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삭정이" by 이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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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정이" by 이카라
(제30회 에피포도신인문학상 수필 수상작품)
뒷마당에 물오른 복숭아나무 가지들이 살랑거린다. 바람이 몰고가는 하얀 양구름에게 마치 인사라도 하는듯, 푸른 하늘 향해 씩씩한 두 팔을 벌리고 서 있다. 가지 마디마디 콩알 만한 꽃망울이 맺혀 있다. 하양 솜털 같은 껍질 벗겨내고 꽃을 피우려고 기다리는 중이다. 따스한 바람이 며칠만 더 불어오면 곧 꽃을 피워내리라.
며칠 전 서로 엉킨 가지들을 잘라내려고 전지가위를 들고 나무에 올라갔었다. 이 나무를 심은 뒤로 제대로 가지치기를 한적이 없었던 터라 잔가지들로 무성했다. 꽃보다 먼저 잎사귀를 낸 가지들이 시야를 가렸다. 이리저리 살피던 중 한 굵은 가지에서 두 갈래로 나온 작은 가지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는 붉은 기가 도는 것이 싱싱해 보이는데 다른 하나는 왠지 빛깔이 다른 것을 발견했다. 그 가지 끝을 조금 잘라보았는데 물기가 없었다. 조금 더 잘라 보았지만 여전히 속이 말라 있었다. 가지 밑동까지 잘라보았다. 그런데 밑동에는 물기를 머금은 초록색 띠가 나무 속을 감싸고 있었다.
살아있는 나무에 함께 나란히 붙어있던 두 가지 중에서 왜 한 가지 만 말랐을까? 수액은 왜 그 가지에는 흐르지 않았을까? 그 가지는 스스로 물을 끌어올릴 힘이 없었을까? 다른 가지들과 엉키지도 않고, 위로도 밑으로도 나지 않았는데. 삭정이가 된 그 가지는 자신이 살아있는 가지 옆에서 죽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까?
마른 가지를 잘라내면서 나는 속상했다. 그리고 여러 생각들이 내 안에서 나를 짓눌렀다. 나는 살아가면서 혹시 이유도 모른 채 삭정이가 된 그 가지 같았던 적은 없었을까? 또, 살아있다고 여겼던 수 많은 날들 중에서 진정 아름답게 꽃을 피워냈던 때는 언제였는지? 열매를 맺었던 적은 또 얼마였는지? 그래도 몇 번은 꽃을 피웠고, 몇 번은 열매를 맺었다고 스스로 자랑스러워 했을지도 모른다고 내 자신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가지 사이로 살랑이는 봄바람에 터지는 꽃망울들이 사랑스럽다. 꽃이 피니 벌들도 나비들도 반기고 날파리 조차 찾아드는데, 이 또한 살아있는 날 동안에 만 유효한 것이리라. 이제 저 꽃들이 곧 열매를 내어줄 것이다. 한 입 가득 잘 익은 복숭아 열매의 새콤한 단맛 볼 것을 생각하니 벌써 입안에 침이 돈다.
무엇보다도, 살아있는 가지 옆에 붙어있지만 실상은 죽은 삭정이와 같은, 그래서 내 안에서 나로 숨쉬지 못하게 하는 것들이 혹시 있는지 가지치기 하듯 나를 돌아본다.
| 시선의 여백 |
<삭정이>는 복숭아나무 가지치기라는 일상의 경험을 통해 삶과 신앙, 존재의 의미를 성찰한 서정적 수필이다. 작가는 살아 있는 가지와 말라 죽은 삭정이를 대비시키며, 겉으로는 생명에 연결된 듯 보이나 실제로는 생명력을 잃어버린 인간의 내면을 돌아보게 한다. 이 작품의 가장 큰 장점은 관찰에서 성찰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개에 있다. 특히 삭정이를 제거하는 행위를 자신의 내면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연결한 결말은 작품의 주제를 선명하게 완성한다. 이카라는 이미 시인의 길을 걷고 있다. 앞으로 시적인 수필, 수필적인 시처럼 완성된 문학의 길을 걷게 되기를 소망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카라 (Cara Young Lee) 시인은 미주기독문인협회 시 등단. 제11회 신앙도서독후감 수상. 제30회 에피포도신인문학상 수필 수상. California Art University MA. Temple University 음대 BM. St. Leo School Music Teacher. (현) The Gate 대표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al Roberts University>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부에나 파크 (Buena Park)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이다. 199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설립자이며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영어, 한국어)된 저서로 31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usae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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