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여전히, 교회를 향한 질문에 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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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신나리 작가 Narie Audrey Shin
여전히, 교회를 향한 질문에 답이 필요하다
2026년을 맞이한 교회는 다시 한 번 중요한 갈림길 앞에 서 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교회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신뢰와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 “교회는 지금 무엇을 지키고 있으며, 무엇을 바꾸려 하는가?” 이 질문은 비판이기 이전에, 시대가 교회에 보내는 진지한 요청이며 교회의 본질에 대한 요구이다.
교회가 직면한 가장 깊은 위기 중 하나는 외부의 공격보다 내부의 세속화이다. 세속화란 교회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선교적 개방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교회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세상의 가치 기준을 내면화하는 현상이다. 성공을 숫자로 판단하고, 진리를 편의에 따라 조정하며, 십자가보다 영향력을 우선할 때 교회는 점점 복음의 언어를 잃어갈 것이다.
성경은 분명히 경고한다.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으라”(롬 12:2). 교회는 언제나 세상 안에 존재하지만, 세상과 동일해질 때 그 존재 이유를 상실한다. 변화, 그것은 거룩함이다. 고립이 아니라 구별이며, 구별을 잃은 교회는 결국 세상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공동체로 복음을 훼손하는 일에 적극적이다.
특히 교회의 세속화는 신학보다 태도에서 먼저 드러난다. 말씀보다 여론을 의식하고, 회개보다 이미지 관리를 택하며, 진리의 불편함을 피하려 할 때 교회는 점점 자기 검열에 익숙해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교회에 요구하시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 아니라 신실한 순종이다. “사람을 기쁘게 하랴 하나님을 기쁘게 하랴”(갈 1:10)는 질문은 오늘의 교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회의 개혁은 세속화를 숨기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인정하고 돌이키는 데서 시작된다. 십자가는 언제나 교회의 중심이어야 하며, 십자가 없는 영향력은 복음이 아니다. 교회가 다시 세상의 기준이 아니라 하나님의 기준 앞에 설 때, 비로소 세상은 교회를 통해 다른 삶의 가능성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개혁은 교회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 성경적 요청이다. 종교개혁은 교회를 무너뜨리기 위한 운동이 아니라, 교회를 교회답게 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교회는 항상 개혁되어야 한다”(Ecclesia reformata, semper reformanda)는 고백은 오늘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하다. 교회의 문제를 세상의 공격으로만 돌릴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먼저 물어야 한다. 우리는 정말 말씀대로 살고 있는가? 성경을 성경대로 증거하고 있는가?
보수는 본래 ‘지킴’의 정신이다. 그러나 지켜야 할 것을 지키지 못한 채, 지키지 않아도 될 형식과 관습에만 매달릴 때 보수는 복음이 아니라 고집과 아집이다. 교회가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은 제도나 체면이 아니라, 성경의 권위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복음이다. 이것은 어떤 시대에도 양보할 수 없는 신앙의 중심이다.
2026년의 사회는 여전히 분열과 불신, 혐오와 피로가 깊어 질 것이다. 이 가운데 교회마저 진영 논리에 갇힌다면, 복음은 또 하나의 주장으로 전락하고 말것이다. 교회는 정치 집단도, 도덕 우월 집단도 아니다. 교회는 죄인이 은혜로 살아나는 공동체이며, 그 은혜를 세상에 증언하는 존재다. 진리는 분명해야 하지만, 그 진리를 전하는 태도는 언제나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스며야 한다.
오늘의 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말의 힘이 아니라 삶의 무게다. 설교는 넘치지만 신뢰는 부족하고, 프로그램은 많지만 영적 깊이는 얕아진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교회의 권위는 외침에서 나오지 않고, 십자가를 따르는 삶에서 나온다. 세상이 교회를 다시 듣게 되는 길은, 교회가 먼저 세상의 아픔을 들을 줄 아는 데서 시작된다.
2026년은 교회에 주어진 또 하나의 방편으로 은혜의 시간이다. 변하지 말아야 할 복음의 본질을 더욱 분명히 붙들고, 반드시 변해야 할 우리의 태도와 구조를 겸손히 고쳐 나갈 때, 교회는 다시 희망의 언어가 될 수 있다. 시대는 교회가 완벽하기를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진실하기를, 그리고 하나님 앞에서 끝까지 깨어 있기를 기다리고 있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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