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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브뤼헐의 “추수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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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하는 사람들, 1565, 피터르 브뤼헐  

메트로폴리탄 미술관(뉴욕, New York)



마태 6:25-33

25 “그러므로 나는 분명히 말한다. 너희는 무엇을 먹고 마시며 살아갈까, 또 몸에는 무엇을 걸칠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목숨이 음식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또 몸이 옷보다 소중하지 않느냐? 26 공중의 새들을 보아라. 그것들은 씨를 뿌리거나 거두거나 곳간에 모아들이지 않아도 하늘에 계신 너희의 아버지께서 먹여주신다. 너희는 새보다 훨씬 귀하지 않느냐? 27 너희 가운데 누가 걱정한다고 목숨을 한 시간인들 더 늘일 수 있겠느냐? 28 또 너희는 어찌하여 옷 걱정을 하느냐? 들꽃이 어떻게 자라는가 살펴보아라. 그것들은 수고도 하지 않고 길쌈도 하지 않는다. 29 그러나 온갖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이 꽃 한 송이만큼 화려하게 차려 입지 못하였다. 30 너희는 어찌하여 그렇게도 믿음이 약하냐? 오늘 피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질 들꽃도 하느님께서 이처럼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야 얼마나 더 잘 입히시겠느냐? 31 그러므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또 무엇을 입을까 하고 걱정하지 마라. 32 이런 것들은 모두 이방인들이 찾는 것이다.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는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것을 잘 알고 계신다. 33 너희는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하느님께서 의롭게 여기시는 것을 구하여라. 그러면 이 모든 것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


황금 물결이 굽이치는 수확기의 풍경입니다. 사람 ‘인’자 모양으로 서 있는 볏집들과 이질감 없이 앉거나 눕거나 서 있는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진 세계입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이 작품을 서양미술사의 분수령이자 최초의 현대적 풍경화라 부릅니다. 이전까지 종교화의 배경에 지나지 않았던 <풍경>이 비로소 주인공이 된 작품입니다. 원래 주인공이었던 성경 속 신성한 인물과 사건들은 얼핏 보기에 보잘것 없는 사람들, 특별히 <농민들>과 농촌의 일상으로 치환되었습니다. 당대에는 혁신이었고,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봤을 때도 혁신입니다. 자연 풍경과 일상 속 거룩함이면 신분과 출신에 상관 없이 충분히 주인공의 자격이 있다고 선언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눈길을 끄는 곳은 아무래도 농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나무 밑입니다. 빵을 먹는 여인, 하얀 죽처럼 생긴 음식을 떠먹거나 마시는 농민들, 물인지 사과주인지 통째로 들고 마시는 사람이 보입니다. 일찌감치 배불리 먹었는지 한잠 거나하게 주무시는 흰 옷 입은 사나이를 보고 있자면 나른함도 느껴집니다. 


그들의 쉼 너머로 부러운 기색도 없이 끝없는 노동이 펼쳐집니다. 식사를 앞두고 얼추 2교대로 일하는 모양입니다. 큰 낫으로 밀을 베어내는 남자들, 볏단을 묶는 여자들로 역할 분담이 되어 있는 듯합니다. 새참을 가져오는 사람도 보입니다. 더 멀리 보면 수레로 뭔가를 가지고 가는 사람들, 저 멀리 마을 사람들, 수평선 너머에 드문 드문 정박한 배들. 모두 마을을 둘러싼 경제 시스템입니다. 


애초에 농부의 뿌린 씨앗으로 시작되고 추수하는 땀방울로 마무리 되는, 마을 경제의 주역들이 작품의 주인공입니다. 영웅적인 과시도, 고된 노동으로 인한 탄식도, 타인에 대한 원망도 없이 각자의 일을 합니다. 하나님께서 베푸신 땅과 생산수단으로 땀흘려 일하는 그 자체가 복이고, 자연입니다. 멀리 녹색 잔디밭에서 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일과 놀이, 땀과 쉼이 공존합니다. 이것이 삶입니다. 이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순간입니다. 원대한 구원의 서사뿐 아니라, 브뤼헐이 표현하고자 했던 대로 하나님의 숨으로 생명을 얻은 존재들이 웃고 떠들고 묵묵히 일하고 먹는 모든 순간이 감사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이 작품 안에 묘사되지 않았지만, 하나님의 계획하심 아래 살아가는 우리네 하루 하루의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산업 시대 이후로 인류는 더 앞으로 더 높게 더 빠르게를 외치며 약진하고자 했습니다. 비교와 경쟁이 밑바탕이 되는 삶은 고단합니다. 만족함이 없습니다. 브뤼헐의 작품이 400년을 넘어 우리에게 값지게 전해지는 이유는 서늘함과 묵묵함으로 당대의 일상을 드러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질투나 분노, 원망과 같은 인간 군상들이 가질 법한 표정이 작품에 묻어나질 않습니다. 힘들게 땀흘려 일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그저 있을 뿐입니다. 먹을 때 먹고,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사람뿐, 누구도 곁눈질하지 않습니다. 시계를 초초히 바라보지 않습니다. 평범의 반복은 수도원 전통이 전수해 준 <수행>이 됩니다. 그 반복 속에 묵묵히 존재할 때, 그것을 믿음이라고 합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나는 오늘 하루 중 어떤 평범한 순간에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발견했습니까? 먹고, 일하고, 쉬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 감사할 수 있는 것은 무엇입니까?

 내 삶에서 "더 앞으로, 더 높게, 더 빠르게"를 추구하며 비교와 경쟁에 지쳐있는 영역은 무엇입니까? 그 자리에 "먹을 때 먹고,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는" 묵묵한 존재의 평안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요?


손 모아 기도합시다. 


하나님, 화려한 기적이 아닌 오늘의 일상 속에서 당신을 발견하게 하소서. 비교하지 않고,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하루를 살아내는 것 자체가 믿음임을 고백하며, 평범한 반복 속에 담긴 거룩함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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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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