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로버츠의 "… 파괴된 예루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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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군에 포위되고 파괴된 예루살렘, c.1850, 데이비드 로버츠
개인 소장품 (로마, 분실)
평화의 도시 예루살렘은 이름 뜻과 달리 의외로 처량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52번의 공격, 44번의 함락과 탈환, 23번의 포위 공격을 당하고, 두 번 파괴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중 하나이며, 가장 평화롭기를 간절히 원하는 도시입니다.
데이비드 로버츠의 붓끝이 담아낸 예루살렘의 마지막 날, 서기 70년의 처참한 순간입니다. 유세비우스의 서적을 보고 재현하듯 정교하게 그렸다고 합니다. 작품은 좌측 상단 끝에서 우측 하단 끝까지 자연스러운 시선의 흐름대로 창조와 소멸을 가리킵니다.
좌상단의 수억 년은 버텨냈을 드넓은 평원과 평온한 하늘은 오른쪽의 화염과 대조를 이루고 있습니다. 우하단의 궁수와 창병으로 도열한 로마 군병들의 질서는 우리가 잘 아는 팍스 로마나, 힘으로 이룬 평화입니다. 힘으로 만든 평화에는 두손을 들고 오열하며 기도하는 누군가의 고통이 동반됩니다.
그런데 힘으로 만든 평화의 유혹은 너무나도 달콤합니다. 호랑이 없으면 토끼가 힘으로 누르려는 세상입니다. 지금은 성인이 된 야고보와 요한도 마치 훈련된 비서실장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저 사마리아 놈들을 불로 태워버리도록, 상부에 보고드릴까요?”
사마리아 사람들은 예루살렘에 가려는 예수 일행을 미워합니다. 예수의 제자들은 자신들을 거절한 사마리아 사람들을 벌주고 싶습니다.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서운해 하고, 등을 돌리고, 담을 쌓는 이들의 가슴에는 저 예루살렘의 화염이 이미 번지고 있습니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그 평화는 구름에 가려, 잿더미에 가려, 돌 무더기에 가려져 갑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냥 다른 마을로 가십니다. 물 흐르는 듯한 변화 같지만, 실은 완강한 거부입니다. 영적 대결입니다. 불과 폭력으로 만드는 평화 대신 다른 길을 찾으십니다.
성도는 하나님의 평화의 길을 일구며 살아가겠다고 쟁기를 잡은 하늘나라의 농부들입니다. “쟁기를 잡고 뒤를 자꾸 돌아다보는 사람은 하나님 나라에 들어갈 자격이 없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어려움을 당했을 때 불처럼 화를 내 본적이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 때 예수님이라면 과연 어떻게 하셨을까?” 상상해 봅시다.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예루살렘의 폐허 앞에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갈등과 증오, 전쟁과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을 주님의 평화로 새롭게 이끄소서. 우리도 쟁기를 잡고 앞만 보며 평화를 일구게 하소서. 아멘.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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