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詩Poem 장터에서 (외) 1편 by 유석암 시인
페이지 정보
본문
시詩Poem 장터에서 (외) 1편 by 유석암 시인
시詩Poem 장터에서
어스름한 저녁 소독차가 지나가고
뿌연 연막이 물안개처럼 내려앉는다.
저녁준비를 위해 사람들이 분주히 모이는 재래장터
정성껏 기른 채소를 팔러 나온 할머니 얼굴이 흩어진다.
자동차 불빛 사이 주름진 세월의 무게보다 더 무겁게 내려앉는 소독연기
옹기종기 곁에 어깨를 부비며 앉은 할머니 예닐곱
누구에게 저녁 찬거리를 사야하나 몇 번이고 왔다갔다 애써 아닌 척
멀리 물러나 바라보았네
가슴시린 저녁바람에 옷깃 여미고 한곳을 응시하면 눈물이 난다
할머니 앞에 좌판을 깔고 누운
빨간 고추를 보면 그 빛이 너무 푸르러서 눈물이 난다
시詩Poem 장마
그해 여름장마는 나를 철들게 하는
시작의 발자국 소리였다
초가지붕 위로 내리던 빗물을
하루 종일 바라보던 그 여름 날 부터
착한 어미 소 눈망울 닮은
물거품 이는 흙 마당 위에
어쩌면 저리도 많은 눈물을 하늘은 흘리는가
살면서 장마 비 닮은 눈물이 나거든
여름장마에 종일토록 걸어보아라
눈물은 가리어질 것이고 그 속에서 한 없이 울어도 좋으리라
접시꽃은 토담집 한 켠에 붙박이로 피고
피곤한 잠자리가 쉬었다 떠난 자리 저 혼자 외롭고
지나던 바람 불러 세워 흔들거린다
[시선의 여백]
유석암 시인은 1980년 말과 1990년 초 전국적인 시인 단체인 <젊음 시>를 주도했다. 유석암 시인의 작품에는 삶의 근원적인 진실이 담겨 있다. 되돌린 세상을 현재에 투영하여 빈틈없는 작품의 구성을 촘촘히 상황을 전개하는 시인의 안목이 눈에 띈다. 특별히 인간의 생존과 연결된 원근법을 사용하여 살아가는 삶의 진실을 노래하고 있다. 그렇다고 직설적이거나 표현에 있어서 거칠지 않다. 그런 상황을 시적 정서로 감정을 억누르며 가장 이상적인 시어로 독자들에게 다가 선다. 유석암 시인의 앞날은 밝을 것이다. 아무쪼록 작품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넉넉함과 사람들에게 본질적인 삶의 의미를 새기는 신실한 시인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작가 Profile]
1962년 경남 거제시 둔덕면 방하리 출생. 1990년 시나무 동인 주관으로 결성된 <젊은시> 서울지역 동인 회장역임. 제2회 에피포도문학(시) 추천완료. 제18회 에피포도문학상 본상 수상. 공저시집 <작은 점이 모여 선이 된다> <바다새는 비가와도 바다를 떠나지 않는다> <비 맞는 고양이 일가> 외 다수. 안산시 근로문학상(詩) 외 다수. 에피포도예술인협회(Epipodo Writers & Artists Association) 한국지회 사무국장. 대한수출포장(주) 상무이사 퇴직 후 청마(유치환)기념관 옆에서 방하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그곳은 유석암 시인의 고향이기도 하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 이전글[노용환의 예술묵상] 대 브뤼헐의 "갈보리로의 행렬" 25.09.05
- 다음글[노용환의 예술묵상] 얀 스테인의 "춤추는 커플" 25.08.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