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수필隨筆Essay 사막의 비 (1) by 수필가 미란 마이어스(Mi Ran Mey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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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회 에피포도신인문학상 수필隨筆Essay 수상작품 • 사막의 비 (1)
by 수필가 미란 마이어스(Mi Ran Meyers)
광활한 사막의 노을은 항상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매혹적인 것이 있다면 그건 사막의 밤비일 것이다. 사막에도 모든 걸 삼켜 버리는 폭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뜨거운 지열을 흩날려 버린 바람이 스쳐간 사이, 미군 막사에서 맞이하는 밤비는 참으로 달콤하다. 사막 한가운데 있는 미군 국립훈련소에서 남한 주민 역할을 대역하려(roll player) 일하러 온 이곳은 몇 년 전에 막내 아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해서 나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부대 안을 걸으며 이른 아침에 병렬된 자세로 서 있는 군인들과 훈련 받고 뛰고 있는 모습에서 아들의 얼굴을 본다. 이곳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은 미군들이 미래적으로 맞부딪힐 가상의 한반도 전쟁에서 상대역인 남한 주민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옛날 국방 외국어 대학에서 내가 가르친 한국어 강의를 듣고 배웠을 학생들의 한참 후배가 될 법한 군인들과 함께 실전에 참여하며 공동 작전에 임한다니 신기스럽기조차하다.
국방대학교에선 이멀젼 데이(Emersion Day)라고 해서 한국말만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어 군인들의 한국어 공부를 도모했다면, 이곳에선 북한과 비슷한 삭막한 환경에서 미군들이 실제 터뜨리는 포탄과 전쟁과 같은 혼란 속에 남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통해 대비 전쟁 훈련으로 한국어에 접하는 차이가 있다 하겠다. 그런데 영어를 하나도 사용하지 않는 주민 역활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튀어 나오는 영어 때문에 시원찮은 대역자가 되는 건 어렵잖다. 기껏 영어를 허락해 주는 수준이란 “양키 고 홈!“을 떼창으로 소리 질러 훈련 온 군인들에게 적잖은 저항과 놀람을 맛보게 해 주는 정도랄까? 대역을 생각하면서 생각나는 배우가 있다.
얼마 전 본 영화 ”Sound of Freedom“에서 주인공으로 분장한 짐 카비즐(Jim Caviezel)의 열연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아동 인신매매를 통해 납치되어 사라진 오누이를 우여곡절을 통과하며 결국엔 부모 품에 안기게 하는 감동적인 실화를 배경으로 한 사회적이고도 도덕적인 이슈를 고발한 영화다. 인신매매 근절을 위해 온 인생을 투자한 이 영화의 실존 인물 팀 발라드(Tim Ballard)는 미국과 멕시코의 국경에서 벌어지는 마약 밀매자를 추적하거나 중남미 및 세계적으로 만연해 있는 인신매매와 아동 성착취용으로 끌려간 아이들의 구출작전을 펴온 정보요원이었다.
그가 말한 바에 의하면 통상적으로 아동 성착취 노예와 인간 장기 노예들만 해도 현재 6백만 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이것은 성인 노예는 포함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인류 역사상 노예를 법적으로 허용했던 시절보다 훨씬 뛰어넘는 숫자의 인간 노예들이 이 세상에 만연해 있다는 이야기다.
마약은 한번 판매해 버리면 재생되는 게 아니어서 다시 마약을 구해야만 마약을 팔아 먹지만 인신매매로 통한 수입은 부려먹을 수 있는 사람이 살아 있는 한, 얼마든지 그들을 재사용하면 돈을 매번 벌어대 주는 안정적인 수단이 되기에 인신매매는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본인들의 생명연장을 위해 연연하는 사람들에게 어린 아이들을 유인하거나 납치한 후 그들의 장기 척출을 통해 장기판매로 부를 쌓는다니 이 악의 순환고리는 얼마나 악랄하며 몸서리칠 일인가!
