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렘브란트의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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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1627, 렘브란트 판 레인
베를린 국립 회화관(Gemäldegalerie, Berlin, 독일)
"어떤 탐욕에도 빠져들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사람이 제아무리 부요하다 하더라도 그의 재산이 생명을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누가복음 12:15)
촛불 하나가 어둠을 밝힙니다. 어둠이 빛을 이긴 적은 없지만(요 1:5), 탐욕은 눈을 어둡게 합니다. 노인은 손에 든 동전을 촛불에 비춰 들여다봅니다. 그 작고 신비로운 원형 속에서 영원을 찾으려는 듯, 마치 그것이 신이고 그것을 어루만지는 것이 예배인 양 몰두하고 있습니다.
빛의 화가 렘브란트는 빛과 어둠의 속성을 꿰뚫고 있었습니다. 거룩한 빛이 어둠을 뚫고 들어와도, 그 빛이 비춘 것은 온통 세속의 욕망뿐입니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뭉치와 흩어진 금화들, 계약서와 장부들 사이에 노인이 파묻혀 있습니다.
예수께서 누가복음을 통해 들려주신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 속 농부가 17세기 네덜란드로 옮겨온 것 같습니다. 금실로 장식된 화려한 옷을 입은 그는 영락없는 고리대금업자입니다. 더 큰 창고를 짓고 만족해하던 농부처럼, 이 노인 역시 재물에 안주하려 합니다.
워낙 돈을 다루는 사람이라 금화의 진위는 한눈에 판단했을 텐데도, 오밤중에 촛불에 다시 비춰보는 과도한 애착을 보입니다. 탁자에 놓인 저울이 있어도 자신의 손끝과 눈빛만을 믿으려 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가장 밝은 빛 가운데서도 그는 홀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스물한 살의 렘브란트는 1600년 전 예수의 비유를 화폭에 담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미래도 예견했을까요? 성공의 달콤함에 빠져 사치와 허영으로 파산할 미래의 자신에게 보내는 경고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진정한 빛은 무엇을 비춰야 하는지, 렘브란트의 붓끝이 우리에게 되묻습니다. 하나님의 빛으로 세상의 허영을 비출 것인가, 아니면 그 거룩한 빛으로 영혼의 깊은 곳을 비춰 참된 부를 발견할 것인가? 어둠 속에서 홀로 타오르는 촛불이 우리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나는 지금 하나님의 빛으로 무엇을 비추고 있는가?
• 나는 무엇을 쥐고 놓지 못하고 있는가?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탐욕의 어둠에 가려진 제 눈을 열어 주님의 참 빛을 보게 하소서. 썩어질 것에 매달리지 않고 영원한 것을 추구하는 지혜를 허락하소서. 아멘.
* 일상 속에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잠시 멈춰 손 모을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 가고 있는가?
* 나는 어떤 간절함을 품고 하늘문을 두드리고 있는가?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도 당신을 향한 마음이 더 깊어 가게 하소서. 보이는 경건함 뒤에 숨은 연약함까지 모두 품어 주시고, 간절히 두드리는 이 손을 외면치 마소서. 아멘.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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