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도미니코 페티의 "잃어버린 동전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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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동전의 비유, 1618-16222, 도미니코 페티
알테 마이스터 회화관(고전미술박물관, 드레스덴, 독일)
한 여인이 허리를 숙여 유심히 잃어버린 동전을 찾습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사실 그대로 어두운지 밝은지 모를 맨 바닥을 살피고 또 살핍니다. 소박한 옷장은 열려 있고, 깊숙한 곳에 있던 옷을 빼냈는지,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습니다. 가구도 넘어져 있고, 소쿠리는 엎어져 있습니다. 벽은 금이 가 있고, 넉넉치 않은 형편임이 한 눈에 보입니다. 벌써 찾은 데를 몇 번을 다시 찾는지 모릅니다. 정적인 느낌 속에 조급한 여인의 마음이 가구와 집기로 대변됩니다. 17세기 베네치아 화파의 거장 도메니코 페티는 이 작품을 통해 비유 시리즈를 시작했고, 그 첫 작품으로써 잃어버린 드라크마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합니다.
간결한 이 작품에는 숨겨진 의미도, 풀어낼 비밀도 없지만, 도미니코 페티의 작업 여정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는 어린 시절 카라바조에게 명암을 배웠기에 이 작품의 극도로 세밀한 빛의 효과를 생생히 드러내기 안성맞춤입니다. 또 로마에서 작업하던 루벤스와 친분을 갖게 되면서 두껍고 풍부한 붓질로 역동을 그려내는 법을 익혔습니다. 전성기에는 베네치아의 화려한 색감을 갖추게 되면서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그러므로 생애 말년에 제작된 이 작품에는 그의 예술 인생이 들어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진가는 성서의 메시지를 쉽게 녹여냈다는 데 있습니다. 거장이 괜히 거장이 아닙니다. 크고 웅장할 필요 없이, 말씀이 들리는 그대로, 그러나 인생을 담아 그려냈습니다.
다시 여인을 바라봅시다. 여인 앞에 넘어진 의자 위엔 은전 아홉 개가 가지런히 모여 있습니다. 그렇게 찾아도 안보이더니, 몇 번을 훔쳐도 아무 것도 없던 거실 가운데 바닥에서, 마침내 동전을 찾은 그녀의 생기어린 얼굴이 엿보입니다. 잃어버린 것을 되찾은 기쁨이 방을 밝히는 것인지, 방이 밝아서 그녀가 환해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둠의 시간은 그녀의 등 뒤로 지나갔습니다. 이제 나가서 벗들과 그 기쁨을 나눌 일만 남았습니다.
우리를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마음이 여인에게 보입니다.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하나님의 부름받은 공동체, 교회에 그 소임이 위임되었습니다. 설령 양 한마리 만큼 소중하지 않아도, 돌아온 둘째 아들처럼 존귀하지 않아도, 그저 딱딱하게 식어버린, 가슴으로 말 못할 동전같은 존재일지라도 찾아 마땅하고, 기뻐 마땅하며, 마을이 들썩여 마땅합니다. 잃어버렸다 찾은 존재, 죄로부터 구원받은 존재야말로 하늘의 기쁨이기 때문입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내가 하나님께 잃어버린 존재였을 때, 하나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나를 찾아 주셨습니까? 그 은혜의 순간들을 기억하며 감사해 보십시오.
• 내 주변에서 아직 하나님의 사랑을 모르는 '잃어버린 동전' 같은 사람은 누구입니까? 그들을 위해 어떻게 기도하고 섬길 수 있을까요?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저 같은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를 포기하지 않으시고 끝까지 찾아 주신 그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이제 저도 잃어버린 영혼들을 찾는 일에 쓰임 받게 하시고, 그들이 발견될 때 하늘의 기쁨을 함께 나누게 하소서.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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