영화를 보며 십계명 중 “도둑질 하지 말라”는 많은 의미를 함축한 열린 문장(open sentence)인 제8 계명이 떠오른다. 유대인들에게 이 계명은 처음부터 인간을 납치하지 말라는 뜻으로 쓰여졌다고도 한다. 납치는 사람의 생명을 훔쳐가는 일이니 일맥상통하는 바가 없지 않다. 그러나 납치에만 국한된 것이라기보다 유일하신 하나님께 돌아가야 할 존귀와 영광을 훔쳐 다른 우상에게 드린 것과 하나님 이름을 오용하는 것은 제1 계명에서 제3 계명까지 저촉되는 것이고, 제4 계명에 해당하는 주의 날인 매일을 주를 위해 쓰지 않으니 시간을 도둑질한 것이고, 고르반이라며 부모님께 돌아가야 할 공경을 훔쳤으니 제5 계명에도 확대되는 일이다.
그러고 보면 제6 계명의 “살인하지 말라”도 남의 생명을 훔친 셈이고, 제7 계명인 “간음하지 말라”도 남의 배우자를 훔친 것이니 제8 계명에 저촉되지 않을 수 없다. 법정에서 거짓말을 함으로 남의 정의를 훔침으로 제9 계명을 범한 것이나, 다른 사람의 유형과 무형의 재산을 탈취한 모든 생각과 행동을 금하는 열 번째 계명도 제8 계명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을 볼 때, 아동을 유린해 자신의 유익을 취하는 자들에게 퍼붓는 하나님의 진노는 마땅할 것이다. 인류의 조상이 하나님 말씀을 일부 훔쳐간 것으로 저주 받았으니 인간은 다 도둑의 후손일 수밖에 없나 보다!
아무튼 이 영화가 사회적으로 공감과 동요를 일으키자 여러 곳에서 짐 카비즐의 인터뷰가 붐을 이룬다. 그 중 조르단 피터슨(Jordan Peterson)과의 인터뷰에서 눈물로 고백하는 그의 말은 뜨거운 한여름의 사막에 가슴을 파고 드는 시원한 한줄기의 비처럼 와 닿는다.
“믿음이 없고서 이 영화를 찍으며 아동 인신매매의 악과 끔찍함을 표현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그리스도께 그 고통을 드려 해방을 받지 않고선 내가 살아나기 힘들었다…나는 이제 내 자식을 6명이나(3명은 입양했다) 둔 아버지로서 아동 인신매매 방지를 위해 내 목숨을 내어 놓았다.”
그의 결연한 다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특히 영화 속의 대역자들인 배우들에겐 무한한 천사를 아끼지 않으면서 정작 그의 자녀들에게 영구직을 베풀어 왕 같은 제사장이고 거룩한 자로 임명케 한 주님께는 온몸을 다해 살아가지 못하는 크리스챤을 향해 깊은 찌름을 주는 것 같아서다. 왜 무기력한 크리스찬이 될까? 이 세상에서 하나님 인증보다 세상 사람들의 인증에 목말라 하는 연기자 인생(Roll Player)이 많기 때문일까? 아님 한 번도 주를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한 적이 없어서일까?
“오직 너희는 택하신 족속이요 왕 같은 제사장들이요 거룩한 나라요 그의 소유된 백성이니 이는 너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의 기이한 빛에 들어가게 하신 자의 아름다운 덕을 선전하게 하려 하심이라.”(벧전 2:9)
[작가 Profile]
제29회 에피포도신인문학상(수필) 수상 작가 미란 마이어스 수필가는 1953년 6월 한국에서 태어나 1975년 미국으로 가족 이민을 하였다. 1981년 Boulder, Colorado BA, 2003년 California institution of integral studies(CIIS) MA, 2012년 Reformed Seminary M.Div. 학위를 취득했다. 2003-2013년 미국 국방부 언어대학 교수로 근무하다 은퇴(2013년) 후 Victorville, California 거주하고 있다. 가족관계로 1978년 결혼 후, 두 아들과 한 명의 손주와 함께 48년 간 결혼생활 중이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