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자살공화국 _ 벼랑 끝 모서리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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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um of Contemporary Art San Diego
자살공화국 _ 벼랑 끝 모서리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
기억의 통로 끝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중략) 목욕탕에서 두 번째 흰색 수건으로 온몸 어딘 가에 있을 물방울 털어 내려 할 즘 , 서넛 사람 알몸으로 최진실 죽음에 관하여 거 이혼한 애 있잖아 축구선수하고 결혼 해서 아닐껄 야구선수 아니야? 이럴 때 귀를 의심해 보는 거다 왜 죽냐 거 미친년 아니야 아닐 거라고 믿고 싶지 않을 때 제자리돌기 등 뒤 손쓸 겨를 없었던 한 방울 바닥으로 추락하며 없었던 무엇인가를 흔들어야 한다 흔들림(중략)”(백승철의 시 ‘모순’ 중에서).
필자는 한국 방문 중 공중목욕탕에서 물기를 털고 있었던 오래된 기억이 아직도 시리고 아프다. 장례식에 ‘성도 최진실’ 이름이 흔들리다가 손바닥 보다 작은 바람에 밀려 촘촘히 사라졌다.
2008년 10월 2일 오전 6시15분 서초구 잠원동 자택 욕실에서 최진실 배우가 숨진 채 발견되었다. 그 다음 해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대통령이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 투신했다. 조용히 담을 수 없는 그릇도 사라졌다.
세상 밖으로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는 전설이 되었다.
주름진 기억을 타고 오늘 가수 휘성(43. 본명 최휘성)이 2025년 3월 10일 자택에서 숨소리가 사라졌다. 15일 대구 엑스코 오디토리움에서 가수 KCM과 합동 콘서트 ‘더 스토리 The Story’가 예정되어 있었다. 2023년 12월 27일, 영화 ‘기생충(2019)’에서 주연으로 열연했던 이선균(48세) 배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24년 11월 12일, 송재림(39세) 배우가 세상과 스스로 이별을 선택했다. 2025년 2월 16일, 영화 ‘아저씨’에서 아역으로 출연했던 김새론(25세) 젊은 배우도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곳으로 영원히 떠났다.
죽음에 대한 학습효과가 쓰나미로 몰려오고 있다.
신앙의 길을 가다 스스로 삶을 마감한 연예인 들도 있다. 영화배우 이은주(2005년), 가수 유니(2007년), 탤런트 정다빈(2007년), 탤런트 안재환(2008년)이다. 목회자의 경우도 자살의 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교회건축 부채로 2005년 경남 통영시 H교회 L 목사(47세)가 분신 자살했으며, 2023년 전북 익산 한 주택에서 40대 A목사가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가족 모두 죽음의 길을 택했다. 2023년 3월, 캘리포니아 가디나(필자 집에서 약 30마일 거리)에서 대형교회(혹은 한인교회로 언론에 소개됨), 필자는 그 교회의 이름을 익히 알고 있지만 공개하기를 꺼리는 것은 기독교의 공통적인 정서에 스며 있기 때문이다. 중고등부 담당 J전도사가 가정불화로 부인(49)과 자녀(딸 8 )을 흉기로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빙산의 일각이다. 신앙인과 목회자의 자살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그것은 의도적인 침묵이다.
성경에도 자살한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사울 왕 (사무엘상 31:4-5)은 전쟁에서 패한 후 자결했으며, 아히도벨 (사무엘하 17:23)은 압살롬의 반란을 도운 것이 수포로 돌아가자 스스로 목을 매어 자살했다. 시므리 (열왕기상 16:18)는 반란을 일으켰으나 패배한 후 궁전에 불을 지르고 자결했다. 유다 (마태복음 27:5)는 예수님을 배신한 후 목숨을 끊었다.
