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철의 에피포도엽서] 무속 공화국, 주술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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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 공화국, 주술의 그림자
지난 번 필자는 ‘자살 공화국’ 제목으로 시론을 썼다. 이번에는 “무속 공화국”이다. 대통령 선거운동 당시 윤석렬의 손바닥 ‘왕자’ 사건은 무속의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무속의 그림자가 태풍의 눈이 되어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두려움과 욕망은 여전히 인간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심리는 비단 비기독교 사회에만 머물지 않는다. 신앙을 고백하는 이들 가운데서도 ‘무속적 신앙’의 잔재가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다.
한국갤럽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41%)이 “운세나 사주, 부적 등의 영향을 어느 정도 믿는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에서는 점집 방문이나 타로 상담이 ‘문화적 경험’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더 주목할 것은 기독교인 중에서도 약 23%가 “점이나 운세를 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는 사실이다. 신앙과 미신이 교묘히 뒤섞인 현실이다.
“목회데이터연구소”와 “희망친구기아대책”이 발간한 “한국교회 트랜드 2026”에 따르면 굿을 해도 된다는 비율이 17%, 부적은 24%, 고사를 지내도 된다는 것도 3명 중 1명이 “그럴 수 있다”고 답했으며 점보는 것도 절반이 “괜찮다”고 응답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목회자에게 “기독교 신앙인에게 무속적 요소가 있는가?” 82%가 “그렇다”고 답했다. 무속적 요소의 1위(61.5%)는 “헌금하면 복 받는다”는 설교이다. 돈과 연관된 기복신앙의 주술적관계이다. 무속에 빠지는 이유는 무속이 주는 즉각적 해답, 즉시성 때문이다. 10명중 3명은 “무속을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응답했다.
미국도 다르지 않다. 2022년 Pew Research Center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 중 약 62%가 “운명, 에너지, 사후 세계, 별자리 등 초자연적 요소를 믿는다”고 답했다. 그중 자신을 크리스천이라 밝힌 응답자 중에서도 30% 이상이 ‘점성술이나 영혼의 기운’을 신뢰한다고 했다. 신앙이 세속의 문화와 혼합되면서, 복음의 본질은 점차 흐려지고 있다.
성경은 이러한 혼합주의를 단호히 경고한다. 고라의 패역은 권위에 대한 반역이었고(민수기 16장), 발람은 탐욕 때문에 하나님의 뜻을 왜곡했다(민수기 22~24장). 이 두 사건은 모두 “하나님의 이름을 이용해 자신의 뜻을 이루려는 시도”였다. 주술 또한 동일한 본질을 지닌다. 겉으로는 신앙의 언어를 쓰지만, 그 중심에는 하나님의 주권이 아닌 인간의 욕망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술의 논리는 “어떻게 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까?”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나 복음의 논리는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원하는 곳”에 소망을 두고 있다. 전자는 인간 중심적이며, 후자는 하나님 중심적이다. 믿음의 길은 불확실한 미래를 ‘조작’하려는 길이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하나님 뜻에 맡기는 길이다. 하나님은 우리의 미래를 이미 알고 계시며, 그분의 선한 뜻 안에서 모든 일을 이루신다.
오늘날 교회가 주술적 사고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것은 신앙의 순수성을 무너뜨리고, 복음을 인간 욕망의 도구로 바꾸기 때문이다. 기도는 주문이 아니며, 믿음은 ‘내 뜻을 관철하는 힘’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에 순복하는 태도’이다.
한국과 미국의 교회 모두가 이 시대의 영적 혼합주의를 분별해야 한다. 무속의 어둠은 여전히 우리 곁에 있지만, 믿음의 빛이 밝을수록 그 그림자는 사라진다. 우리는 다시 복음의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너희는 점을 치지 말며 술법을 행하지 말라”(레위기 19:26). 이 말씀은 옛날의 경고가 아니라, 오늘의 명령이다.
신명기 13장 5절은 끔찍하다. “그런 선지자(예언자)나 꿈 꾸는 자(꿈을 이용해 점치는 자)는 죽이라”고까지 하였다. 하나님은 결단코 무속이나 주술을 하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는다. 반드시 심판하겠다는 하나님의 단호한 의지이다. 그렇다면 무속적 신앙은 하나님 심판의 영역 안에 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무속적 신앙에서 벗어나는 길은 훼손된 믿음을 복원하는 길이다. 어찌하든지 신앙의 표준은 성경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권위와 말씀의 권위 앞에 순종하는 자세이다. 다른 길은 없다. 없는 다른 길을 찾는 다면 그 길은 무속의 길이 될 것이다.

백승철 목사는 고려신학대학원, ORU에서 박사학위, 캘리포니아 브레아(Brea)에 위치한 <사모하는교회 Epipodo Christian Church>의 담임목회자이며 교수, 시인, 문학평론가, 칼럼니스트, 에피포도예술과문학(Epipodo Art & Literature)의 대표이다. 다양한 장르의 출판된 저서로 25권 외, 다수가 있다. 에피포도(Epipodo)는 헬라어로 “사랑하다. 사모하다. 그리워하다”의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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