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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대 브뤼헐의 "갈보리로의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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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보리로의 행렬, 1564, 피터 브뤼헐 엘더

빈 미술사 박물관, (빈, 오스트리아)



아버지 피터 브뤼헐의 대작 <갈보리로의 행렬>은 85인치와 100인치 사이의 대형 TV 사이즈입니다. 그런데 크기보다 구성이 놀랍습니다. 혹자는 이 작품 안에 우리네 인생이 들어있다고 말합니다. 작품 앞에 서면 처음엔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모를 정도입니다. 수백 명의 인물들이 북적거리는 가운데 정작 그림의 주인공인 예수님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그리스도를 화면 중앙에 작은 모습으로 그려 넣었습니다. 작품에 가로 세로 십자가를 그리면 그 정중앙에 십자가의 머리 부분이 겹치게 제작했습니다. 원근법이 없던 시절, 성화를 그리던 작가들은 예수님을 크게, 빛나게, 푸르고 붉은 옷으로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브뤼헐은 정 반대로 후광도, 신적 위엄도 없이 단순한 파란 망토를 입고 무거운 십자가에 짓눌려 땅에 쓰러진 수백 명 중 한 사람일 뿐인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이것이 바로 브뤼헐의 혁신입니다. 작품에서 시도했듯이, 일상 속-군중 속 숨겨진 그리스도 발견하기를 우리 삶의 미션으로 제시합니다.  


브뤼헐의 또 다른 혁신은 고대의 풍경을 16세기 플랑드르 풍경 속에 재현했다는 점입니다. 17세기 이후에는 공연히 시도된 방식이었지만, 성경 속 이야기를 동시대인들의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데 주효한 실험적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군중들은 대부분 그리스도의 고난에는 관심 없습니다. 오락 거리가 없던 시절 불 구경, 싸움 구경처럼 ‘처형’ 또한 구경거리였을 뿐입니다. 어른들의 구경거리에 관심 없는 아이들은 물 웅덩이에서 뛰어 놉니다. 정 반대의 소동도 금새 찾을 수 있습니다. 


왼쪽 아래 바위 바로 위에는 남편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아내의 몸부림이 묘사돼 있습니다. 군인들은 필사적으로 만만한 사나이를 징발해 가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구레네 시몬입니다. 예수께서 더 이상 옮기지 못하시는 십자가를 대신 질 사나이입니다.  “누구든지 나에게 올 때 자기 부모나 처자나 형제 자매나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누가 14:26)는 주님의 말씀대로 시몬은 원치 않았지만, 결국 가족을 뒤로 하고 십자가를 그리스도와 함께 지는 운명이 되었습니다. 구레네 시몬이 제자가 된 사실은 전승을 통해 전해지지만, 그 직전에 이런 스토리가 있을 줄은 상상을 못해봤습니다. 


구레네 시몬 장면에서 시선을 돌려, 이제 우측 상단을 봅시다. 해골언덕에 일찌감치 올라와 원을 그리며 십자가터를 둘러싸고 있는 군중들, 참 부지런하기도 합니다. 이런 열심은 오락과 쾌락을 추구하는 인간의 군상입니다. 축제는 군중의 관심이 만드는 법입니다. 그리스도와 물리적으로 가장 가깝지만, 영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군중들 말입니다. 작가는 군중과 구레네 시몬을 비교함으로 그리스도를 대하는 (혹은 소비하는) 두 가지 방식을 한 작품 안에 대조했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그대들은 자기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구레네 시몬인가? 아니면 골고다의 구경꾼인가? 다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피 묻은 십자가를 지려는가? 아니면 일찌감치 좋은 자리 맡아놓고 그의 희생을 관람하려는가? 


우리 인생도 어쩌면 이 행렬 속, 부분의 합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삶에서 죽음으로, 빛에서 어둠으로의 여정 속에서 우연한 ‘징발’도 나의 영적 숙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바지런히 쾌락을 추구하던 시절도 나의 여정의 일부분입니다. 마음의 부채 의식과 기억의 무게를 내려 놓고 그리스도를 따를 수 있느냐가 신앙의 본질임을, 수 백명의 자화상이 꿈틀거리는 이 작품은 수 백년 째 말없이 전하고 있습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나는 지금 내 삶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 일상 속 군중에 묻혀 그리스도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마음 한편에서라도 그분을 찾고 있는가?

 구레네 시몬처럼 원치 않는 '징발'을 받았을 때, 나는 어떻게 반응하는가? 그것을 피하려 발버둥치는가, 아니면 그 안에서도 하나님의 뜻을 찾으려 하는가?

 나는 그리스도의 고난을 함께 나누는 제자인가, 아니면 안전한 거리에서 구경만 하는 관람객인가? 진정한 동참이란 무엇인가?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수백 명의 군중 속에 숨어계신 당신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열어주소서. 준비 되지 않았고, 원치 않는 십자가라 할지라도, 하늘 뜻 담긴 숙명으로써 기꺼이 지고 갈 수 있는 신앙의 성숙함을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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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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