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햇빛이 휘어져 내려야 한다 (외) 2편 by 김성교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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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Poem 햇빛이 휘어져 내려야 한다 (외) 2편 by 김성교 시인
시詩Poem
햇빛이 휘어져 내려야 한다
키 큰 아파트에 둘러싸인
키 작은 골목에서
또 반은 땅에 묻고 사는
반 지하 방에는
햇빛이 살지 않는다
구름을 뚫고 하늘 바로 밑까지 오른
초고층 아파트에는
햇빛이 가득히 사는데
햇빛을 쫓으며 더 크려는
키 큰 나무 밑 그늘에는
젖은 풀꽃들이 산다
부자들은 더 높이 올라
더 많은 햇빛을 가지려 하고
가난한 이들은 더 아래
젖은 방에서 사는 것이
풀꽃 닮았다
햇빛이 휘어져 내려야 한다
더 높은 곳에 사는 부자들이 막아서거든
더 크려는 키 큰 나무들이 막아서거든
몇 번이고 휘어져서
그늘진 곳에 풀꽃까지 굽어 내려야 한다
반 지하 방 젖은 곳까지 굽어 내려야 한다
시詩Poem
그로서리 스토어 12
알람을 끄며
오늘도 가게 문을 열었다
알람은
나를 위해 밤새 깨어 있었을까
아니면,
가게를 위해 밤새 깨어 있었을까
알람을 보고 웃었다
바라 볼 수 없는 것을 바라 보는것
너는 나에게 무심해도
나는 너를 보며
상상을 한다
영원히 셀 수없는 무한의 기호처럼
시詩Poem
겨울 숲에서 배운다
새들의 시야를 가리던
봄이 가고
그리고 여름, 가을까지 가고나면
비움의 계절이다
사라짐의 계절이다
겨울 숲이 동안거에 든다
비움과 사라짐과
우리도 때가 되면
비울 줄 알아야 한다
사라질 줄 알아야 한다
[시선노트]
정서는 시의 1차적 발상차원이다. 객관적으로 해석하려는 과학적 사고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김성교는 그 정서를 시각화하려는 창조적 솜씨가 뛰어나다. 이를테면 ‘햇빛이 휘어져 내려야 한다’는 시 제목에서 이미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서정적 관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의 영역과 연결하는 주제의식이 뚜렷하다.
또 다른 작품 ‘심정’ ‘그로서리 스토어 12’는 김성교가 경험한 정서의 나열이 아니라 실제적 정서체험과 거리를 유지하려는 공간의 미학이 덧보였다. ‘너의 이름은 밤이다’는 언어유희로 이어가는 탄탄한 힘이 결과론적인 메시지를 더욱 선명하게 하고 있다. ‘겨울 숲에서 배우다’는 가장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에 기댄 작품이다.
[작가 Profile]
김성교 시인은 건국대학교 환경공학과 졸업. 한국문인협회 워싱톤지부 부회장, 한반도문인협회 회원, 문학시선작가회 회원, 에피포도예술과문학 회원, 재미가톨릭문인협회 회원, 재미시조시인협회 회원, 아태문화센터 문학위원장. 한국문예저널 필진, 제26회 에피포도문학신인상 수상, 윤동주탄생 105주년 문학상, 대한시문학협회 문학상, 한반도문학 국제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섬이 없는 바다에는 고등어가 살지 않는다』 등 다수가 있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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