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낮달 (외) 1편 by 김복숙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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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Poem 낮달 (외) 1편 by 김복숙 시인
시詩Poem 낮달
밤 깊어도
무슨 사연에
눈 감지 못하는가
홀로의 들판에
남루한 옷 날개 달고
해 저물도록
참새 오기만 기다린다
바람은 허기진 배 채우고
남은 시간 모르는 채
말없이 있는 것만으로
할 일 다하는 건가
자신을 내려놓은 들녘
소매 끝 맴도는 햇살에
생명 감기는 소리
푸른 세상 키운다
시詩Poem 집착
양파 꼭지
새순 움트기 시작하고
빛 이끄는 대로
기세 피우듯
오르는 파란 이파리
가냘픈 줄기로
움찔 움찔 말아 쥐는 햇살
온 정열 바쳐
자신을 벗겨내며
지칠 줄 모르고
줄기 키워내는
한 꺼풀 벗기면 어느새
지금도 그대로
그리움인 걸
[시선노트]
시인의 정서에 담긴 그리움과 애절한 심중은 <낮달>에도 새겨있다. “밤 깊어도/무슨 사연에/눈 감지 못 하는가” 1연에 이미 시작업의 초기 단계인 관찰적 시야가 깊고 넓다. 밤이 깊어지면 질수록 눈을 감지 못하는 낮달은 시인의 작품 공간에 숨을 쉬는 그리움의 정서이다. 그렇다고 시인의 그리움은 세상 줄을 놓아버리는 형이상학적 세계에 대한 허무한 동경이 아니다. 그리움은 푸른 세상을 키우는 비전과 꿈의 길이다.
<집착>은 새순 트는 양파를 통해 생명의 경이로움이라든지, 진부한 사고의 틀을 깨고 ‘집착’이라는 언어로 귀결시키는 시적 영감을 예사로이 볼일이 아니다. 그리움도 다시 살아 움직이게 시간을 조각해서 역동적인 삶의 균형을 이루게 한다. 그렇다면 ‘집착’은 부정적 이미지가 아니라 삶을 살아내는 긍정의 힘이다. 마치 시인이 꿈꾸는 푸른 세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그리움은 그리운 것이다. 인간 모두는 그리움에 대한 추억 하나 있기 마련이다.
[김복숙 작가 Profile]
김복숙 시인은 서울 출생,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한맥문학 신인상 수상.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 버클리문학협회 회원. 세계기독언론인협회 주최 제4회 신앙도서독후감공모 수상. 제23회 에피포도문학상 수상. 산호세 한국학교 교장, 알마덴 한국학교 교장(San Jose, CA), 민주평통자문회의SF협의회 15기, 17기 교육분과위원장 역임. SF중앙일보 시, SF한국일보에 칼럼 연재. 시집으로 <푸른 세상 키운다>외 다수가 있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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