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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얀 스테인의 "춤추는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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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커플, 1663, 얀 스테인

내셔널 갤러리 오브 아트(Washington D.C.)



그리스도의 복된 소리에도 결이 있습니다. 오래된 스테인드 글라스를 통과한 빛처럼 우리 심연 깊은 곳을 조용히 비추는 복음도 있고, 알 없는 안경을 끼고 보는 세상처럼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통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복음도 있습니다. 종교개혁기 이후, 특별히 네덜란드 황금기 바로크 작가들은 꼭 성화가 아니어도 삶을 관통하며 복음을 내재한 진리를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귀하디 귀한 물감으로 통속을 표현하고, 그 안에 희노애락과 삶의 진실이 숨어 있다니, 그야말로 놀라운 시절이었습니다. 


“윗자리에 가서 앉지 마라”(눅 14:8)는 주님의 경고는 단순한 처세나 예절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인간 영혼이 품고 있는 근본적인 갈망, 즉 인정 욕구의 민낯을 드러내신 복음이었습니다. 얀 스테인은 노동계급의 일상 풍경, 특별히 잔치의 장면을 순간 포착하며 저마다의 내면의 초상을 깨닫기를 원했습니다. 높은 자리를 향한 욕망, 신나는 몸짓, 타인의 시선, 끼어들기, 구별짓기, 분위기의 전환, 다음 차례에 뛰어들 준비, 흥에 겨운 어린 아이 등 12가지 표정의 이 작품의 주파수는 다양한 표정의 우리 인생과 소통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왁자지껄 땀 냄새가 흥건한 현장의 물씬함이 드러나는 작품 앞에서, 그리 멀지 않은 기억을 꺼내봅니다. 한껏 멋을 부리고 옷을 차려입은 하객들, 귀족과 성직자와 부유한 계급만 주인공이 될 자격이 있었던, 종교개혁 이전의 작품들에서 볼 수 없는 ‘난장’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누가 누구를 위해 생색내며 베푸는 사람 없습니다. 뛰어 들면 주인공, 지켜보면 관객, 마음만은 모두 춤꾼입니다. 지나가던 노파도 춤추는 커플 사이에서 기웃거리며 흥을 즐깁니다. 과거의 절제되고 경직된 클래식한 작품들도 의미 있지만, 인간의 삶의 여러 층위를 이 작품처럼 여러 겹으로 표현할 때 새롭게 와 닿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울타리 바깥 먼 배경에는 교회로 보이는 첨탑이 영적 메타포로 속삭입니다. 세속의 소란함 속에서 그 어느 누구 하나도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생수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마치 나침반처럼, 우리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정북향을 가리키며, 눈 있는 자는 보라는 듯 멀리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중경에는 울타리 바깥에 초대받은 건지, 초대 받지 못한 건지, 격식있는 옷차림의 사람들이 노동계급과 거리두기를 하며 그들만의 표정으로 응수하고 있습니다. 왠지 예수께서 말씀하신 윗 자리 좋아하는 사람들처럼 상상됩니다. 정작 잔치가 벌어지고 춤판이 펼쳐져도 참 진리라는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기를 꺼려하는, 자리에만 관심있는 따분한 사람들 말입니다. 


인정 욕구와 자리 다툼은 천국잔치가 시작되면 의미가 없습니다. 춤은 돌고 도는 것이고, 일단 참석하면 상석과 말석의 구분은 사라집니다. 음악에 몸이 흔들리고, 마음은 벌써 무대로 나가노라면, 어느새 모두 같은 기쁨안에 성령에 취하게 되는 것이 바로 천국 잔치입니다. 얀 스테인은 장난감을 들고 있는 어린 아이의 표정과 부끄러움 없이 높고 높은 곳에 서서 연주하는 바이올리니스트의 몸짓으로 그 기쁨들을 표현했습니다. 세월 살다 보면 높은 자리, 윗 자리 좋아하던 사람들이 어떻게 미끄러지는지, 우리는 여러 번 봐 왔습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일시적 영광과 인정이 아니라 영원한 기쁨입니다. 도덕적 교훈과 지혜를 넘어 성령이 인도하시는 사랑과 기쁨의 원리를 깨닫는 것입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나는 지금 얀 스테인의 그림 속 어느 인물과 가장 닮아 있는가?

춤추는 이들 사이에서 기쁨에 참여하고 있는지, 아니면 울타리 밖에서 격식과 체면을 지키며 거리두기를 하고 있는지 솔직히 돌아봅시다. 내 마음은 진정 천국 잔치의 기쁨 안으로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는지요?


 내가 붙잡고 있는 '윗자리'에 대한 욕망은 무엇인가?

인정 욕구와 자리 다툼이 나를 어떻게 천국 잔치의 진정한 기쁨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지 성찰해봅시다. 일시적 영광을 추구하느라 놓치고 있는 영원한 기쁨은 무엇인가요?


 내 삶의 배경에 서 있는 '교회 첨탑'을 얼마나 의식하며 살고 있는가?

세속의 소란함 속에서도 영적 나침반이 가리키는 정북향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니면 눈앞의 잔치에만 빠져 영원한 갈망을 잊고 있는지 돌아봅시다.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주님, 저를 울타리 안 천국 잔치의 기쁨으로 이끌어 주소서. 윗자리를 향한 헛된 욕망을 내려놓고, 성령 안에서 참된 기쁨으로 춤추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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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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