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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마티아스의 “예수 그리스도와 니고데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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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us Christ and Nicodemus

예수 그리스도와 니고데모, 1640-1650, 마티아스 스톰

헤센 주립 박물관 (다름슈타트, 독일)



"그의 형제를 미워하는 자는 어둠에 있고 또 어둠에 행하며 갈 곳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그 어둠이 그의 눈을 멀게 하였음이라"(요일 2:11)


갈 곳을 알지 못하는 지도자는 슬픕니다. 그는 바리새인의 신념을 가지고 어둠을 헤쳐가며 살아왔습니다. 뱃사람 마냥 거친 어둠을 밀어내느라 지쳤고, 늙었고, 주름졌습니다. 그의 이름은 니고데모입니다. 이름난 선생이자 바리새인입니다. 바리새주의는 배격과 미움을 기본으로 합니다. 그 방법에 능숙했기에 지도자까지 올라갔고, 이제는 어느 누구의 인정도 필요치 않은 지위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신 앞에 선 단독자가 되니 갈 곳을 알지 못합니다. 어둠 속에서 일하는 게 익숙한 율법주의자의 눈은 어느새 어둠이 더 친숙해졌습니다. 요한일서의 말씀대로 그의 눈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평생 붙들고 살아가던 율법과 전통이 흔들리는 바람결에 어디선가 향기가 느껴집니다. 절박함이 이끄는 만남입니다. 그 향기의 근원은 그리스도입니다. 한 번도 마주해 본적 없는 낯선 복음입니다. 견고한 주류로 살다가 바탕 없는 비주류에게 지혜를 얻을 수는 없습니다. 적어도 낮에는 말입니다. 있는 용기 없는 용기를 쥐어 짜서 어둑한 밤에 그리스도를 찾아갑니다. 그의 막다른 용기가 그리스도교의 위대한 “거듭남”의 교리를 탄생시킵니다.


우편 푸른 상의의 그리스도는 빛이십니다. 한 손가락으로 촛대를 가리키고, 다른 한 손은 니고데모에게 향해 메시지를 보냅니다. 빛은 어둠을 어떻게 뚫어낼 것인가 고민하지 않습니다. 어둠은 싸움의 상대가 아닙니다. 그저 어디서든 자기 일을 합니다. 존재 자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 빛 자체이십니다. 그렇지만 그 어떤 복음 증거자보다 더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찾아온 니고데모보다 더 몸을 기울이고 말씀을 증거하십니다. 형식이 내용을 지배한다는 원리는 복음 증거에도 적용됩니다. 


그리스도를 마주한 니고데모의 얼굴은 빛을 담았습니다. 거북이처럼 빠져나온 니고데모의 목을 보고 있으면 누구라도 그가 열의를 가지고 배움의 순간을 누리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위를 드러내는 겉옷과 모자, 사슬로 된 권위의 목걸이가 그의 기품을 말해주는 게 아니라, 태도가 그의 현재 심정을 말해줍니다. 율법책을 갖고 여기 저기 묻고 싶은게 많았습니다. 붉은 머리띠를 한 똘똘한 서기관도 데려왔습니다. 인생의 해법을 문헌에서 찾고자 하는 지고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 율법을 열어보기도 전에 이미 그리스도의 빛을 반쯤 받아서 그 또한 빛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영문을 알지 못하는 젊은 서기관은 멀뚱히 율법을 들고만 있습니다. 그 청년의 낯빛은 니고데모나 예수의 빛에 아직 이르지 못했습니다. 어둠 속 비치는 형상이라고 다 빛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물음의 절박함의 무게만큼 빛에 가까워지는 것은 아닐까요? 


가운데 젊은이는 그러면 왜 존재할까 스스로 물어봅니다. 수많은 니고데모 작품 중에 제 3자가 나타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 청년의 올곧음과 얼떨떨함이 우리의 복잡한 마음을 닮은 것 같습니다. 말씀은 붙드고 살아가지만, 아직 예수와는 어색한 사이인 우리 말입니다. 테이블은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 위치까지 연장돼 있습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우리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우리의 표정과 빛은 어떻습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니고데모처럼 용기내어 주님께 나아가게 하옵소서. 제가 붙들고 있는 지식과 체면의 사슬을 내려 놓고, 주님의 얼굴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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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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