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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용환의 예술묵상] 들라크루아의 “폭풍우 속에 잠든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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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우 속에 잠든 그리스도", 1853, 외젠 들라크루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New York, NY)



37 그런데 마침 거센 바람이 일더니 물결이 배 안으로 들이쳐서 물이 배에 거의 가득 차게 되었다. 38 그런데도 예수께서는 뱃고물을 베개삼아 주무시고 계셨다. 제자들이 예수를 깨우며 “선생님, 저희가 죽게 되었는데도 돌보시지 않습니까?” 하고 부르짖었다. 39 예수께서 일어나 바람을 꾸짖으시며 바다를 향하여 “고요하고 잠잠해져라!” 하고 호령하시자 바람은 그치고 바다는 아주 잔잔해졌다. 40 그렇게 하시고 나서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왜 그렇게들 겁이 많으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하고 책망하셨다. 41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도대체 이분이 누구인데 바람과 바다까지 복종할까?” 하며 서로 수군거렸다. (마가 4:37-41)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외젠 들라크루아의 종교화 한 편을 소개합니다. 비평가로서 보들레르는 "마지막 르네상스 거장이면서, 최초의 현대적인 화가"로 들라크루아를 소개했습니다. 당대에 쇼팽 등과 함께 활동하면서, 훗날 낭만주의의 아버지로 불렸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습니다. 종교화로 데뷔했고, 다시 말년에 그린 것을 포함하여 120점에 달하는 종교 작품을 남겼다는 사실입니다. 종교는 없었지만, 어쩌면 종교적인 인생이었습니다. 신이 누구신지, 어디 계신지 알지 못했지만, 결국 신 앞에 선 인생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그를 사로잡았던 작품은 "폭풍우 속에 잠든 그리스도"입니다. 인생 말년에 해당하는 1841년부터 1854년까지, 13년에 걸쳐 같은 제목으로 여섯 번이나 새로운 캔버스 앞에 서면서 그는 어떤 상을 찾고 싶었던 걸까요? 프랑스 혁명기라는 격랑의 세월 경험이 풍랑의 바다로 표현된 것 아닐까요? 오늘 함께 묵상할 작품은 그 중 후기작이라 할 수 있는 1853년 작입니다. 먼저 이 작품을 1886년에 파리에서 감상했던 고흐의 노트를 봅시다.  


"Christ’s boat—I’m talking about the blue and green sketch with touches of purple and red and a little lemon yellow for the halo, the aureole—speaks a symbolic language through color itself.”


“그리스도의 배…는 색 그 자체를 통해 상징 언어를 말하고 있다”는 고흐의 기록을 염두 해 두고 보면 각각의 색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첫 인상은 어두운 모노톤의 그림 같았는데 말이지요. 청록의 바다 위에 올라탄 제자들의 색은 다채롭습니다. 그들의 행동과 몸의 각도가 제각각이듯 말입니다. 우왕좌왕 좌충우돌, 절망 앞에 선 우리네 마음과도 같습니다.  


제자 몇은 어부였습니다. 바다를 잘 알기에 더 두렵습니다. 반면 주무시는 그리스도께서는 바다는 몰라도 아버지의 뜻은 잘 알기에 두렵지 않습니다. 좌충우돌 뭐라도 해보려는 마음의 중단, 우왕좌왕하지 않는 신뢰, 있는 그대로 하늘에 맡기는 마음을 믿음이라고 합니다. 


바다는 주님의 우선 순위가 아닙니다. 진심 어린 책망은 제자들을 향하셨습니다. 바다는 그리스도가 누구인 줄 알고 그 도도한 물결(욥 38:11)을 멈출 줄 알지만, 사람은 그렇지 못합니다. 신앙인은 어떤 상황에서도 "없이 계신 주님"과 동행하는 존재입니다. 우리의 믿음은 어떻습니까?


그림 출처 https://www.metmuseum.org/art/collection/search/436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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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묵상 필자 소개:

노용환 목사는 한신대학교에서 기독교교육학(학부)과 실천신학(신대원)을 공부했다. 예배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정교회 이콘과 상징 해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뉴욕신학교에서 종교교육학을, 블렌튼필 인스티튜트에서 상담학을 공부했고, 센트럴신학교 목회학박사과정을 통해 선교적 교회를 연구중이다.


2006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고 2017년부터 한국기독교장로회와 미국그리스도연합교회(UCC) 이중 소속으로 로드아일랜드 제일한인교회를 섬기고 있다. 생명문화연구소에서 연구실장으로 일했고, JOYFUL COOP(신나는 협동조합) 발기인 대표로 서류미비 싱글맘 렌트 지원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미주 뉴스앤조이 기자로 활동하며, 선배기자들로부터 글쓰기를 배웠고, 실용적이지 않은 디자인의 가구나 오래된 그림처럼 무용(無用)하고 예쁜 것을 좋아한다. 또한 자전거와 캠핑 그리고 비치 라이프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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