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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벨라스케스의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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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 c.1678, 디에고 벨라스케스

내셔널갤러리, (런던, UK)



디에고 벨라스케스가 열 아홉살때 완성한 천재적인 작품 앞에 서 봅니다. 벨라스케스는 보데곤으로 불리는 이중 구조 표현에 능숙했습니다. 보데곤은 종교개혁의 성상파괴 운동의 영향으로 정물이나 주방, 음식 재료 등을 전면에 내 걸고, 일상을 그려낸 작품들입니다. 때로 작품 안의 작품으로 아주 작게 종교적 메시지를 감추어 놓은 이중구조는 당대에 찬사를 받았습니다. 벨라스케스는 주로 거울을 사용하여 이중구조를 표현했습니다. 일상 신학과 성찰을 통해 신앙을 가다듬는 이 시대에는 더욱 감탄을 자아내는 작품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작품 또한 정면을 응시하는 젊은 여성, 마르다와 정물이 전면에 등장한다면, 후면에는 거울에 반사된 다이닝룸을 통해 예수님과 마리아를 보여줍니다. 우리는 한 작품을 감상하지만, 작품 속에는 두 개의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주방의 소란한 일상 속에서도, 낯선 예언자와의 고요한 만남 속에서도 시간은 달리 흘러가지만, 성스러움은 각각의 방식대로 고이고, 스며듭니다. 


다만 그 보석같은 성스러움을 오롯이 담아내지 못하고 너무 많은 일에 마음을 쓰는 게 우리 현실입니다. 당장 눈 앞에 해야 할 일에 경황이 없다면, 경외니, 경탄이니, 초월이니 하는 것들은 거추장스러운 허상입니다. 작품의 주인공, 응시하는 여성-마르다의 눈동자가 우리의 영혼을 비춥니다. 그녀의 지친 붉은 손가락과 망연자실한 눈빛, 불쑥 터질듯한 자매에 대한 원망은 우리의 자화상입니다. 분주함이 빚어낸 그녀의 떨림을 타산지석 삼아 마리아처럼 고요히 그리스도께 향하는 것이 "참 좋은 몫"의 신앙입니다. 


오래 전 어거스틴이 구분하기 시작한 마리아의 관상적 삶: 성찰(vita contemplativa)과 마르다의 현세적 삶: 행동(vita active)은 배타적 선택이 아닙니다. 일상을 정성껏, 단순하게 가꾸어 나가면 관상의 열매를 맺게 됩니다. 말씀 중심의 관상적 삶을 지향하면, 일상 성찰의 깊이가 더해집니다. 모두 참 좋은 몫입니다. 다만, 밥 먹을 때 밥 먹고, 기도할 때 기도하고, 요리할 때 요리하는 게 수행이듯, 자신의 몫에 정성을 기울여야 열매 맺는 날이 올 것입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바쁜 일상 속에서도 하나님의 현존을 느낄 수 있는가?

  다른 사람의 선택에 신경쓰지 않고 내 길을 갈수 있는가?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마르다와 마리아처럼 각자의 자리에서 당신을 섬길 수 있게 하소서. 다른 사람의 선택을 마음에 두지 않고, 단순하고 분명하게 내게 주신 길에서 하늘 빛을 발견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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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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