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티소의 "18년간 병든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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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병든 여인, 1886-1896, 제임스 티소
브룩클린 박물관 (뉴욕, NY)
제임스 티소의 “18년간 병든 여인”을 바라고 있노라면, 작가가 성지에서 들이마셨던 그 후끈한 공기가 캔버스 위로 스며든 것만 같습니다. 1886년부터 1896년까지, 10여 년에 걸쳐 완성된 이 작품집,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는 단순한 성화를 넘어섭니다. 복음서가 쓰여진 땅을 직접 밟고, 그곳의 빛과 그림자를 온몸으로 체험한 후 탄생시킨 '산파적 증언'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두 번에 걸쳐 성지를 순례합니다. 그곳의 풍경과 풍습을 면밀히 관찰합니다. 랍비들과의 대화로 붓끝에 신학적 깊이를 더했고, 탈무드 문학 연구로 유대적 맥락을 작품에 덧입혔습니다. 그래서 이 그림 앞에 서면 올리브 나무의 향기와 그날 오후 햇살의 따사로움, 그리고 흙먼지 바람까지 느껴지는 것만 같습니다.
티소는 자신에게 선물처럼 주어진 삶의 변곡점을 잘 알아차린 인물입니다. 파리와 런던의 화려한 도시 생활을 그리던 손으로, 이제 팔레스타인의 메마른 땅 위에서 일어난 기적을 포착해 냅니다. 사교계의 제왕에서 고독한 은둔자로 시선의 각도를 바꿉니다. 열여덟 해 동안 허리가 굽어 고개를 들지 못했던 여인. 작가는 그녀의 모습 속에서 단순한 신체적 불편함 이상의 것을 직감합니다. 절망의 습관이 굳어져 형성된 삶의 자세,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드는 방법조차 상실한 영혼의 상태입니다. 자신의 화려하지만 구부러진 삶을 180도 바꾸어 고독하지만 완전한 삶으로 바꾸어 준 ‘고통과 말씀’의 방정식이 여인에게 오늘 작동하고 있음을 경험자의 시선에서 관찰합니다.
결국 티소는 누가복음 13장 12-13절 말씀대로 예수님의 말씀과 손길이 여인에게 닿는 순간, 한 사람의 인생이 전환되는 ‘찰나’를 ‘영원’으로 남기는 데 성공합니다. 굽어진 등뼈는 여전하지만, 그녀의 고개는 서서히 들리기 시작합니다. 땅만 바라보던 시선이 하늘을 향하기 시작합니다. 어쩔 수 없이, 보이는 것만 보고 사는 인생에서 눈을 들어 주를 바라보는 해방, 곧 영광 돌리는 인생의 시작입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우리가 구부린 채, 왜곡해서 살아온 나만의 “18년”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하늘을 바라보지 못하게 만들고 살도록 만들었습니까?
• 그리스도의 손 끝이 닿기를 소망하는 우리의 신체 부위, 영적인 부위는 어디입니까?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주님 만날 때까지 소망 가운데 기다리시겠습니까?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18년간 굽어진 등으로 살아온 그 여인처럼 절망에 갇혀 하늘을 보지 못하는 저희를 불쌍히 여겨주소서. 당신의 손길이 닿는 순간 곧게 펴져 찬양할 수 있도록, 저희 삶의 모든 굽어진 것들을 치유해 주시옵소서. 아멘.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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