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브뤼헐의 “세례 요한의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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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례 요한의 설교, 1566, 피테르 브뤼헐 the Elder
부다페스트 미술관 (부다페스트, 헝가리)
1. 네덜란드 농민화가 아버지 브뤼헐의 작품을 소개합니다. 광야나 빈 들 대신 인적이 드문 산 속에서 설교하는 세례요한을 묘사했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합니다. 당시 시절이 범상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도 우리나라처럼 식민지배를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17세기 최대 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스페인의 박해로 서슬퍼런 시절이었습니다. 이유는 종교였습니다.
2. 당시 네덜란드에는 루터보다 더 이론적, 군사적으로 무장한 칼빈이 종교개혁을 강력히 이끌고 있었습니다. 바로 이 작품이 그려진 1566년에 대대적인 성상파괴 운동으로 개신교도들의 개혁과 저항에 불이 붙었습니다. 이를 반역으로 간주한 스페인제국 국왕 펠리페 2세는 이듬해 군대를 보내 식민지 네덜란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이후 네덜란드 독립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80년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펠리페 2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서 당시 세계 최강의 제국의 힘으로 신교 탄압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도시에서 개신교 예배를 금지한 제국의 박해를 피해 “울타리 설교”를 듣고 있던 사람들을 향해 브뤼헐은 요한의 그림으로 “은밀한 축복”을 전했습니다. 그러므로 이 작품에서 귀 기울이고 있는 군중들은 어쩌면 작품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시선이 집중되는 중앙 상단에는 갈색 옷을 입은 세례요한이 설교를 하고 있습니다. 그의 손 끝은 내 뒤에 오실 분을 가리키고 있는데, 따라가보니 하늘색 옷을 입고 팔짱낀 예수님이 보입니다. 그런데 그 팔짱낀 손 끝은 다시 모인 민중들을 가리킵니다.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실 때 비로소 “임마누엘”이고, 자기 “백성”을 구원하실 자가 “예수”이심을 성경은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모인 이들의 모습은 여성, 노인, 젊은이까지 다양합니다. 심지어 터키인, 중국인도 있습니다.
세월은 흐르고, 장소는 바뀌어도 박해받는 영혼들에겐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습니다. 우측 하단부에서 논평에 열 올리면서 한쪽 발을 보험삼아 걸치고 있는 “독사의 자식” 같은 존재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술에 취한 수구 신앙과 썩을대로 썩은 맹목적 믿음의 뿌리 위에는 이미 도끼가 놓여 있습니다. 손 모아 기도합시다. 우리의 귀를 열어 광야의 소리를 듣게 하소서. 우리의 입을 열어 복된 소식을 전하게 하소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 그리스도를 기다리게 하소서.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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