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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마사초의 “성삼위일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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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y Trinity

성삼위일체, ca. 1426-1428, 마사초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피렌체, 이탈리아)


이 작품을 처음 감상한 사람들은 웅성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선형 원근법을 접해봤기 때문입니다. 벽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습니다. 화법에 놀란 마음이 가라앉을 때 쯤, 실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예수, 그리고 십자가입니다. 


코린트식 기둥과 반원 아치가 조화를 이루며 웅장한 입구를 보여주며 작품의 서막이 열립니다. 그 안쪽 상단에 격자무늬 천장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며 뒤로 물러나서 공간감을 만듭니다. 바로 그 깊은 곳에 성부 하나님을 표현했습니다. 십자가를 두 손으로 받치고 계시는 아버지, 아들의 고통을 온 몸으로 버텨내는 아버지입니다. 


십자가 위의 예수는 고요합니다. 다 이루었다는 마지막 말씀 이후의 침묵입니다. 작가는 성자와 성부 사이에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은밀하게 비둘기같이 하얀 성령을 그려 넣었습니다. 성 삼위일체가 한 축 위에 수직으로 정렬됩니다. 


십자가 밑단 좌우에 한 사람씩 서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십자가상 예수께로부터 어머니를 모시도록 부탁받은 요한이 붉은 옷을 입고 있습니다. 왼쪽에는 요한이라는 아들을 얻게 된 어머니 마리아가 브라운 계통의 옷을 입고 있습니다. 어머니 마리아의 손은 예수 십자가를 향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향해 펼쳐져 있습니다. <보십시오>가 아닌 <어서 오십시오>라는 환대의 의미입니다. 성 삼위일체의 신비 안으로 들어로라는 연합의 메시지입니다. 그 아래 관객을 대리하여 작품에 얼굴을 올린 사람들은 피렌체 고위 공직자이자 후원자들입니다. 은혜에 이끌렸으나 은혜의 자리에 아직 들어가지 못한 감상자들을 상징합니다. 


작가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과감하게 해골이 올려진 무덤을 기단 밑 지하실쯤 되는 곳에 배치했습니다. 관뚜껑 안쪽에는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나는 한 때 당신이었고, 당신은 곧 내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읽어야 합니다. 생명의 근원으로부터 망자의 경고에 이르기까지 수직으로 내려오는 한 줄의 이야기입니다. 해골 그림은 이 작품 앞에 선 모든 이의 눈높이에 배치되어 폐부를 찌르는 경고로, 광야에 외치는 소리로 작동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묵상을 돕는 질문

 

• 나는 지금 그림 앞에 웅성대고 있습니까, 아니면 십자가를 보고 있습니까. 부와 명예와 네트워킹 같은 삶의 화려한 기법들에 놀라느라 정작 그 너머의 예수를 늦게 보고 있지는 않습니까. 내 시선이 마지막으로 멈춘 곳은 어디입니까.

• 나는 지금 후원자의 자리에 있습니까, 아니면 어머니 마리아의 손이 초대하는 자리 안에 있습니까. 은혜에 이끌려 가까이 왔으나 아직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무릎만 꿇고 있다면, 나를 문지방 밖에 세워두는 것은 무엇입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성삼위 하나님의 신비를 갈망합니다. 떠밀려 살다가 결국에 마지못해 죽는 인생이 아니라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히고 이제는 내가 아닌 그리스도께서 사는 인생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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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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