 대 한 쥬디의 강한 집착은 여전했다. 주로 결손 가정 자녀에게서 볼 수 있는 집착이었다. 


다음 시간 그녀의 과거를 짚어 보았다. 그녀의 부모는 이혼을 했다가 재결합했고, 그 결과로 그녀가 태어났다. 그 때문에 그녀의 언니 오빠들과는 10여 년의 나이 차가 났다. 그녀의 출생은 화합과 가정 평화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네 살 때 부모님은 다시 이혼을 하게 되었고, 그 후 그녀는 자주 이사를 다녀야 했다. 그 영향 때문인지 그녀는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열한 살에 예수님을 주님으로 모신 그녀는 소원하던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자 열일곱 살에 결혼했으나 이혼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 후 서른셋에 지금의 남편을 만나 서 화목한 결혼 생활을 해오다가 딸의 결혼 문제로 우울증에 빠진 것이었다. 화목한 가정조차도 하나님께 맡기라는 권유를 받아들여 일단은 심각한 우울 증세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가정 화목에 대한 그녀의 집착은 여전했다. 


“쥬디, 당신은 기분이 좋지 않을 때 어떻게 해소하지요?”라고 묻자 “한나! 도무지 견디기 힘들 때면 마음속으로 H자를 그리기 시작한 답니다. 어릴 때부터 그러한 습관이 있었던 것 같아요.” 텅 빈 듯한 그녀의 눈망울에 쓸쓸함이 묻어났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와 투명한 피부는 이제 갓 겨울의 문턱을 넘어선 텍사스의 겨울 하늘처럼 스산해 보였다. 그녀의 대답에 뭔가 강한 감정의 동요가 감지됐다.


“어릴 때부터 마음이 불안하면 엄마와 누워서 엄마 등에 알파벳을 써 내려갔어요. 그러다 H자에 멈춰서 그 글자를 여러 방향으로 쓰곤 하는 습성이 있었죠. 지금도 불안하면 H자를 마음속으로 계속 써요.” 그 말을 하는 도중 쥬디는 갑자기 혼자만의 비밀을 들킨 듯 긴장하며 안절부절못했다.


“쥬디! 그럼 H자를 쓰는 행위를 잠시 멈추고, 그 글자를 쓸 때의 느낌을 대면해 보기로 해요.” 바로 그때 그녀는 이미 마음속으로 H자를 그리려고 했고, 그녀의 감정은 이를 데 없이 헝클어지고 있었다. 그녀는 정색하며 말했다. “한나! 솔직히 말하면 지금 마음에 H자를 써야 하는데 억제하려 니 어쩔 줄 모르겠어요.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불안해집니다.” 그녀는 차오르는 감정을 조절하기가 힘겨운 듯했다. 


“쥬디! 그러면 그 불안한 감정을 하나님 앞에 있는 그대로 드러내 어 봅시다.” 그녀가 불편한 감정을 대면할 때마다 마음속에 쓴다는 H자는 통증을 회피하기 위한 방편이었으며, 그녀의 통증을 도포해 주는 육신이었다. 성경적 상담은 내면의 상처에서 나오는 감정을 스스로 대면하게 하고 육신이 표면에 드러나도록 돕는다. 불안과 긴장의 감정을 성령님께서 다스려 주시도록 기도의 시간을 갖자고 했다. 두 사람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에게 급격한 변화가 오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별안간 일그러졌고 온몸이 굳어지며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녀는 가지런히 두 발을 모으고 있다 갑자기 두 발을 의자 위로 올리더니 양 팔로 두 다리를 꼭 끌어안으며 온몸을 한껏 웅크렸다. 그녀는 조그만 고양이처럼 덩그러니 의자 위에 웅크리고 앉아 몸을 가늘게 떨면서 울었다. 


“쥬디! 하나님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나, 그렇지 않아요. 하나님도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아요. 나를 그만 혼자 있게 내버려 두세요.” 어떠한 위로에도 그녀는 쉬이 진정하지 못했다. 한참을 울던 그녀의 몸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아내는 그날 오후 예약을 모두 취소시키고 그녀를 지켜보기로 했다. 어느덧 세 시간이 지났다. 


“한나! 지난 몇 시간이 나에게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던 같아요. 한나가 기도를 시작하자 별안간 눈앞에 세 살 때의 장면이 떠올랐 어요. 부모님의 벽장 속에 들어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그녀에게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 것이다. 


“어느 날 나는 벽장 속에서 부모님의 심한 말다툼을 듣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말한 것과 같이 내게는 나보다 10여 년 연상인 언니와 오빠만 있었기에 혼자 부모님 벽장 속에 들어가 놀곤 했습니다. 그 날도 벽장 안에 들어가 놀고 있다가 부모님의 싸우는 소리를 들은 것이었죠.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고는 두 다리를 끌어안은 채 떨면서 기도했어요. ‘하나님 제발 두 분이 싸우지 않게 해주세요’라고요. 계속되는 언쟁에 귀를 닫았지만 두렵고 떨려 눈물이 멈추지 않았어요. 문득 이 싸움이 나 때문에 일어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시절 나는 엄마와 종종 침대에 누워 알파벳 놀이를 했습니다. 알파벳은 나에게 솜사탕과 같은 추억입니다.” 그녀는 오래된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부모님의 불화와 이혼 과정은 어린 쥬디에게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을 가져왔다. 성인이 되어 자신을 조건 없이 사랑하시며 심적 필요를 채워 주시는 하나님을 알게 된 이후에도 쥬디는 온전히 하나님을 의지하지 못했다. 불안하거나 긴장할 때면 어김없이 마음 속으로 H를 쓰며 불안을 해소한 것이다. 불안해하는 그녀를 능숙 하게 안정시켜 주었던 그것은 바로 육신이었다.


이 사건 후 쥬디는 H자를 쓰는 대신 다른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다. 어릴 적부터 가지고 다니던 낡은 이불 조각이나 곰 인형을 직장이나 상담소에 들고 다닌다며 수줍게 웃는 쥬디는 유아기에 억 눌렸던 감정이 풀리자 비로소 집착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그리고 사십 대 중반을 넘어선 그녀에게서 새로운 행동들이 나타났다. 영적 건강이 회복된 것이다. 

<계속>


성경적 상담 세미나 문의: isaya501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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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진 교수 


약력: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금속공학과 졸업한 후 미국으로 이민 

1981년 오하이오주립대학원에서 박사학위 취득

2011년 정년 후 해외 직장생활을 접고 36년 만에 한국으로 귀국.

삼성물산 고문을 지냈으며, 포항공과대학교에서 산학협력교수,

현재는 한동대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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