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시들지 않을 에피포도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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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호 (1996년) 에피포도 글 모음 | 표지화 • 강미란
시들지 않을 에피포도 계절
1995년 10월 22일, ‘에피포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세상 밖으로 나왔다. 쪽지글로 시작한 에피포도가 올해로 30주년이다. 성큼 성장했다. 그 길의 여정은 기억이 되돌아 가는 숲이다. 레터 사이즈 종이에 시, 수필, 신앙, 성경 칼럼을 적어 한인 식당, 상점에 가만히 갖다 놓았다. 볼품없던 쪽지글을 읽는 독자들이 하나, 둘 늘어났다.
영어판 에피포도가 만들어지고 그쯤 우편 우송이 시작되었다. 미 전역, 선교지역, 소외지역, 감옥 등 에피포도가 사방 흩어지기 시작했다. 에피포도 글을 읽고 자살을 시도하려던 분이 목회자가 된 경우도 있으며, 감옥에서 쪽지글을 읽고 시인이 되어 작가가 되기도 했다. 선교지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도구가 되었으며, 글을 읽은 사람들의 고백이 또 다른 정서를 만들어 작품이 되어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 그리스도의 사랑이 증거되었다.
1997년 <에피포도문학상>을 제정해서 시, 시조, 수필, 소설, 평론, 아동문학, 번역, 유스문학, 미술, 사진, 작사, 작곡, 연극 등 광범위하게 <에피포도예술과문학>으로 확장되었다. 여기까지 이른 것은 하나님의 은혜이다. 흔한 감정이 아니라 아주 특별한 은혜이다. 비전이라면 견디고 인내하며 지속시키려는 정서에 숨어 있다. 올 해(29회)도 시, 수필, 번역, 미술, 사진에서 수상자가 선정되었다. 다양성이다. 에피포도는 그 다양성의 작가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복음의 확장을 이루려는 꿈을 실현 중이다. 물론 노벨문학상과 같은 권위있는 상을 꿈꾸는 비전도 식지 않는다.
문화의 영역은 사람들의 공통의 정서를 움직이는 힘이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정서까지 만들어내는 힘도 있다. 요즘 ‘킹 오브 킹스(The King of Kings)’에 이어 넷플릭스 에니메이션 신작 ‘케이 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의 주제가인 ‘골든 Golden’이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골든’의 보컬 핵심 아티스트는 김은제(Ejae, 33세)이다. 가상의 케이 팝 걸그룹이 부른 노래가 빌보드 1위를 차지한 역사적인 첫 사례이다. 김은제는 ‘골든’의 작사, 작곡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김은제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기독교 신자로 자랐고 무언가를 우상화 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것을 기억”했다고 고백했다. ‘킹 오브 킹스’와 ‘골든’ 모두 크리스천의 손에서 문화의 숲이 만들어졌다.
공교롭게도 그 문화 앞에 ‘기독교’의 서술어가 붙으면 힘에 부치는 현상이 나타난다. 기독교 문화는 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늘 급한 불은 선교지나 소외지역이다. 선교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문화 선교, 문학 선교, 예술 선교는 귀에 익숙하지도 않고 배부른 영역처럼 들린다. 그러나 작금의 문화 흐름을 살펴 보듯이 한 사람의 기독교 작가, 예술가의 영향력은 수 많은 숲을 만든다. 누군가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야 한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 [έπιποθϖ]로 “사랑하다 I love. 사모하다 I yearn for. 그리워하다 I miss”의 뜻이다. 에피포도 [έπιποθϖ epipodo] 언어가 언급된 보편적인 원문을 찾는다면 신약성경에서 사용된 용례이다. 신약성경의 원어는 헬라어로 되어 있는데 빌립보서 1장 8절에 보면 사도 바울은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내가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너희 무리를 어떻게 사모하는지 하나님이 내 증인이시니라. For God is my record, how greatly I long after you all in the bowels of Jesus Christ.”
여기서 에피포도 [έπιποθϖ epipodo]는 “사모하는지”의 동적인 개념이다. 사랑하고 사모하며 그리워할 대상이 존재한다면 서로 공감하는 정서적 일치점이 있을 때이다. 그런데 에피포도 [έπιποθϖ epipodo]는 그 이상의 개념을 지니고 있다. 사랑할 수 없고, 사모할 수 없으며, 그리워할 이유 없는 대상을 향한 몸부림이란 표현이 어울린다. 그것도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그 대상을 향해 사랑하고, 사모하며, 그리워하는 지극히 동적인 가슴을 말한다.
다시 말해 개인적인 정서의 기준과 설정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이며 사실적인 자료에 의해 새롭게 형성된 자아를 통해서이다. 바울은 자신의 심장이 아닌 이미 입증된 객관적인 정서인 예수 그리스도의 심장으로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세상이 에피포도 [epipodo έπιποθϖ]와 같다면, 미워할 대상을 사랑하며, 사모할 가치 없는 사람에게 마음을 열며, 그리워할 이유 없는 누군가를 기다리며, 그 도구가 문학, 예술, 음악, 신앙, 그 무엇이라도 괜찮다. 한 번쯤 내 심장의 한계를 뛰어넘는 그 객관적인 정서를 얻는 일에 애쓰다 보면 보고 듣고 읽는 모든 일상과 사람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분명해 질 것이다. 오늘 밤, 한 번 더 고민해야 될 것 같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와 글 쓰는 것에 관하여.
사실 하루의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루는 내일을 잇는 길이다. 기억이 되돌아 가는 숲에는 놓치거나 잠시 잊은 것들이 수북이 쌓여 있다. 되돌아가는 여행을 통해 숨 한 번 크게 쉬고 잇는 길을 다시 가려고 한다. 그 길은 예술과 문학을 도구로 사람을 관계하는 정서이다. 곧 사역이 되게 하는 것, 그것이 뒤 돌아가는 숲에서 시들지 않을 에피포도의 계절이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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