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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라파엘로의 “그리스도의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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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figuration

그리스도의 변모, 1518-1520, 라파엘로 산치오

바티칸 박물관 피나코테카 (바티칸 시국)



라파엘로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리고 미켈란젤로와 함께 르네상스 3대 거장으로 불리던 작가는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그리고 완성하지 못한 채 서른 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제자들이 붓을 이어받아 마무리 하였고,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이 작품은 기독교 서양미술사의 최고로 손꼽히는 작품으로 지위를 이어갔습니다. 


두 개의 세계가 4미터가 넘는 한 캔버스 안으로 모아졌습니다. 상단은 빛의 영역입니다. 그리스도께서 공중에 떠오르시고, “옷은 빛과 같이 눈부셨다”는 복음서의 기록대로 변모하십니다. 그리스도의 좌편에는 모세가 푸른 석판을 안고 있고, 그리스도의 우편에는 엘리야가 갈색의 두루마리를 안고 있습니다. 복음의 그리스도, 율법의 모세, 예언의 엘리야는 완벽한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한편 제자들은 산 위에 엎드려 있습니다. 중앙의 베드로는 가까스로 고개를 들어 올려다 보고, 좌우의 제자들은 차마 그 빛을 감당하지 못한 채 엎드리거나 눈을 가리고 있습니다. 완만한 둔각의 역 삼각형의 구도입니다. 그 위에 뾰족한 예각의 역 삼각형 구도로 팔을 뻗고 계시는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이 두 개의 역삼각을 거대한 이등변 삼각형이 감싸 안고 있는 매우 안정적인 구조입니다. 


하단은 어둠의 영역입니다. 푸른 내의만 입고 있는 귀신들린 소년을 둘러싼 어른들을 보십시오. 초월의 영역을 경험하지 못한 제자들은 저마다 당황한 손짓으로 중구난방입니다. 소년의 가족들로 보이는 인물들은 경멸과 두려움의 눈빛으로 불안해 합니다. 위로는 신적 영광의 밝음이, 아래로는 인간적 무기력의 어둠이 대비됩니다. 


다시 소년을 봅니다. 그 어둠의 적막을 찢는 손짓 하나가 돋보입니다. 심히 연약한 존재가 바닥을 쳤을 때, 무의식 중에 그 손은 모든 물거품이 될 노력을 뒤로 하고 영광의 주를 향합니다. 주광성 식물의 잎처럼 빛을 향한 소년의 손을 통해 광합성이 시작됩니다. 변모하신 그리스도의 빛이 치유의 손길로 전환됩니다. 


라파엘로는 이 광명과 흑암의 이중 구조 안에 복음의 핵심을 담았습니다. 변모하신 그리스도께서 공중에 오르사 두 팔 벌리신 자세는 십자가입니다. 가까스로 회복의 여정을 시작한 소년이 상징하는 것은 부활입니다. 역설적으로 십자가의 공간은 영광의 빛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부활의 공간은 무덤같은 어둠으로 가득합니다. 흑 안에 백이, 백 안에 흑이 공존하고 순환합니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우리를 잔혹한 폭력의 시대로 이끌어 가는 듯한 요즘입니다. 산 아래 어두운데서 신음하고 무기력한 우리에게는 산 위의 초월자이신 그리스도의 빛이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력하지만, 동시에 희망합니다. 


라파엘로는 작품을 본인의 능력으로 마무리 하지 못했지만, 미완으로 남겨 둔 아쉬움과 연약함은 정성을 다한 손길들을 통해 완성되었고, 직접 그린 작품보다 마무리 하지 못한 이 작품이 최고 수준의 반열에 수 백년간 오르게 된 것을 기억합시다. 약할 때 강함 되시는 그리스도, 괴로울 때 바라볼 그리스도의 빛을 바라보는 연약한 존재는 곧 희망하는 존재입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나는 지금 이 그림의 어디에 서 있습니까? 산 위에서 빛을 감당하지 못해 엎드린 제자입니까, 아니면 산 아래 어둠 속에서 무의식 중에 손을 들어 빛을 향하는 소년입니까?

• 내 삶의 미완성과 연약함은 어떻게 타인의 손길을 통해 완성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나는 어떤 희망을 발견하고 있습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빛을 감당하지 못하는 연약함 속에서도 무의식 중에 당신을 향해 손을 들게 하소서. 우리의 미완성이 당신의 손길과 이웃의 정성으로 완성되어, 약할 때 강함 되시는 당신의 역설을 증거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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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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