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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싹튼 곳과 뿌리내릴 땅을 혼돈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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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석암 시인)



싹튼 곳과 뿌리내릴 땅을 혼돈하지 마십시오 



“풀과 나무는 다니지 않습니다. 옮겨 다니는 식물이 있다지만, 거의 모든 식물은 싹튼 곳에서 한평생 삽니다. 사람이 캐심은 나무와 싹튼 데서 자란 쪽이 훨씬 좋답니다. 싹튼 데가 맞지 않으면 어릴 때 말라죽는대요. 풀과 나무는 왜 안 다닐까요? 다니지 않아도 되니까 안 다닌답니다. 인간 같은 동물은 먹을 걸 구하러 쏘다니지만 풀과 나무는 태양 빛과 물과 흙이 있으면 살수 있습니다.” _ 전우익 <사람이 뭔데> 중에서.


전우익 선생의 심중은 이해하지만 필자는 사람이 옮겨 다니는 것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한다. 옮겨 다니는 것, 단지 전우익 선생이 지적한 대로 먹을 것이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사람이 자리 이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다니는 것’은 단순한 공간이동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변화다.


여러 정황으로 다양한 곳을 다닌다 하더라도, 결국 제대로 된 곳에 뿌리를 내리게 된다면 인간혁명이다. 만약 잘못된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면, 비록 꼿꼿이 하늘로 치솟는 나무가 되었을지라도 변혁과 혁명의 또 다른 세계는 결코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곧다’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해석한다 할지라도, 그 곧음이 오히려 인간의 잘못된 본성을 고착화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가설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곧다’는 것만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존재의 가치를 판단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먹을 것을 찾아 돌아다니는 존재가 아니다.


필자는 지난 한 주간 ‘옮김’에 대해 심한 갈증을 경험했다. 싹튼 곳에서 한평생 자라 왔기에, 그 나무를 옮겨 심는 것이 불가능했다. 토양 문제도 있었지만 너무 거목으로 자랐기 때문이다. 만약 작은 나무였다면 그에 알맞은 화분에 옮겨 심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 나무는 너무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전우익 선생의 의미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피상적으로 싹튼 곳에서 자란 나무가 아름답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마태복음 13장에는 싹튼 곳이 모두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는다. 길가, 돌밭, 가시떨기 숲에서 한 평생 뿌리내리며 한 자리만을 고집하는 것은 결실을 맺지 못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분명히 성경은 ‘좋은 땅’에서 자란 나무의 결실, 바로 그곳이 전우익 선생이 이해하고 있는 싹튼 곳에서 자란 나무일 것이다. 성경은 분명히 싹튼 곳에서 자라는 비유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설명하고 있다(마 13:11). 좋은 땅에서 싹튼 나무를 마태복음 13장 23절에 “말씀을 듣고 깨닫는 자니”로 설명하고 있다. 전우익 선생은 그것을 “싹튼 데가 맞지 않으면 말라죽는다.” 역설적인 방법으로 자연의 이치를 설명한 것이 숲 속 나무 한 그루를 통해서 성경의 실제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다만, 그 실재가 하나님의 섭리라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는 좋은 땅에 싹트는 나무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런 곳이라면 옮겨 심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엉뚱한 곳에서 싹을 틔우며 옮겨가기를 거부하는 나무는 반드시 옮겨야 할 대상이다. 옮김의 미학, 더 크고 뿌리를 내리기 전에 좋은 땅으로 옮겨 심는 일, 그것을 스스로 하지 못한다면 누군가가 반드시 그 일을 해야 한다.


싹튼 곳과 뿌리내릴 땅을 혼돈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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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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