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용환의 예술묵상] 홀먼 헌트의 "세상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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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빛, 1904, 윌리엄 홀먼 헌트
세인트 폴 대성당 (런던, UK)
새벽녘 푸른 신비 속에 한 사람이 서 있습니다. 이 장면이 무척 익숙해서 우리는 그의 이름을 알지만, 눈 한번 깊게 감았다 떠 보며, 낯설게 바라봅시다. 육신을 입고 갈릴리 군중들 틈을 유랑하시던 그 분은 어느새 부활의 영광으로 단장하셨습니다. 그러나 머리에 눌러 쓰신 가시관은 여전히 사랑의 징표로 빛납니다. 못 자국이 선명한 그 손은 여전히 우리를 품고자 열려 있고, 발은 마지막 때의 긴박성을 알리려는 듯, 방향을 돌리고 서 계십니다.
그 손에 들린 등불이 어둠을 뚫고 온화한 빛을 비추고 있습니다. 어둠을 밝히는 빛은 그리스도 자체이십니다. 무지의 어둠 속을 헤매는 우리의 마음을 비추시고, 북극성처럼 방향을 인도하는 그리스도는 곧 등불입니다. 빛이 문을 비추니 세월의 흔적이 역력합니다. 문은 무심히 잠겨 있고, 경첩은 녹슬어 있고, 잡초는 해를 넘겨 키 높이로 자랐습니다. 담쟁이 넝쿨은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그 문이 우리 마음문과 다르지 않다고 속삭입니다. 은총의 빛을 감당할 수 없이 어두움에 익숙해서, 굳게 닫힌 저 문이 우리 모습입니다. 이 작품의 유명한 포인트는 바깥쪽 손잡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안에서만 열 수 있는 문입니다. 그것이 주님의 방식입니다. 강제로 들어오지 않으십니다. 천국을 향한 침노는 안쪽에서 해야 할 일입니다. 그렇지만 두드리십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계 3:20)
그럼에도 주님은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어느 각도에서도 우리를 향하시는 그 사랑의 눈빛을 한 번 지긋이 바라보십시오. 세 번 부인했던 베드로를 바라보셨던 그 눈, 십자가 위에서 어머니를 바라보셨던 그 사랑의 눈빛이 우리를 향하고 계십니다. 주님의 음성이 새벽 공기를 타고 흘러들어옵니다. "너희는 허리에 띠를 띠고 등불을 켜놓고 준비하고 있어라."(눅 12:35) 깨어 주님의 음성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등불을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허리에 띠를 띠고 준비할 때입니다. 세상의 빛 되신 그 분이 영원한 잔치를 함께 하시기를 원하시며, 우리 마음 문 앞에 서 계십니다.
말씀과 이미지를 상상하며 함께 묵상합시다.
• 나의 마음의 문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 잡초가 무성하고 녹슨 빗장으로 굳게 닫혀 있는지, 아니면 주님의 노크 소리에 언제든 열릴 준비가 되어 있는지.
• 나는 지금 어떤 등불을 켜놓고 살아가고 있는가? 세상의 빛 되신 예수님을 따라 살아가는 등불인지, 아니면 세상의 헛된 욕망들로 타오르는 등불인지.
손 모아 기도합시다.
주님, 저의 마음 문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리고 계시는 당신의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언제나 깨어 있어 주님의 음성을 듣고, 마음 문을 활짝 열어 당신을 영접하며 살아가게 하소서.
세인트 폴 대성당에서 제공하는 12페이지짜리 작품 해설 번역본을 함께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https://m.cafe.daum.net/wesleycollege/NeqO/9?listURI=%2Fwesleycollege%2FNeqO
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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