죽음의 터널에 늘 걸려 있던 자존심, 수치심, 모욕감, 죄책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한국교회 트렌드 2025' 조사 결과, 개신교인 1천 명에게, “지난 2주간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는지?” 응답자의 11%가 “그렇다.”고 답했다. “우울한 기분으로 고통스러웠던 적이 있었다.”고 한 응답자는 23%였다. 4명 가운데 1명은 자신의 정신 건강이 스스로 걱정된다고 밝혔다. 자신이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은 1천 명 가운데 46명으로 조사되었다. “정신질환을 갖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32.4%는, “교인 가운데 자신의 질환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답했다. 교회가 해야 할 우선 순위가 돌출되고 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기대치가 산산히 부서지고 있다.
부서진 조각을 모아 보듬어야 할 사명이 교회의 존재론적인 목적가운데 하나이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로 2023년까지 9세에서 24세 사이의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은 자살이었다. 2019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4.6명으로, 이는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불행한 자화상 그림이다.
너무 쉽게, 너무 흔하게, 너무 값싸게, 너무 빠르게, 1위라는 수치가 부끄럽다.
자살공화국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사방 죽음에 이르는 길이 널려 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고통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자살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유 없이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스트레스, 유형무형의 압박, 대인관계문제, 경제적 어려움, 트라우마, 신체적 질병, 약물 알콜 중독, 사회적 고립, 정신건강문제(우울증, 불안 장애), 자살할 이유가 세월이 가면 갈 수록 다양성과 함께 덧 붙여지고 있다.
자살에 대한 교회의 반응은 싸늘하다.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단칼에 정의를 내린다. “자살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로 구원받지 못한다.”는 결론으로 냉정하다. 생명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기 때문이다(출 20:13, 욥1:21, 고전 6:19-20). 이와 같은 결론의 당위성은 역설적으로 구원에 대한 결론을 인간이 내리는 우를 범한다. 구원의 조건이 예수 그리스도 밖에서 자살의 이유와 원인으로 규명되기도 한다.
그러나 성경은 자살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보다 묘사를 다루고 있다. 대체적으로 죽음 같은 극한 환경에서도 하나님의 위로와, 힘을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거미줄처럼 성경 곳곳에 가득하다(렘29:11, 시 34;18, 마 11;28).
오히려 가득하기 때문에 우리 시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다.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시 23:4).
Even though I walk through the darkest valley, I will fear no evil, for you are with me; your rod and your staff, they comfort me.
사망, 음침, 골짜기, 죽음으로 이어지는 단어의 나열이다. 돌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점이다. ‘해’가 없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해’를 영어성경(NIV)은 ‘사탄(evil)’로 번역했다. 사탄의 공습이다. 그 ‘해’를 인간의 의지로 극복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숨소리 조차 빠져 나갈 구멍 없는 상자에 갇힌 것이다. 산산히 부서지고 찢겨 먼지처럼 사라지는 찰나의 순간이다. 만약 여기서 성경의 진술이 끝났다면, 아찔하다. 그래도 두려워하지 않을 이유는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기 때문이다. 아니 하나님이 함께 하기 때문에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 내가 그 두려움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아니다. 인간이 노력하면 할수록 그 방법은 죽음에 이르는 온통 절망의 방법이다. 그 절망은 곧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그렇다면 냉혹한 조언이지만, 이왕 생명을 걸어야 할 이유가 있다면 하나님에게 걸어야 한다.
For to me, to live is Christ and to die is gain.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 1:21).
죽는 것도 유익한 죽음이 있다는 것, 삶의 지향점이 내가 아니라는 것, ‘삶 자체가 그리스도’라는 것, 결국 죽음도 내것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벼랑 끝 모서리를 걷고 있는 당신, 사람이 살아야 될 이유이다.
If we live, we live for the Lord; and if we die, we die for the Lord. So, whether we live or die, we belong to the Lord.
“우리가 살아도 주를 위하여 살고 죽어도 주를 위하여 죽나니 그러므로 사나 죽으나 우리가 주의 것이로다“(롬 14:8).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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