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생각의 그물 (외) 1편 by 나삼진 시인 > 묵상/기도 | KCMUSA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생각의 그물 (외) 1편 by 나삼진 시인 > 묵상/기도

본문 바로가기

묵상/기도

홈 > 목회 > 묵상/기도

[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생각의 그물 (외) 1편 by 나삼진 시인

페이지 정보

본문

514ff7d8c5e04c9d477ff311981f14b6_1744130040_8921.jpg
 
시詩Poem 생각의 그물 (외) 1편 by 나삼진 시인 


시詩Poem 생각의 그물


누구나 머릿속에는
생각의 그물이 있다

새로운 깨달음
새로운 정보는
언제나 그 그물에 결려
동화同化를 통해
조절調節을 통해
자신의 생각으로 자리 잡는다

어른들은, 높으신 어른들은
이 그물이 고장 나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한다

이순耳順이 다가오면
어른들을 닮아가는
내 생각의 그물


시詩Poem 시골 장날


삼십 리 길은 먼 길
손꼽아 기다려지던 고령高靈 장날
오일장이 서는 날
어머니 손길 따라 나서는 날은
신바람이 났다

엄마의 봇짐엔
여름내 정성 담아 낸 태양초
값 좋은 참깨
찹쌀을 내는 날엔
엄마의 얼굴에 환한 웃음소리
지금도 아련하다

벌써부터
손님을 부르는 소리 흥정하는 소리
안부를 묻고 소식을 전하고
고령 장터엔 반가운 사람들이 모여
야단법석이다

엄마와 따뜻한 장터 국박 사 먹고 나면
다음은 여섯 남매 위한 선물 보따리
늦가을 당산나무에 저무는 해가 아쉽다
어머니는 잰걸음으로 귀가 길을 재촉하신다

고령 장터에 가는 날엔
갈 때나 올 때나 봇짐이 무겁다
동구 밖 목 빼어 기다리는 새끼들 생각하면
해 저무는 삼십 리 길도 단 숨이다


[시선노트]

<생각의 그믈>은 나삼진 시인의 첫번째 시집 이름이기도 하다. 그물 안에 갇혀 있는 생각의 포로를 생각하면 의미 중심의 서정이 돋보인다. 여기서 ‘그믈’은 정보를 선택해서 받아들이고 걸러내는 사고의 틀이다. 그 정보는 동화와 조절을 통해 인식체계를 형성한다. 그 인식 체계는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 듣고,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장벽을 쌓아 객관적 인식을 상실한 자기 확증적 사고에 매몰되는 인간의 한계성을 담고 있다. 그 한계성에 시인의 삶도 자유로울 수 없다. 인간 모두 치열하게 풀어야 할 숙제이다.

<시골 장날>은 서정적 정서가 듬뿍 들어있는 작품이다. 그렇다고 감정에 고립되지 않는다. 기억으로 엮는 시간 여행은 어머니의 일상적인 삶에 고정된다. 단순하거나, 손쉽거나, 여유가 넘치거나, 여백 없는 공간은 이미 “야단법석” 전쟁과 같은 흔들림이다. 그 흔들림을 어머니는 가슴에 품고 “해 저무는 삼십 리 길도 단 숨”에 걷는다. 어머니의 사랑이 녹아 있는 한 폭의 풍경화, 시간을 거슬러 “삼십 리 길은 먼 길”을 단숨에 돌아 유년의 시절로 가는 길이 아련하고 오직 그 시간과 장소에서 만날 수 있는 어머니의 향수가 그립고 그립다.

[나삼진 작가 Profile]

나삼진 시인은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M. Div.). 미국 탈봇신학대학원(M.A., M.A.C.E.). 고신대학교 대학원(Ph. D.).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교육원 대표간사, 원장 역임. 고신대학교, 고려신학대학원, 아세아연합신학대, 외래교수 역임. 현 미국 에반겔리아대학교 교수. 
한국복음주의기독교교육학회 회장 역임.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신학부문 최우수상(2008), 국민일보 기독교교육 브랜드 대상(2013) 수상. ‘창조문예’ 신인작품상 수상으로 등단. 에피포도예술인협회, 재미한국문인협회, 한국크리스천문학가협회, 고려문학회 회원, 창문 동인. 현, 행복한 교육목회 연구원 원장. 현, 오렌지카운티 샬롬교회 담임목사.
저서로 <교회학교 프로그래밍> 외. 기독교교육학과 한국교회사 분야 저서 16권, 시집 <생각의 그물> <배와 강물> 한미대표시인선 <오늘 밤 울음도 강이 될 수 있었다> <에피포도문집> 외. 에세이 <샬롬을 꿈꾸다> 작시 음반CD <즐거운 노래> 등이 있다.


9598e0012f480f6e0481d79fb27930f1_1700592122_7185.jpg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KCMUSA,680 Wilshire Pl. #401, Los Angeles,CA 90005
Tel. 213.365.9188 E-mail: kcmusa@kcmusa.org
Copyright ⓒ 2003-2020 KCMUSA.org.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